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열린 전문대학혁신지원사업 공청회에서 김영곤 교육부 직업교육정책관이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8일 열린 전문대학혁신지원사업 공청회에서 김영곤 교육부 직업교육정책관이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교육부가 전문대학 혁신지원사업 사업비를 교비와 산학협력단 회계 중 대학이 선택하는 곳으로 지급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러나 정책 시행 사항을 결정함에 있어 교육부가 정확한 방향을 정해줘야 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교육부는 8일 전문대학 혁신지원사업 기본계획을 발표하기에 앞서 정책연구진, 전문대학 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며 사업비 편성을 교비회계와 산단회계 중 어느 곳으로 정할지 논의해왔다. 논의 초반 교육부는 산단회계 편성에 무게를 뒀으나 교비회계로 집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일자 최근 교비회계와 산단회계 중 대학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사업비를 교비회계로 편성해야 한다는 주장과 산단회계로 편성해야 한다는 입장이 맞서면서 절충안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8일 교육부는 전문대학혁신지원사업 기본계획 시안을 발표하면서 "지원 회계는 교비회계 또는 산단 회계 중 대학 여건에 따라 선택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책 시행 사항을 결정하는 데 있어 교육부가 다양한 입장에 좌우될 것이 아니라 명확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 전문대학 기획처장은 “동일한 사업을 하면서 사업비를 대학마다 다르게 집행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교비회계로 사업비를 집행할 수 있게 됐다는 점 때문에 반색한 전문대 관계자들 역시 교육부의 결정이 명확하지 않은 점에는 의문을 표했다. 

교육부가 교비회계 집행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산단회계 집행을 막지 않은 것은 국공립전문대학과 산학협력단의 입장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산단회계로 집행해야 한다는 주장에서도 문제점이 있어 결국 교비회계로 사업비를 집행하도록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사업비 지급 및 집행에 대해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가 교육부에 전달한 ‘전문대학 혁신지원사업 관련 건의’에는 국고지원금을 교비회계에 통합 편성해 줄 것을 요청하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반면 국공립전문대학에서는 교육부에 산단회계 편성을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산단회계는 집행 후 심의가 가능하지만 교비회계는 국공립대학 특성상 재정위원회 심의‧의결을 통해 추경을 편성해야 집행이 가능해 절차적‧시간적으로 복잡하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즉 교비회계 집행 절차가 보다 까다로워 산단회계로 집행되길 바란다는 것이다. 그러나 교비회계로 국고 집행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점과 일부 대학의 편의를 위해 국고 집행 방식을 대학 자율로 두기에는 무리가 있어 설득력이 다소 떨어진다.

한 전문대학 관계자는 산단회계의 부작용을 우려하기도 했다. 그는 “산단은 단장이 단일 이사인 구조라 교무위원회, 대학평의윈회, 이사회 등 다양한 의사결정 기구의 심의를 거치는 교비회계에 비해 집행 절차가 간단하다. 이 때문에 일부의 견해로 산단의 운영이 좌우되는 경우도 발생한다”고 말했다.

산단회계로 집행되지 않을 경우 산학협력단의 역할이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도 교육부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그간 산단이 전문대학교육역량강화사업, 특성화전문대학육성(SCK)사업 등 전문대학에 대한 주요 국고지원 사업을 추진하면서 사업비도 산단회계로 집행돼 왔으나 이들 사업이 종료된 후 진행되는 이번 전문대학 혁신지원사업이 산단회계로 집행되지 않으면 산단의 역할과 수입이 감소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혁신지원사업이 기존 특수목적형 방식이 아닌 대학 중장기 발전계획에 따라 혁신과제를 추진하는 일반재정지원 방식 사업이고, 산학협력단은 법적으로 산학연협력에 관한 업무를 관장하는 조직이라고 규정된 만큼 일반재정지원사업이 산단회계로 집행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대학 한 관계자는 “산단은 학교법인과 별도의 특수법인이다. 일반재정지원사업을 산단회계로 집행하는 것은 기업의 개념으로 보면 자회사가 국고를 받아 그룹 전체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하며 “사업 목적을 설정한 다음 그 한도 내에서 사업을 수행하는 것이 특수목적형 사업이고 일반재정지원 사업은 학교 교육을 위해 제한 없이 사용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이유로 혁신지원 사업비의 산단회계 편성을 고집할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따라서 교육부가 혁신지원사업의 사업비 집행을 교비회계로 하도록 통일해 혼란을 막는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전문대학 혁신지원사업 기본계획 최종안은 공청회 등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1월에 발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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