집행정지 가처분 불인용 시 ‘당장 올해 모집정지’ 가능성
공교육정상화법 ‘실효성 확보’할까…항소심 결과 ‘관건’
‘복불복’ 판정구조 문제 여전…모집정지 폐지 의견도

연세대가 교육과정 위반 판정에 따라 내려진 모집정지 처분에 불복해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패소했다. 항소심에 나서긴 했지만, 그간의 승소 분위기가 뒤집히면서 공교육정상화법의 위상이 다소 회복된 상황이다. (사진=연세대 제공)
연세대가 교육과정 위반 판정에 따라 내려진 모집정지 처분에 불복해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패소했다. 항소심에 나서긴 했지만, 그간의 승소 분위기가 뒤집히면서 공교육정상화법의 위상이 다소 회복된 상황이다. (사진=연세대 제공)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연세대가 2년 연속 교육과정 밖에서 대학별 고사를 출제한 대가로 받은 모집정지 처분에 불복, 교육부를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패소했다.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지원금 삭감에 불복해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를 상대로 한 소송은 민사소송 대상이라며 각하 처분을 받았다. 불과 2개월여 전만 하더라도 대학가에서는 연세대의 ‘승소 가능성’이 흘러 나왔지만, 실제 결과는 달랐다. 연세대가 항소한 상태긴 하지만, 1% 모집정지 처분이 부쩍 ‘현실로’ 다가온 것으로 비춰진다. 한편, 교육과정 연속 위반에 대해 유일하게 내릴 수 있는 제재 조치가 모집정지 처분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1심 판결로 공교육정상화법의 실효성은 일부나마 회복된 모양새다. 항소심 결과에 따라 공교육정상화법이 규정한 교육과정 위반 판정의 실효성이 결정될 전망이다.

■연세대 모집정지 취소처분 ‘본안소송’ 1심 ‘패소’ = 21일 연세대가 교육부를 상대로 제기한 모집정지 처분 등 취소소송을 놓고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가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사실이 28일 전해졌다. 

이번에 연세대가 패소한 소송은 지난해 교육부가 연세대에 내린 모집정지 처분에 불복하면서 벌어진 ‘법정 다툼’의 일환이다. 연세대는 2017년 11월 2년 연속 교육과정 밖에서 대학별고사를 출제했다는 이유로 정원 일부에 대한 모집정지 처분을 받았다. 시험을 실제 치른 모집단위만 기준으로 보면 신촌캠퍼스와 원주캠퍼스 모두 5%의 모집정지 처분이다. 전체 정원을 기준으로 보면 신촌캠은 1%, 원주캠은 0.1% 수준의 모집정지 처분을 받게 됐다. 

이처럼 대학에 모집정지 처분이 내려지게 된 것은 대학별고사에 대한 규정을 담고 있는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공교육정상화법)으로부터 비롯된 일이다. 공교육정상화법은 2년 연속 교육과정을 벗어난 대학별고사를 실시한 대학에는 모집정지 처분을 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대학들이 고교 교육과정을 훌쩍 뛰어넘는 대학과정 등을 기반으로 논술고사 등을 출제, 학생들을 사교육으로 내몬다는 주장에 따라 공교육정상화법이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다.

공교육정상화법에 따라 실제 교육과정 위반 판정이 처음으로 이뤄진 것은 2016년의 일. 판정 2년 만에 연속 위반 대학이 나왔다. 당시 교육과정 위반 판정을 받은 대학은 모두 세 곳으로 연세대 신촌캠퍼스와 원주캠퍼스, 울산대가 그 주인공이었다. 

연세대는 판정에 불복, 올해 3월 9일과 20일 모집정지 처분 취소 소송과 집행정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이 중 집행정지 가처분 소송이 받아들여지며, 일단 2019학년 입시에서는 모집정지 처분을 적용하지 않은 채 입시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에 나온 1심 판결은 이미 받아들여진 가처분 소송이 아닌 ‘본안 소송’이라 할 수 있는 모집정지 처분 취소 소송에 대한 것이다. 

법원은 연세대가 주장한 대학의 자율성을 고려하더라도 교육과정 범위와 수준을 벗어난 고사를 실시한 것이 더욱 문제라고 봤다. “공교육의 교육과정 범위와 수준 내에서 대학별고사를 실시하는 것은 실질적인 공교육 정상화를 이루는 데 핵심적 기능”이라며 “대학의 자율성을 고려하더라도 연세대가 고교 교육과정 범위를 벗어난 문항을 출제한 것은 사안이 중대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했다.

위반의 ‘정도’도 문제였다. 법원은 ”연세대는 A대학(울산대)과 함께 공교육정상화법 위반을 이유로 2년 연속 시정명령을 받은 유일한 법인“이라며 ”위반한 문항도 2016학년 5문항, 2017학년 7문항으로 타 대학에 비해 그 수가 압도적으로 많다“고 꼬집었다. 

■항소심 남았지만, 집행정지 가처분 인용 여부 따라 즉각 ‘모집정지’ 가능성 = 물론 아직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은 남아있다. 연세대가 1심판결에 불복, 즉각 항소에 나섰기 때문이다. 항소심에 따라 모집정지 처분이 취소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다만, 당장 치러야 할 2019학년 대입이 문제다. 이번 본안소송 전 법원이 인용했던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의 효력은 21일로부터 14일까지만 유효하다. 그 이후로는 다시 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해 법원이 받아들여야 모집정지 처분을 정지시킬 수 있다. 

일단 일정을 살펴보면 29일부터 내년 1월3일까지 실시되는 정시모집 원서접수 때까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본래 내려진 모집정지 처분은 2019학년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새로 낸 집행정지 가처분이 받아들여지지 않거나 새로 신청을 하지 않는 경우 기존 모집정지 처분이 유효해진다. 결국 2019학년 최종 선발인원을 줄여야 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공교육정상화법 ‘실효성 확보’하나 = 이번 소송 이전부터 공교육정상화법의 실효성에 대한 ‘잡음’은 끊이지 않았다. 시발점은 최초 제재가 내려진 지난해 11월부터다. 당시 교육부는 2년 연속 교육과정을 위반한 연세대 신촌캠과 원주캠에는 각 5%의 모집정지 처분을 내렸다. 

5%라는 수치만 놓고 보면 교육부의 처분에 문제는 없다. 공교육정상화법 시행령이 세부기준을 통해 “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을 벗어난 내용을 출제·평가한 경우 총 입학정원의 10% 범위에서 모집정지 조치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10%가 전체 범위를 나타낸 것에 불과하며, 공교육정상화법에 따른 모집정지 조치가 최초로 이뤄진다는 점을 볼 때 중간값인 5%의 모집정지 처분에는 문제가 없다고 볼 여지가 있다.

문제는 ‘총 입학정원’에 대한 해석이다. ‘총 입학정원’이란 말은 ‘전체 입학정원’으로 해석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교육부는 이를 교육과정을 위반한 문항으로 시험을 치른 모집단위의 입학정원으로 해석하며 그 범위를 크게 좁혔다. 

그 결과 신촌캠에서는 해당 문항으로 시험을 치른 자연계열 등의 모집인원 687명 대비 5%인 34명의 모집정지 처분이 내려졌고, 원주캠퍼스에서는 의예과 모집인원 28명의 5%인 1명의 모집정지 처분이 내려진 상태다. 이를 전체 정원과 비교하면 신촌캠은 1%, 원주캠은 0.1% 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일부 교육시민단체가 반박성명을 내기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교육부 스스로 공교육정상화법의 실효성 문제를 야기한 셈이다.

올해 들어 공교육정상화법에 대한 ‘잡음’은 더욱 커졌다. 연세대의 ‘승소’ 가능성이 비춰졌기 때문이다. 올해 10월16일 공식 발표된 교육과정 위반 판정에서는 예년보다 크게 줄어든 3개대학만 지적을 받는 데 그쳤다. 첫 해인 2016년 12개교, 다음해인 2017년 11개 대학에 위반판정이 내려진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컸다. 때문에 대학가에서는 연세대의 승소 가능성을 의식한 교육부가 ‘몸 사리기’에 나선 결과 위반대학 수가 크게 줄어든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본안소송에서 연세대가 패소 판결을 받음에 따라 공교육정상화법이 지닌 모집정지라는 ‘무기’는 실효성을 확보해 나가는 모양새다. 항소심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사실상 교육과정 위반 판정이 ‘무력화’되는 것 아니냐는 평을 받던 것과 비교하면 위상이 상당히 회복된 상태다. 

■연세대는 왜 교육부 판정에 불복했나…대학 입장에서 인정하기 어려운 판정 구조 = 연세대가 교육부가 내린 조치에 불복하고 소송에 나선 것은 대학들 입장에서 볼 때 인정하기 어려운 판정 구조에서 기인한 일이다. 

가장 큰 문제로는 현재의 교육과정 위반 판정이 ‘복불복’에 가깝다는 점이 지적된다. 사전 예방 조치를 전부 쏟아 붓더라도 교육과정 위반을 막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것. 실제 교육과정 위반 판정을 받은 대학들은 출제를 맡은 교수들에게 교육과정 범위를 알리고, 출제 과정에서 고교 교사 등을 투입해 교육과정 위반 사실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등 가능한 조치는 모두 시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학들은 모집정지 처분이 아닌 재정지원사업으로도 소기의 성과를 달성할 수 있는 만큼 ‘복불복’ 구조의 공교육정상화법 내 모집정지 처분을 없애야 한다며 목소리를 모은다. 한 대학입학 관계자는 “교육과정 위반 판정을 차년도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에 반영하고, 이미 사업에 선정된 대학에는 지원금 삭감 조치를 내리는 것만으로도 교육과정 위반 판정에 대한 실효성을 확보하기는 충분하다. 대학기본역량진단 등을 통해 정원감축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교육과정 위반에 따른 모집정지까지 내려지는 것은 대학 입장에서 너무 가혹한 처사”라고 했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