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국 대학의 위기는 어디서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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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치용 미국 코넬대 바이오메디칼엔지니어링 (바이오의공학과) 연구원
엄치용 미국 코넬대 바이오메디칼엔지니어링(바이오공학과) 연구원
엄치용 미국 코넬대 바이오메디칼엔지니어링(바이오공학과) 연구원

대학의 위기를 총장, 학장, 교수 모두 대학 관련자들로부터만 들어왔다. 대학에 몸담은 사람들은 현재 한국 대학의 위기가 궁핍한 재정난에서 왔다고 말한다. 반값등록금으로 헐렁해진 지갑에, 대학으로 들어오는 정부 돈이 적으니 내실 있는 대학을 운영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학령인구 감소는 미래의 위기를 더 부채질할 것이라 우려한다. 그리곤 정부가 많은 예산 지원을 하는 공영형 사립대학이 대안이라고도 말한다. 수요자 관점에서 바라본 한국 대학의 문제점은 어떨까?

1995년 이후 17년간 한국에서는 건물과 땅, 교원과 수익용 기본재산만 갖추면 누구나 대학을 만들 수 있었다. 재정자립도는 물론 교육철학도 없는 수많은 대학이 우후죽순처럼 만들어졌다. 학생 머릿수가 대학 운영 재원의 거의 전부였으니 이들 대학의 교원은 여름방학이면 인근 고등학교를 영업사원처럼 찾아다니며 학생 수혈에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 학생영입에 실패한 학과나 교수는 주홍글씨가 새겨졌고, 심지어 강제로 학교를 떠나야 했다. 반면 20개 이상의 대학은 1000억원대 이상, 그 밖의 대학도 수백억원의 적립금을 가지고 있지만 학교는 학생들을 위해 이 돈을 풀지 않는다. 내 돈은 넘쳐나도 내 허기를 국가가 채워주길 갈망했다. 그러면서 대학은 정부가 제시한 기준에 따라 갈팡질팡했다. 학과 이름을 바꾸고 학과가 통폐합되고 헤쳐 모여가 반복되기도 했다. 새로운 커리큘럼이 제시됐으나 교원은 충원되지 않았다. 부실 대학 난립과 스스로 발전을 등한시한 대학이 부지기수였음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대학은 어떤 기능을 수행하는 주체일까? 대학은 지식과 연구 그리고 봉사를 수행하는 주체라 말하고 있다. 많은 교수가 연구실적에만 혈안이 돼있는 동안 새로운 교수법 개발은 늘 뒷전이었다. 교육 수혜자인 학생의 많은 불만은 낡은 교수법에서 비롯된다. 일방통행식 지식전달이라면 차라리 학생들은 지식에 대한 목마름을 위키피디아나 유튜브를 비롯한 다양한 인터넷 정보나 동영상만으로도 해소할 수 있다고 믿는다. 수준 높은 유명대학의 강의를 수강할 수 있는 시대다. 대학이 말하는 봉사도 사회봉사가 아닌 언론이나 방송 매체를 통한 학교 홍보를 의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학교는 하나의 기업이요, 교수는 하나의 직업군일 뿐이다.

대학의 역할은 무엇인가? 경제성장의 주 원동력이 지식이 되는 지식경제의 시대에서는 교육이 개인의 번영은 물론 사회 유동성의 근간이 된다. 어떤 이는 대학이 새롭게 도래할 시대에 맞는 직업군을 길러내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더해 창업을 통한 사회경제적 가치까지 창출해내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기도 한다. 그러나 대학이 경제적 가치를 최우선으로 여긴다면 기업과 다를 바 없다. 우리 대학교육이 실패한 것은 일상적 가치, 도덕과 철학보다는 개인의 성공에만 가치를 두었기 때문은 아닐까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미국의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에 들어가면 ‘인류를 위한 연구’ ‘인류를 위한 혁신’이란 글귀의 현수막이 눈에 띈다. 나의 지식과 연구가 인류를 위해 쓰인다는 철학이 교육의 바탕에 깔린 것이다.

궁극적으로 대학은 사회에 어떻게 이바지해야 하는가? 많은 대학은 개척 없이 내일이 없고, 개척은 교육의 혁신을 통해 이뤄진다고 말한다. 그러나 교육의 혁신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이도 드물다. 대학은 인간의 열망을 정의하기 위해 과거를 조명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곳이어야 한다. 최상으로 산다는 것은 무엇이며, 미래의 나는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기를 원하는지 물음을 할 수 있는 곳이 대학이어야 한다. 독서가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독서 자체가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을 주듯, 배움은 궁극적인 답을 얻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좋은 질문을 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한다. 가치에 대해 고민하고, 좋은 질문을 할 수 있는 인격체를 키워낼 수 있는 곳이 대학이어야 한다.

수험성적표를 받아든 학생들의 치열한 정시 대학지원이 끝났다. 

학생들의 고민만큼 대학은 대학의 본질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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