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여 가천대 총장
이길여 가천대 총장

사랑하는 가천가족 여러분!

기해년(己亥年) 황금돼지의 새 해가 밝았습니다. 지난해 가천길재단이 60주년을 맞은 데 이어, 올해는 가천대학교가 80주년을 맞는 역사적인 해입니다.

역사라는 말이 나오면, 나는 우리 글로벌 캠퍼스의 창밖으로 환히 바라다 보이는 역사적 유산과 건물을 생각하게 됩니다. 하나는 남한산성이고 다른 하나는 555미터의 위용을 자랑하는 잠실롯데 타워입니다. 전자는 피눈물나는 패배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곳이며, 후자는 오늘날 아시아를 대표하는 건축물이요, 선진 코리아의 상징으로 우뚝 서 있습니다.

여러분! 남한산성은 지금으로부터 약 380여 년 전, 이 나라 국왕이 청나 라 군대에 쫓겨 47일간 숨어 살았던 곳입니다. 그리고 끝내 무력과 배고픔을 견디지 못해서, 잠실의 삼전도에 나아가, 청나라의 황제 앞에 세 번 무릎 꿇고 아홉 번이나 고개를 조아리며 목숨을 구걸하였습니다. 그리고 무려 60만 명에 달하는 백성이 포로로 노예로 끌려가는 치욕을 당했습니다. 실로 오천년 역사에, 지우고 싶은 최악의 부끄러운 패배이자 굴욕이었습니다.

그로부터 세월이 흐르고 역사가 바뀌었습니다. 오늘날, 그 삼전도 지척에 동양 최고를 자랑하는 롯데타워가 하늘을 찌를 듯이 서 있습니다. 남한산성 최고봉보다 무려 32m나 더 높습니다. 롯데타워에서 남한산성을 내려다보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한국은 세계 10대 교역 국가가 되었습니다. 

그 옛날 치욕스런 역사가 새겨진 그 자리에, 지금은 중국 관광객들이 선진한국을 찬탄하며, 찾고 있습니다.

역사란 그런 것입니다. 패배도 있지만, 그것을 극복하면 희망과 승리를 거머쥘 수 있습니다. 후퇴도 있지만, 전진도 있으며, 어려움을 이겨내면  전성기도 다시 오는 것이 역사입니다. 그러나 아무 노력없이 가만히 있는다고 기회가 오는 것이 아닙니다. 시련과 좌절을 극복하고, 비전을 품고 쉼없이 도전정신으로 나아갈 때, 역전승이 오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지금 신년회를 갖는 이 자리는 40년 전만해도 허허벌판이었습니다. 그 당시에 잘 나가던 동인천 길병원의 본원을 여기로 옮긴다고 할 때, 다들 코웃음을 쳤고 고개를 가로 저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강행했습니다. 오늘의 인천시청, 줄지어 선 아파트단지, 번화한 상가가 나의 눈에 선하게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비전이라고 해도 좋습니다. 

멀리 내다보는 ‘비전’과 ‘노력’이 세상을 바꿉니다. 성남의 경원대학교를 인수해서, 처음 들어선 날의 느낌은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낡고 초라한 캠퍼스, 자신감 없어 보이는 학생들, 이런 광경을 대하며 당시 마음이 많이 무거웠습니다. 어느 동문이 말했습니다. 직장에서 출신대학 얘기가 나오면, 화장실로 도망친다는 것입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가슴이 매우 아팠습니다. 나는 반드시 빛나는 캠퍼스, 자랑스러운 대학으로 만들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여러분! 그랬던 경원대학이 가천대학교가 되고, 오늘날 국내 200여 4년제 대학가운데, 30위권에 올랐습니다. 그것은 멀리 내다보고, 확고한 비전을 품고, 그 꿈을 향해 우리 모두가 줄기차게 질주해온 덕분입니다. 잘 나가던 전문대까지 없애면서 우리는, ‘저출산 학령인구 감소’ 시대에 대비해왔습니다. 우리가 서로 손을 맞잡고 노력한 대가가 지금 ‘값진 열매’로 영글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재단은 ‘멀리 내다보고, 끊임없이 혁신하는 정신’으로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나는 1958년 처음 산부인과의원을 열었을 때 나의 모든 것을 환자들에게 쏟아 부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환자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몰려드는 환자들을 돌려보내지 않고 돌볼 수 있을까. 그래서 청진기를 가슴에 품어 진료를 했고, 의자에 바퀴를 달고, 대기 시간을 단축했습니다. 바로 이것이, 요즘 경영학의 표현으로 ‘혁신’일 것입니다.  

개업 5년째 한창 잘 되는 병원을 뒤로하고, 머나 먼 미국으로 수련의 여정을 떠난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오직 미래만을 내다본, 모험적인 결단이고 도전이었습니다. 그 어려운 유학자격시험(ECFMG)을 통과하기 위해, 그야말로 서울의대 입시 때보다 더 열심히 공부에 매달렸습니다. 환자들 틈새에서, 토막잠을 쪼개가면서 책을 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또다시 70년대, 일본의 선진의료 수준과 시스템을 직접 보고 싶어 도쿄로 건너가서, 공부하고 박사학위 논문을 썼습니다. 이 모든 게 가슴에 비전을 품고, ‘멀리 내다본 포석’이었습니다.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보는 것 아니겠습니까? 

사랑하는 재단 가족여러분! 

사실 그동안 우리 가천대학교는 혁신에 혁신을 거듭해 왔습니다. 그 결과 지난 2018년 대학기본역량진단에서 ‘자율개선대학’으로 선정되고, 특성화 사업 종합평가에서 경기인천지역에서 단연 1위를 기록하였습니다. 중앙일보의 대학평가에서도 7계단이 올라, 가장 급격히 수직상승한 대학으로 주목 받았습니다. 취업부문에서도 4년 연속 우수대학으로 선정되어 고용노동부의 상을 받았습니다. 그런 노력의 결과 올 수시모집에 개교 이래 가장 많은 5만9056명이 지원해 평균 21.1 대 1의 치열한 경쟁을 보였습니다. 

길병원은 송도 브레인 밸리의 핵심시설인 ‘뇌질환센터’를 8월에 준공, 초정밀 11.7테슬라 MRI 및 붕소중성자 포획치료기를 앉힐 터전을 구축하였습니다. 그리고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를 9월에 오픈하였습니다. 7년 전 국내 최초로 도입했던 길병원 닥터헬기는 인천 서해 섬 지방 응급환자를 수송하는 생명줄로 확고하게 인정받고 있습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 응급구조사, 간호사 및 항공조종사 등 28명이 연중무휴로 교대근무를 하면서, 멀리 백령도까지 환자 이송에 대비하여 큰 찬사를 받고 있습니다.

신명여고는 인천교육청의 교과중점과정 학교로 뽑혀 2018년도부터 3년간 총8천여 만원을 지원받는 등, 명문의 위상을 굳혀왔습니다.

가천문화재단은 심청효행상을 20년째 운영하면서, 누계 231명의 효녀와 ‘장한 며느리’ 그리고 다문화 가정 도우미를 표창해왔습니다. 특히 ‘가천 이길여산부인과 기념관’은 2016년 개관이후, 2년 반 만에 관람객 5만 명을 돌파, 인천의 명소로 자리매김 하였습니다. 

경인일보는 한국기자협회로부터 수많은 ‘이달의 기자상’을 받은데 이어, 한국편집상, 보도사진상 등을 석권하였습니다. 또 한국신문협회의 발행부수 조사에서 경인지역 신문 가운데 최고 부수를 기록, 수도권 최고의 권위지로서의 위상을 재확인하였습니다. 

가천미추홀 청소년봉사단은 지난해 청소년 슈퍼스타 경연대회전통부문에서 영예의 대상인 여성가족부 장관상을 받는 쾌거를 이룩했습니다. 새생명 찾아주기운동본부는 몽골 키르기스탄 등 해외 6개국의 심장병 환자 수술을 지원하는 봉사활동을 계속했습니다. 

오늘의 가천대와 길병원의 압도적인 성취와 비약적인 성공에도 불구하고, 여기서 자만하고 만족한다면 미래는 없습니다. 광속(光速)으로 변하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엔 끊임없이 움직이고, 부단하게 활동해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멀리 내다보고 선제적으로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합니다. 일단 목표를 정하면 장애와 난관에 굴하지 않고 성취해내는 ‘바람개비 정신’! 그런 정신으로 인공지능 시대의 선구적 대학, 선도병원이 되어야 합니다.

세계적인 CEO 손정의(재일동포)도 말했습니다. 길을 잃으면, 멀리 보라!(When you get lost, look into the far distance.) 그렇습니다. 지금처럼 불확실성의 시대일수록, ‘멀리 보자, 미래에 답이 있다’는 것을 다짐하면서, 전진해 나가야 합니다. 오늘 비록 바람이 거세고, 비싼 비용을 치른다고 할지라도, 먼 미래에 눈을 두고, 꿋꿋이 나아간다면 그 결실은 창대하리라고 생각합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새해 모쪼록 여러분의 가정에 만복이 가득하고, 한해 내내 가족 구성원 모두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다시 한 번 우리 모두 새 마음과 새 각오로 새해 힘차게, 새 역사를 써나갑시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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