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제욱 서울 서대문구ㆍ 교직원

유제욱
유제욱

지난 정권은 서민들의 가계 사정을 어렵게 하는 사회악으로 고액등록금을 징수하는 사립대학을 지목했고 정부와 언론의 포화에 대학은 졸지에 서민들의 등을 쳐서 적립금이나 쌓아놓은 부도덕한 집단으로 전락했다. 그 이후 10년 동안 대학들은 줄곧 등록금을 동결하거나 인하했고 바뀐 정권도 그 정책기조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한국장학재단은 대학이 전년도 평균등록금 대비 10원이라도 등록금 인상 시 국가장학금을 지원해주지 않는다. 교육부는 등록금 인상 대학에 대해 각종 재정지원 사업과 평가에서 불이익을 주고 있다. 대학이 수십억에 달하는 국가장학금을 포기하고, 각종 재정지원 사업과 평가에서 불이익을 감수하고 등록금을 인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등록금 인상의 법정 기준은 3개 연도 평균소비자물가 상승률 대비 1.5배까지지만 이러한 규제 때문에 실질적으로 등록금 인상은 그림의 떡일 뿐이고 정부의 반값등록금 정책 시행 이후 지난 10년 가까이 대학은 등록금 인상을 하지 못하고 있다.

등록금이 동결 또는 인하되는 동안 대학 교직원의 임금 또한 지속적으로 동결돼왔다. 등록금이 동결되면 대학은 현실적으로 임금을 인상할 재원을 마련하기 어렵다. 국고보조와 외부 기부금 등은 사용 목적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인건비로 사용할 수 없다. 지난 10년간 기업과 공공부문의 임금이 연간 평균 3%씩 인상됐다고 가정한다면 단순 계산으로도 대학 교직원은 상대적으로 30% 이상 임금 저하가 돼왔으며, 그동안의 물가 인상을 감안하면 수입 감소로 인한 대학 교직원들의 고통은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시쳇말로 10년 동안 내 월급 빼면 모든 것이 오른 것이다.

반면에 사립 초·중·고의 경우 재정결함보조금이란 명목으로 교직원인건비 90% 이상을 정부에서 지원하고 있다. 그리고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분 보전을 위해 수조원의 세금을 투입해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감소분을 보전하고 신규채용 인건비, 고용유지비 등 근로자 임금 보전과 경영 지원을 위해 사기업에까지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학 진학률은 80%에 육박하고 있다. 그리고 전체 대학 중 사립대학의 비중이 80%다. 대학교육은 선택이 아닌 필수 교육이 된 지 이미 오래다. 대학은 입시에서부터 정원관리, 등록금 등 주요 정책이 정부의 정책 방향에 따라 좌지우지되고 정치권이든 시민사회단체든 한 입으로 대학교육의 공공성을 강조하고 있다. 대학은 정부의 정책에 순응했고 국가교육과 경제, 사회 발전에 기여해 왔지만 그동안의 노력에 대한 보상은 차치하고 대학 교직원들은 10년 가까운 임금 동결의 고통에 신음하고 있다.

대학교육의 공공성을 인정하고, 대학재정의 건전성을 확보하고 대학 교직원의 삶의 질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사립 초·중·고와 마찬가지로 국고지원금을 인건비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거나 등록금 인상의 보이지 않는 규제들을 풀어야 한다. 우는 아이에게 떡 하나 더 준다는 속담이 있지만 세력화되지 않고 언론에서 관심 가져주지 않는다고 해서 모른 척하고 방치한다면 성숙한 사회가 아니다. 대학에만 희생을 강요하는 여론몰이는 중단돼야 한다. 등록금 동결 10년의 그늘 속에서 대학교직원들은 고통받아 왔다. 이제는 고통을 마무리해야 할 시점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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