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섭 지음 《훈의 시대》

‘훈’이라는 말은 우리가 흔히 받아들이듯이 ‘가르침’의 의미다. 가정(가훈), 학교(교훈), 군대(훈련), 회사(사훈), 국가(훈령)에 이르기까지, 주로 누군가를 가르치거나, 아니면 위계적으로 강요하는 ‘계몽의 언어’인 동시에 ‘자기계발의 언어’로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 존재한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훈’은 한 개인이 가정, 학교, 회사 등 생애주기에서 반드시 거쳐야 할 모든 공간의 언어로 전달된다. 따라서 훈이란 시대가 개인에게 품은 ‘욕망’이다. 일상 공간에서 지속적으로 강요되는 훈에서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으며, 한 개인의 몸을 만드는 데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이렇게 본다면 훈은 결국 한 인간의 격格을 결정하는 중요한 사회적 기제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사회적 기제로서 ‘훈’이 작동하는 형태를 개인의 성장 과정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나눈다. 첫째는 학교의 훈, 둘째는 회사의 훈, 셋째는 개인의 훈이다.

그런데 훈은 개인의 훈 말고는 구체적으로 기억하는 경우가 드물다. 출신 학교의 교훈이나 사훈을 제대로 기억하는 사람은 찾기 어렵다. 하지만 훈은 그저 공허하고 추상적인 구호에 그치거나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별것 아닌 존재가 아니라 그 시대를 관통하며 구성원을 규정하고 통제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

작가는 야만적이고 낡은 훈을 폐기하고 새로운 훈을 만드는 것에 희망을 걸고 있다. 그 희망은 막연한 기대나 선언에서 끝나지 않고 실제로 시도를 한다. 작가는 SNS에서 화제가 된 ‘김민섭 찾기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경험을 담아 조심스럽게 자신의 훈을 제시한다.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

이 훈은 아무에게도 강요하지 않고, 아무에게도 상처 주지 않으며, 아무에게도 무겁지 않다. 낮고 따스하고 부드러운 음성의 이 훈은 우리 사회에서 계속 대학원생, 시간강사, 대리기사 같은 철저하게 을로 살아온 작가가 우리 시대에 내놓은 작은 ‘제안’이며, 이 책을 쓰게 된 동기이기도 하다. (와이즈베리 /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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