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지원사업 ‘발전계획서’ 제출 앞두고 공백 ‘아쉬움’
“장기화 될 경우 산적한 당면 현안추진에 걸림돌”

[한국대학신문 이현진 기자] “대학은 총장이 세운 중장기발전계획을 바탕으로 운영되는데 총장 없이 직무대리 체제로 운영되면 학사행정도 표류할 수밖에 없다. 기간이 길어질수록 해당 대학은 현재사회 적응력이나 미래 대응능력이 상쇄될 수밖에 없다.”(박남기 광주교대 전 총장)

서울대가 지난해 8월 열린 후기학위수여식에서 개교 이래 처음으로 ‘총장직무대리’ 명의 졸업장을 수여했다. 몇 달째 이어진 ‘총장 공석’ 사태 여파다.

  구분 대학명 직무대행 명 상황
1 사립 경희대학교 박영국 학내 선출중
2 국립 공주대학교 박달원 직선제로 변경해 학내 선출 중
3 국립(법인) 서울대학교 박찬욱 오세정 신임 총장 임기 예정
4 사립 안양대 미정 공석
5 국립 전북대학교 고동호 1순위 후보 교육부 추천 상태
6 사립 한국기술교육대학교 오용택 학내 선출중
7 사립 호남대학교 박상철 공석
8 사립 덕성여자대학교 윤희철 학내 선출중
9 국립 순천대학교 성치남 총장 직선제 시행 위한 학칙 개정 추진 중
10 사립 조선대학교 김재형 2월 총장 선거 예정
11 사립 중원대학교 김두년 공석
12 사립 부산장신대학교 탁지일 학내 선출중
13 사립 신경대학교 이서진 공석
14 사립 제주국제대학교 김보영 학내 선출중
15 사립 예원예술대학교 김성남 공석
16 사립 총신대학교 김광열 학내 선출중
17 국립(교육) 광주교육대학교 고재천 학내 선출중

전국 200개 4년제 대학 중 17곳이 총장 공석 상태로 새해를 맞은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대를 비롯해 경희대·공주대·광주교육대·덕성여대·부산장신대·순천대·신경대·안양대·예원예술대·전북대·조선대·중원대·제주국제대·총신대·한국기술교육대·호남대 등이 총장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 중이다.

대학이 학령인구 감소로 구조조정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학내 리더십 공백에 따른 행정 운영상 어려움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오는 2월 중순까지 대학혁신지원사업 발전계획서 제출을 앞두고 중장기발전의 ‘큰 그림’을 그릴 총장 공백이 대학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국립대 5곳 총장 직무대행 체제…공주대, 6년째 ‘최장’= 총장 공석 대학 17곳 중 5곳은 국립대다. 국내 최고 상아탑이라고 일컬어지는 서울대는 난해 7월 차기 총장 최종후보였던 강대희 의과대학 교수가 성추행·논문표절 의혹으로 후보에서 사퇴하면서 초유의 총장 궐위 사태를 맞았다. 지난해 6월 성낙인 전 총장의 퇴임 이후 서울대 총장은 7개월째 공석 상태다. 차기 총장으로 오세정 전 바른미래당 의원(물리·천문학부 명예교수)이 선출된 상태다. 오 명예교수는 향후 교육부장관의 임명 제청과 대통령 임명을 마치는 대로 공식 임기를 시작한다.

전북대는 지난 10월 29일 총장 임용후보자 선거를 치르고 곧바로 11월 9일 교육부에 임용 후보자로 1순위 김동원, 2순위 이남호 교수를 추천했다. 지난해 12월 13일 이남호 전 총장 이임식을 끝으로 전북대는 차기 총장 임명을 기다리고 있다.

광주교대는 세 차례 임명 무산 끝에 네 번째 총장 후보를 선출하고도 교육부 추천 절차를 미루고 있어 학내 내홍이 일고 있다. 지난 11월 총장 임용 후보자 선거를 통해 1순위 최도성 과학교육과 교수, 2순위 염창권 국어교육과 교수를 후보로 선출하고도 교육부 추천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 측은 규정에 따라 연구윤리위원회 등의 검증 절차를 진행하고 있어 조만간 검증 결과물을 총장추천위와 총장 직무대리에게 제출할 계획이라는 입장이지만 학내에서는 내부 계파 간 갈등이 총장 선출이 늦어지는 원인이라는 의혹도 나온다.

국립대 중 총장 공석이 최장기화되고 있는 공주대는 6년째 새 총장을 맞지 못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10월 1순위 후보자 김현규 교수를 잇따라 임용 제청 거부했다. ‘총장 공석’ 기간 동안 공주대에는 각종 어려움이 따랐다. 공주대 한 관계자는 “총장 부재가 이어지면서 지난 1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아쉬운 점수를 받았고 ‘총장 면담점수’가 평가지표로 있던 일부 재정지원사업에서도 고배를 마셨다”고 토로했다.

공주대는 최근 총장 선거를 직선제로 바꾸고 새로운 총장을 뽑을 준비를 하고 있다. 최준열 공주대 기획처장은 “한창 총장 선거를 위한 내부 회의를 거치고 있는 단계로 오는 2월 중순을 목표로 일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 역량진단평가가 총장 ‘살생부’로 = 대학가 핫이슈로 꼽히는 ‘대학역량진단평가’도 대학 총장 ‘운명’에 변수로 작용했다. 순천대와 조선대 등은 지난해 교육부 대학기본역량진단평가에서 ‘역량강화대학’으로 진단 받은 결과가 총장 사퇴로 이어지며 공백을 메우지 못하고 있다.

국립대로서는 드물게 기본역량진단에서 역량강화대학으로 분류된 순천대는 곧바로 총장 사퇴 수순을 밟았다. 조선대도 강동완 총장과 김하림 부총장 등 주요 보직교수들이 대학 기본역량진단 결과에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직무대리로 운영 중인 대학은 오는 2월 중으로 기한된 ‘발전계획서’ 마련을 두고 고심이 깊다. 재정 지원과 함께 실추된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잡기 위해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다.

대학 한 관계자는 “A대학의 경우 규모가 크지 않아 학생 감축은 큰 의미가 없겠다는 판단하에 지난해 평가계획 시 학생 수를 줄이지 않았는데 그게 평가에서 발목을 잡아 역량강화대학으로 진단받았고 사퇴한 총장을 두고 대학 본부는 아직까지 책임을 묻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 “중장기발전 계획 어렵고 적립금 마련 ‘걸림돌’…사업지원조차 못한 곳도” = 총장 없이 직무대리 체제로 운영 중인 대학들은 사태가 길어질수록 학사행정은 표류하고 애꿎은 학생에게까지 피해가 이어진다고 토로한다. 중장기 대학발전계획과 구조개혁 등 산적한 현안 해결에도 어려움이 따른다.

총신대는 종합대로 분류돼 대학기본역량평가사업 대상이지만 지난해 김영우 전 총장의 비위가 드러나며 학내 내홍이 깊어져 사업에 참여하지 못했다. 결국 ‘진단제외대학’에 포함됐다. 총신대 한 관계자는 “지난해 김 전 총장의 비리가 드러나며 ‘총장 파면’을 요구하는 구성원들의 목소리와 학내 점거사태 등이 벌어져 도저히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외활동을 넓히며 대학 발전기금 확충에 힘써야 할 총장이 자리를 비우며 대학재정에도 피해가 갈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B대학 전 총장은 “총장시절 열심히 뛰어 마련한 대학발전기금이 총장 직무대리 체제로 진행되며 막히고, 오히려 적립된 발전기금마저 고갈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서울소재 C대학 처장은 “어차피 중장기계획을 잘 세워놔도 교육부 사업에 따라 맞출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당장의 총장 공석이 대학 운영에 직격타가 되지는 않는다”면서도 “그래도 총장이 있으면 지도력으로 사안을 이끌기 때문에 모든 면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전 총장도 “대학은 총장이 마련하는 중장기계획을 큰 틀로 운영되는데 총장이 없으면 산소호흡기로 연명하며 골격이 허물듯 약화될 수밖에 없다”며 “행정직원의 업무조차 총장의 지시하에 진행되는 것들이 많은데 총장 공석에선 동력을 잃은 채 최소한의 것만 수행하게 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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