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해년(己亥年) 새 아침이 밝았다. 동해에서 떠오르는 붉은 태양은 우리에게 힘찬 새 출발을 알리고 있지만 난마(亂麻)와 같이 얽힌 교육 현안은 여전히 우리 발목을 잡고 있다.

올해도 계속될 제4차 산업혁명의 기술적 진전은 산업뿐만 아니라 국가시스템, 사회, 삶 전반에서 혁신적인 변화를 유발시키며 대학에도 혁명적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제4차 산업혁명의 핵심 키워드는 ‘수요자’다. 핵심기술인 제5세대 정보통신, AI, BT, 빅데이터 등은 ‘개인 중심’ ‘소비자 중심’ 시대를 앞당기는 촉매로 작용하고 있다. 모바일의 급속한 보급은 이런 추세를 더욱 가속화시키며‘수요자’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우리는 이미 ‘미투’ ‘갑질문화’ ‘촛불시위’ 등의 사건 속에서 모바일을 통해 개인 참여가 들불처럼 확산되는 현상을 목도했다. 사회 각 부문에서 ‘공급자 중심’관행이 ‘수요자 중심’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변화 욕구와 구(舊)관행의 격렬한 충돌이 일어난다.

최근 택시업계의 카풀 반대 움직임은 기존 사업자(공급자 중심)가 소비자(수요자)를 고려할 수 없기에 발생하는 필연적인 충돌이라 볼 수 있다. 공유경제의 일환인 카풀과 B&B, 원격진료와 같은 공유 서비스는 수요자 입장으로 보면 환영할 일이 돼 버린 현실이다.

교육 분야에서도 ‘수요자’가 중심이 되는 조짐이 보인다. 교사가 인공지능 로봇교사로 대체되고, 거대한 사이버 공간이 미래의 학습공간이 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수요자에 대한 적시학습과 맞춤형 개별 교육은 일반화될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교사는 더 이상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조정자로서의 역할이 더 요구된다. 그동안 대학교육은 교과목 편성과 교수방법 선택에 이르기까지 철저하게 공급자 위주로 이뤄져 왔다. 이제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교육 수요자인 학생이 만족할 수 있는 내용과 형식으로 변화를 이뤄내야 한다. 교육과정 개발, 편성부터 수요자인 학생, 기업체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야 한다. 수요자가 원치 않는 교과목은 적극적으로 폐지를 검토하고 교수 중심의 교수학습방법도 학생참여 중심 수업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혁신의 아이콘인 애리조나 주립대(Arizona State University)는 학생만족을 중심에 두는 변화를 추진함으로써 많은 성과를 거두었다. 지금도 학생만족도 제고를 중심에 두고 ‘수요자 중심교육’의 가치를 실증하고 있다.

애리조나 주립대의 혁신 과정을 살펴보면 대학의 조직논리나 교직원의 권리 유지보다는 학생 수업 만족도가 가장 높은 가치임을 발견할 수 있다. 대학당국은 학생들이 중도 탈락하지 않도록 끊임없는 관심과 지원(어댑티브 러닝)을 시스템화하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학업 이수율과 교육 만족도가 높아졌고 중도탈락률은 대폭 감소됐다. 물론 학생 수도 늘어났다. 대학의 지속가능성이 커진 것은 물론 교직원들의 자긍심 또한 높아지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우리나라에서는 규제 때문에 혁신이 안 된다는 불만이 많다. 물론 정부의 과도한 규제가 대학 혁신의 저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는 하다. 그렇지만 한탄만 하고 있을 게 아니다. 교육의 본질, 대학의 핵심가치를 되새기면서 규제의 틀 속에서라도 개혁의 방도를 마련해가는 지혜를 발휘할 때다.

어렵다는 것은 과거에 비해 어렵다는 것이고, 지금은 다가올 미래에 비해 다소 여유로울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되지 않을까? 지금 주어진 재정여건에 맞춰 정원을 줄여서라도 ‘필사즉생(必死則生)’ 정신으로 잘 가르치고 학생들의 학습만족도를 높이는 것만이 교육개혁의 본질이라는 것을 새삼 절감하는 새해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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