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보학 경인여자대학교 교수

4차 산업혁명 시대, 융합교육의 필요성과 함께 기본 핵심역량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교양교육이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고등직업교육기관인 전문대학에서의 교양교육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전공교육과 교양교육 사이에서 비중을 어떻게 정해야 할지 등은 저마다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거기에 지난해 9월 강사법 개정안으로 대학들이 시행에 대비해 졸업학점 축소 등을 검토하고 있어 교양교육에 얼마나 시수를 할애할 수 있을지는 더욱 복잡한 문제가 됐다. 이에 본지는 전문대학이 현실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시대에 필요한 역량을 갖춘 전문 직업인을 양성할 수 있도록 ‘전문대학 교양교육 혁신을 위한 정책제언 시리즈’를 7회에 걸쳐 연재한다.<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 전문대학 교양교육의 현황과 과제
② 전문대학 교양교육 확대의 필요성
③ 전문대학 교양교육의 정체성과 방향
④ NCS와 전문대학 교양교육
⑤ 해외사례로 본 직업교육에서의 교양교육
⑥ 교양교육 질 제고를 위한 방안
⑦ 전문대학 교양교육 혁신을 위한 전문가 간담회 

맹보학 교수
맹보학 교수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육자들은 학생들이 더 좋은 미래를 꿈꾸며 행복한 인생을 살아가기를 희망한다. 고등직업교육을 담당하는 전문대학의 교수들도 학생들이 자신의 소질과 적성을 발견하고 직업의 세계에서 자신의 꿈을 키우고 행복한 미래를 개척해 나가기를 희망한다. 이를 위해 대학과 교수들은 무엇을 가르치고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를 늘 고민한다.

세계경제포럼의 ‘직업의 미래 2018’ 보고서에서는 “현재 일터에서 하는 일들의 29%를 기계가 수행하고 있지만 7년 후인 2025년에는 52%를 수행할 것으로 전망”했다. “4년 뒤인 2022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75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1억3300만 개의 새로운 업무가 생겨날 가능성을 추정”하기도 했다. 이와 같이 급변하는 시대에 우리 학생들은 무엇을 학습하고 무엇을 경험해야 할 것인가? 우리 전문대학은 이를 위해 무엇을 제공하고 지원해야 할 것인가?

우리 전문대학은 산업현장에서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요구되는 능력(역량)을 교육시키기 위해 국가직무능력표준(NCS)과 자체 직무분석을 기반으로 전공교육과정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NCS 및 현장중심 교육과정이 도입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대부분의 전문대학들은 도입 초기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안정적으로 NCS 및 현장중심 교육과정을 정착시키고 있다. 이러한 NCS 및 현장중심 교육과정은 전문대학이 그동안 지속적으로 추구해온 현장중심 교육을 한층 더 체계화하고 현장과 교육의 불일치 문제를 감소시키며 직업교육의 질 제고에 기여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생각된다. ‘무엇을 알고 있는가?’라는 지식 중심의 교육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역량 중심의 교육으로 전문대학의 교육이 변화하도록 촉진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볼 수 있다.

전문대학에서는 각 대학의 교육목표와 인재상, 산업현장의 요구를 분석해 대학의 특성에 맞는 교양교육과정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전문대학에 NCS 및 현장중심 교육과정이 도입되면서 교양교육과정은 NCS의 직업기초능력 중심으로 개편돼 왔다. 이러한 직업기초능력 중심의 교양교육은 직무수행에 필요한 기초역량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인성이나 인문학 등 전인적 교육과 제4차 산업혁명에 대비할 수 있는 미래역량에 대한 교육이 상대적으로 소홀해질 수 있다는 비판이 일부 제기됐다. 또한 10개 영역 34개 하위영역으로 구성된 직업기초능력은 만들어진 지 너무 오래돼 급격히 변화하는 산업현장의 요구를 반영하는 데 다소 미흡하고 이를 대학의 교육과정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다소 문제가 있다는 비판도 있다.

전문대학은 고등직업교육기관으로서 학생들에게 현재 눈앞에 다가온 졸업 후 취업에 필요한 전공 직무역량을 교육시킬 의무가 있다. 더불어 미래 직업세계의 급격한 변화에 생존할 수 있는 역량, 올바른 가치관과 인성으로 자신의 존엄성을 지키고 행복한 인생을 개척해 나갈 수 있는 역량 등 현재와 미래를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핵심역량을 키워 줄 필요가 있다. 대학은 교양교육, 전공교육, 비교과교육 등을 통해 학생들이 이러한 핵심역량을 학습하고 경험할 수 있는 기회와 자원을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 전문대학은 핵심역량 교육을 위해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인가? 이 질문은 우리 전문대학 전체가 앞으로 계속해서 고민하고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되지만, 교육과정의 관점에서 몇 가지 의견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각 대학은 핵심역량을 어떻게 도출하고 이에 대한 교육과정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 세계경제포럼의 21세기 16가지 핵심기술, OECD의 핵심역량(DeSeCo), ATC21S의 21세기 기술(역량), 대한민국 2015 개정 교육과정의 핵심역량 등에서는 읽기·쓰기·말하기를 통해 타인과 잘 소통하는 역량, 다른 사람과 잘 협력하는 역량, 비판적 사고와 창의적 사고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역량, 자기 주도적으로 자기를 관리하고 개발하는 역량,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실현하는 인성역량 등이 공통적으로 제시되고 있다. 각 대학은 이러한 미래 역량에 대한 분석뿐만 아니라 교육목표 및 인재상, 환경분석 및 요구분석, 적절한 구성원 의견수렴 등을 거쳐 핵심역량을 도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각 대학의 특성에 맞게 도출된 핵심역량은 먼저 교양교육과 비교과교육을 통해 체계적으로 운영될 필요가 있다. 나아가 미국의 Alverno 대학처럼 대학차원의 핵심역량이 학과의 핵심역량에 반영되고, 학과의 핵심역량은 개별 전공 교과목의 학습목표에 반영되는 핵심역량 융합형 전공교육으로 발전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9월 여주대학교에서 열린 NCS기반 채용박람회에서 재학생들이 산업체 인사 담당자들과 현장면접을 하고 있다. ​
​지난해 9월 여주대학교에서 열린 NCS기반 채용박람회에서 재학생들이 산업체 인사 담당자들과 현장면접을 하고 있다. ​

둘째, 어떻게 가르치고 평가할 것인가? 핵심역량 교육을 위해서는 지식중심의 교육에서 역량중심의 교육으로 변화될 필요가 있다. 토론, 문제해결, 실습, 체험, 프로젝트 등 다양한 학습경험을 학생들에게 제공함으로써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역량을 체득하도록 도와주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보다 많은 지식을 짧은 시간 내에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교수자 중심의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지식과 기술을 하나라도 제대로 체득’하도록 도와주는 학습자 중심의 교육으로 변화될 필요가 있다.

학생들이 핵심역량을 어느 정도 체득했는가를 평가하는 방법은 교수학습방법 만큼이나 중요하다. 핵심역량 평가는 직접평가와 간접평가로 구분할 수 있는데, 현재 핵심역량을 도입한 대학들 중 상당수는 간접평가방식인 핵심역량진단도구를 개발해 활용하고 있다. 핵심역량에 대한 간접평가도구의 개발과 타당성 검증도 필요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직접평가도구에 대한 연구와 활용에 대해 대학차원의 지원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셋째, 어떻게 교육의 질을 관리할 것인가? 성공적인 핵심역량 교육을 위해서는 교육과정 전반에 걸쳐 체계적인 품질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대학과 학과의 핵심역량 도출 및 관리는 물론 핵심역량을 반영한 교양 및 전공 교육과정의 개발 및 운영 전반에 걸쳐 PDCA 절차에 따라 체계적으로 교육품질관리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핵심역량 교육의 성공을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교수들이 핵심역량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적절한 교수방법과 평가방법을 통해 교육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핵심역량 교육과 관련해 교수들의 역량 향상을 위한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교육과 지원이 필요하다. 또한 교수들의 이해와 관심,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리더십과 동기부여가 있어야 한다.

고등직업교육기관인 전문대학의 교육은 역량기반 교육으로 변화하고 있다. 대학의 핵심역량과 NCS 기반의 전공역량으로 구성된 역량기반 교육은 우리 학생들에게 현재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직무역량뿐만 아니라 미래 직업세계의 급격한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과 인간존엄성 실현에 필요한 역량을 키워줄 수 있다고 믿는다. 따라서 전문대학의 교양교육은 핵심역량 중심으로 체계화되고 그 운영과 질 관리가 보다 강화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긴 시간과 많은 노력, 자원이 들어갈 것이지만 이를 통해 우리 학생들이 더 좋은 미래를 꿈꾸며 행복한 인생을 개척해 나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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