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종경 대구가톨릭대 수업학적팀

남종경 대구가톨릭대 수업학적팀 직원
남종경 대구가톨릭대 수업학적팀 직원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기름을 제때 넣지 않아 낭패본 경험이 있다. 조금만 더 가서, 더 가서 하다가 차가 서버렸다. 사전에 주유를 했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라 자책해보지만 때는 늦었다.

지금 대한민국의 교육이 딱 그런 형국이다. 지난해 불거진 사립유치원 비리 사태만 봐도 그렇다. 국민 세금이 지원되는 마당에 여태껏 회계 투명성 하나 제대로 감독할 시스템이 없었다는 것은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사립유치원 사태는 마땅히 해야 될 일을 지금껏 하지 않은 결과의 산물이다. 정부지원금과 학부모들의 피 같은 원비는 그렇게 유치원 원장들의 쌈짓돈으로 전락했다.

사립유치원들의 비리와 부정실태가 드러난 것이 근래 들어 갑자기 생긴 문제인가. 되짚어보면 정부지원금이 들어간 이후 줄기차게 제기돼 온 문제들이다. 곪아터지기 전에 충분히 해결될 수 있는 문제였다. 불투명한 회계시스템이 문제였다면 그것을 정비할 시간도 충분히 있었다.

자그마치 매년 2조원가량의 국가재정이 유치원으로 투입된다. 국민혈세로 이런 문제를 감시하고 책임을 묻는 제도가 진작에 마련됐어야 했다는 점에서 정책당국의 무책임함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아이들을 위한 유치원이 아닌 일부 어른들을 위한 유치원이었다는 것이 밝혀지고, 국민적 성토가 빗발치고서야 유치원 비리근절 3법이 제기됐으나 폐원 협박과 사유재산 침해라는 어불성설에 가로막혀 법안소위의 문턱조차 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려 하니 소 훔친 도둑이 되레 성내는 격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일에 교육 공공성 강화와 회복이 지연돼선 안 된다. 사후약방문이 된 격이지만 지금이야말로 유치원 개혁의 적기다. 저출산 대책, 아이 키우기 좋은 세상을 백날 외쳐봐야 유치원 문제 해결 못 하면 모든 게 공염불이다.

위기에 빠진 교육은 유치원뿐만이 아니다. 한 여자고등학교에서 불거진 중등교육의 문제, 비리 사학재단과 대학으로 점철되는 고등교육의 문제 등 대한민국 교육의 시작부터 끝까지가 온통 문제로 덮여있다. 드러난 것은 빙산의 일각이다. 교육의 총체적 난국이다.

국가적 재난이나 참사가 따로 있지 않다. 우리 사회에서 교육이 갖는 의미와 중요성을 가늠한다면 교육은 단순한 교육차원을 넘어선다. 부존자원 하나 없던 대한민국이 오늘날 이만큼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교육의 역할이 컸다. 그런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교육’이 오늘날 우리 사회곳곳을 병들게 하고 비리의 온상으로 전락하고 있다.

종두득두(種豆得豆)의 교훈이 콩밭에만 적용되진 않는다. 올바른 씨앗을 수확하는 것도 튼튼한 토양, 깨끗한 토양이 있어야 가능하다.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인재양성도 부패 없는 청렴사회를 선도할 사회조성, 성숙한 시민사회 형성도 모두 교육에서 비롯된다. 교육입국이라는 원대한 사명과 이상도 현실의 교육환경을 떠나서 생각할 수 없다. 이 땅의 교육환경에 대한 냉엄한 평가와 성찰이 필요한 이유다. 교육이 바로 선 나라, 그것이 나라다운 나라다. 교육이 살아야 나라도 산다.

현실을 직시하면 해야 할 일이 보인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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