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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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신문 김의진 기자] 기해년(己亥年) 새해가 밝았다. 다시 한 해를 시작하며 많은 이들이 수많은 약속과 계획으로 2019년을 시작할 것이다. 고등교육계에도 올해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올해는 대학 기본역량 진단 결과에 따라 일반대에는 대학혁신지원사업으로, 전문대에는 전문대학혁신지원사업으로 대학 재정지원사업이 개편되고, 올해 여름에는 강사법이 시행된다. 또한 대학 평생교육체제 지원사업에 전문대학도 참여하게 된다.

모두 대학의 재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굵직한 이슈들이 시작되는 해이며, 학령인구 감소로 대입 인원이 처음으로 역전되는 해이기에 아무래도 기해년은 대학들의 재정적 격동의 서막이 되는 해라고 해도 될 듯하다. 그런 의미에서 어느 때보다 올해는 우리 고등교육계에 올바른 판단과 정책적 지원이 있어야 할 한 해가 됐으면 한다.

우리 국민들은 작년 한 해를 특징짓는 사자성어로 ‘다사다망(多事多忙)’ ‘고목사회(枯木死灰)’ ‘노이무공(勞而無功)’을 선택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지냈지만, 아무런 의욕도 없고 보람이 없는 한 해를 보냈다고 풀었다. 대학 역량진단평가 등 각종 평가 준비로 대학 현장의 모든 교육은 마비됐으며, 평가 결과로 인한 대학 구성원들의 상처, 대책 없는 찍어내리기 식의 강사법 파동은 이른바 ‘소통’하겠다는 정부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특히 전문대학과 고등직업교육 전문가들의 관심이 높았던 ‘평생교육훈련 마스터플랜’ 공청회로 해외 선진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며 교육계가 들끓었을 때, 우리 교육부 당국자들은 “우리의 것을 발전시킬 때”라는 말로 ‘소통’이 아닌 의견을 ‘소탕’했다.

해외 선진국들이 고등직업교육을 중심으로 교육개혁을 진행하고 있는 지금, 우리나라 교육 정책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교육부는 장관이 바뀌었으며, 전문대학정책과의 수장도 교체됐다. 한 전문대학 관계자는 이러한 당국자들의 교체를 보며 “딴 데서 직업교육에 대해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고 얼떨결에 들어와 어느 정도 업무파악을 할 때쯤 나가는데, 어떻게 올바른 정책이 기획되겠나”고 씁쓸해 했다.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고등직업교육 정책 부재의 첫 번째 배경은 전문대학 교육 현장에 대한 고도의 ‘무관심’이다. 두 번째는 고등교육을 ‘학문·연구’와 ‘직업 중심’의 두 축으로 나누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을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는 ‘무지’다. 세 번째는 확고한 철학이 없이 여론으로 위장한 기득권 세력에 휘둘려 정책이 좌지우지되는 ‘무능’이다.

고등직업교육에 대한 교육부의 무관심과 무지, 무능은 작금의 차갑고 싸늘하게 식어가는 전문대학의 민낯을 낳고 있다. 전문대 구성원들이 점차 꿈을 잃고 있고, 정부에 걸었던 희망도 점차 약해져가고 있다는 통념이 이미 만연하다.

앞으로 대학 본부는 폐교를 걱정해야 하며, 교수들은 한 명의 학생이라도 우리 대학에 입학시키기 위해 고등학교를 전전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온전한 직업교육이 이뤄지기 힘들다. 교육 현장의 근본이 흔들리는 이 상황을 올바로 들여다보길 바란다. 대학 구성원들의 고단한 삶을 어루만질 수 있는 따뜻한 정책을 기대한다.

어찌됐든 새해는 밝았고, 예정돼 있는 재정지원사업과 강사법 등 정책도 시작된다. 차갑게 얼어가는 교육현장을 녹일 수 있는 고등교육 정책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정부의 정책이 교육 현장에서도 온전히 그 취지와 목적에 공감하는 그런 정책을 기대한다.

이러한 정책은 무엇보다 교육 현장에 대한 관심과 연구, 고민이 밀착된 데에서 나온다. 교육정책을 만든다면 적어도 당국자들이 교육 현장의 삶 속에 들어와 있어야 하는 것이다. 당리당략을 넘고, 이해당사자의 유불리를 넘어, 모든 교육기관, 모든 세대, 모든 구성원이 더불어 살 수 있는 한 해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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