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위기의 바다에 침몰하지 않으려면
[대학로] 위기의 바다에 침몰하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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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은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
황보은 사무총장
황보은 사무총장

작년 한 해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었던 몇 가지 뉴스는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강릉 펜션에서 고등학생들의 안타까운 희생은 우리사회에 만연한 안전 불감증과 낮은 직업윤리의식의 민낯을 보여 주었고, 카풀 앱의 등장으로 실직위기에 직면한 택시 파업은 제4차 산업혁명이 우리사회에 던져 줄 대량 실직의 한 단면을 암시하고 있다. 그리고 대졸자 3명 중 1명이 미취업하는 등 실업률의 지속 증가는 사회경제구조의 근본적 개선을 요구하는 듯하다.

이러한 사회문제 해결에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의 역할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사회문제를 개선하고, 변화에 대응하는 근본적인 체질 개선은 교육에서부터 시작한다고 볼 수 있다. 어떤 직업이 됐든 일에 대한 가치를 부여하고 완벽하게 해내겠다는 직업윤리의식을 길러주고, 변화하는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 교육의 역할이다. 그러나 이러한 숭고한 교육의 한 영역인 ‘직업교육’은 우리사회에서 그다지 좋은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 교육단계에서부터 존중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책임감을 가지고 전문성을 발휘하는 전문 직업인으로 성장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직업교육은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고 선진국가로 도약하기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몇 년 전부터 정부는 능력중심사회라는 큰 방향을 제시하고 직업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나, 직업교육에 대한 중요성과 역할기대에 비해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정부조직, 정책개발 및 예산확충은 매우 미흡해 보인다. 그리고 직업교육 관련법령은 기능하기 어려운 선언적 내용과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이상적이어서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정비가 필요한 실정이지만, 어느 기관도 법령정비를 시도하지 않고 있다. 이는 정부가 직업교육을 표면적으로는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우선순위에서는 후순위로 보고 있다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이에 비해 최근 외국의 직업교육은 놀라울 만큼 혁신적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예컨대, 청년 취업이 거의 완전 고용에 이르는 일본은 고등직업교육 수요 다양화에 대비한 ‘전문직대학’이라는 새로운 유형의 대학을 제도화했다. 영국은 2017년 ‘Post-16 Skills Plan’을 통해 대학 진학교육(Academic Option)과 직업교육(technical option)으로 이원화하면서 양자 등가성을 강조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교육(technical education)을 제공하기 위해 기초학력 향상, 수준별 연계교육 및 도제교육 활성화 등 다양한 직업교육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선진국의 정책으로부터 배우고, 최우선과제로 실행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2019년부터 대학 진학생 수가 본격적으로 급감하기 시작한다. 이런 위기상황에서 전문대학도 뿌리부터 바꾸는 혁신이 필요하다. 고등직업교육의 새 틀을 짜야 한다.

우선 직업교육 트랙 선택 학생들의 성공을 보장하기 위해 분절된 직업교육체계의 한계를 극복해 자격을 기반으로 중등단계와 고등단계가 연계된 직업교육과정 설계가 필요하다. 즉, 이들이 지속적으로 학습하고 성장할 수 있는 실질적 성장경로가 수립돼야 한다.

직업교육의 혁신은 결국 학습 수요자를 중심에 두고 즉각적으로 대응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즉, 직업교육을 희망하는 사람이 모이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교육 공간을 설치하고 직업교육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하겠다. 이것이 성인 친화적 평생직업교육을 실현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런 측면에서 최근 전문대학의 기능으로 요구받고 있는 성인의 평생직업교육 기능이 보다 강화될 필요성이 있다. 학습자들이 언제 어디서나 학습할 수 있도록 온라인 교육을 도입하고, 오프라인에서는 문제해결 중심의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새로운 형태의 학습모델을 도입해야 한다. 그리고 학위취득을 위해 장기간 교육과정을 이수하는 형태가 아닌 능력단위의 필요한 기술만 습득해도 공식적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나노디그리, 마이크로디그리 형태의 교육과정 운영이 필요하다. 즉, 새로운 직무와 직업을 갖고자 하는 학습자들을 위한 평생직업교육기관으로서의 전문대학의 기능 다변화가 시급하다.

전문대학은 또 다른 수요가 있는 산업현장 속으로 좀 더 다가가야 한다. 교육현장과 산업현장 간 물리적 거리를 좁혀, 교육 소재로서의 산업현장의 문제를 보다 면밀히 접하고 교육현장으로 가져와야 한다. 그리고 전문대학이 기업의 문제해결에 도움을 주기 위한 참여와 협력 체계를 보다 공고히 해야 한다. 이것이 산학일체형 직업교육일 것이다.

혼다 창업주인 혼다 소이치로 회장은 “졸업장은 극장표보다 못하다. 학위증서는 직업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물론 그가 배움이나 교육 자체를 무시한 것은 아니다. 그는 현장에서의 경험, 실질적인 기술이 교과서 지식보다 우선한다고 생각했고 일본을 지배하는 학벌주의를 경멸했다. 내실은 다지지 못하고 간판만 치장하는 것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이 아니다.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학벌이 아닌 능력을 중시하는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

기해년에 전문대학은 능력중심사회에서 자신이 하는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직업윤리가 투철한 전문직업인을 양성하는 평생직업교육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한 동반성장과 혁신이 필요한 한 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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