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교직원, 학생, 동문 여러분, 

기해년(己亥年)의 희망찬 새 아침이 밝았습니다. 지난 한 해 서울대학교가 직면했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열정으로 노력해주시고 또한 변함없는 성원을 보내주신 여러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새해에도 건강과 행복이 함께 하길 기원합니다. 

작년 2018년은 국내외적으로 큰 변화와 도전의 한 해였습니다.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되고 한반도에서의 평화체제 구축에 대한 기대가 고조되었습니다. 미·중 무역전쟁, 불평등의 심화 등으로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증폭되었고, 선진민주국가를 포함한 지구촌 전체가 정치리더십의 불안정, 난민 문제와 가부장적 권위주의 사회질서에 대한 청산 요구로 진통을 겪었습니다. 한편, 한국의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은 세계적으로 K팝 전성기를 알리면서 경기 침체로 우울하던 많은 국민들의 환호를 받기도 했습니다.

서울대학교는 작년 한 해 동안도 세계사적 소명을 실천하는 창의적 지식공동체 건설을 위해 전진의 행군을 계속하였습니다. 서울대학교는 한국을 대표하는 고등교육기관으로서 세계 유수 대학과 어깨를 나란히 할만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어 가고 있습니다. 한 예로 서울대학교는 법인화 이래 QS 세계대학평가에서 국내 유일의 30위권 대학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시흥캠퍼스를 국가 전략사업을 선도하는 첨단 연구단지로 조성하는 사업도 첫 삽을 떴습니다.

우리 서울대학교는 지난 7월 하순 이후 초유의 총장 궐위사태를 맞이하였습니다만 혼란과 위기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해왔습니다. 뜻하지 않게 총장 직무를 대행하게 된 저는 과도체제가 장기화되는 것이 대학발전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하여 대학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총장 재선출 절차가 신속하게 진행되도록 힘을 보탰습니다.

과도기 집행부는 대학행정의 연속성과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임기 만료를 앞두었던 본부 보직교수 거의 전원이 유임하면서 각자 소관업무에 대한 책임 행정과 부서 간 협의를 통한 연대 행정을 실천하였습니다. 국회 교육위원회의 국정감사에 성실하게 임하였으며, 국회의 예산심사에서는 전년 대비 약 205억 정도의 국고출연금 증액을 이끌어 내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결실을 가능케 한 보직 교수와 직원들의 노고와 헌신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존경하는 교직원, 학생, 동문 여러분,  

저는 작년 하반기 총장 직무대리로서 서울대학교라는 거대 학문공동체의 운영 책임을 맡으며 많은 것을 배우고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다양한 학문단위의 집단과 여러 직종의 구성원들이 모여 있는 서울대학교 내부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중지를 모으는 일은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하지만 구성원들과 소통하며 어려울수록 머리를 맞대고 뜻을 모으면 하고자 하는 일을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서울대학교는 내부에 상충하는 다양한 의사와 이해관계가 존재하지만 잠재된 에너지가 끓어 넘치는 조직이기도 합니다. 구성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접점을 찾아 그 에너지를 결집시킨다면 우리 학문공동체는 발전을 거듭할 수 있다는 확신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동안의 직무수행을 통해 우려보다는 더 큰 희망을 보았습니다.

이제 새해 서울대학교에는 새 리더십의 시대가 열립니다. 신임 총장께서 정부의 임명 절차를 거쳐 가까운 시일 내에 취임합니다. 새 집행부가 당면한 학내외 현실적 여건은 녹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2019년에 법인화 8년차가 되지만 서울대학교의 불명확한 법적 지위, 정부의 각종 조세 부과와 재정 지원 축소 등의 측면에서 여전히 불비한 점도 적지 않습니다. 새 집행부가 구성원들의 합심협력을 바탕으로 서울대학교의 시대적 소명을 성공적으로 실현해 낼 것으로 기대합니다.

저는 작년 개교 72주년 기념사에서 서울대학교가 앞으로 가야할 길에 대하여 몇 가지 희망사항을 말씀드렸습니다. 저는 이를 새해의 소망으로 다시 피력하고자 합니다. 

첫 번째는 대학의 혁신입니다. 우리 사회와 국민이 서울대학교에 거는 무한한 기대를 외면하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가 자만심에 빠져 현실에 안주하고 더 나아가 우월주의와 특권의식에 사로잡혀 기득권 고수에 급급했던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아야 합니다. 국민으로부터 사랑과 존경을 받는 대학이 되기 위해 서울대학교와 우리 구성원들이 스스로 변해야 합니다. 또한 전 세계가 제4차 산업혁명과 대학의 혁신을 말하고 있습니다. 대학의 혁신 없이 사회를 발전시킬 인재를 배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혁신의 또 다른 이름이 창조적 파괴입니다.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그대로 두고 대학의 발전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혁신을 통해 서울대학교가 보유한 잠재력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려 서울대의 가치를 높여야 합니다.

두 번째는 한반도 평화의 정착, 그리고 남북한 통일과 관련된 소망입니다. 남북한 관계의 새로운 변화를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한반도에 평화체제가 구현되고, 남북한이 다시 민족통합을 이루어 번영의 길로 함께 나아갈 수 있도록 서울대 구성원들이 지혜를 모으고, 각자의 전문 영역에서 능동적으로 대비해야 할 때입니다. 서울대학교는 북한의 대학 및 연구기관과의 학술 교류를 통해 남북한 간 신뢰를 증진하고 지속가능한 협력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신임 총장님과 구성원 모두가 창조적이고 건설적인 방향으로 중지를 모아 서울대학교의 당면 과제들을 원만하게 풀어나갈 것을 바라고 기대합니다. 지성의 전당에서는 다양한 목소리가 존중되고, 균형적인 사고, 합리적인 대화와 민주적인 토론이 충만해야 합니다. 지성의 기본 바탕은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이며 성찰 없는 지성은 존경받지 못합니다. 지난 몇 년간 우리는 지성의 모습과는 거리가 먼 힘겨운 내부 갈등을 겪기도 했습니다. 구성원들의 지혜와 자기성찰을 밑바탕으로 새 집행부의 취임은 서울대학교가 더욱 발전하는 전기가 될 것입니다.

기해년 새해에도 서울대학교는 교육과 연구에 매진하여 국가와 사회에 대한 책무를 완수하는 일에 혼신의 노력을 쏟을 것입니다. 서울대학교 구성원의 적극적 참여와 국민 여러분의 성원을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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