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通] 읽을 만한 책 좀 추천해줘
[대학通] 읽을 만한 책 좀 추천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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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영 서강대 로욜라도서관 수서정리팀 부장
정재영 부장
정재영 부장

오랫동안 알고 지낸 선배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몇 마디 안부를 주고받은 후, 다짜고짜 질문이 시작됐다.

“요즘 읽을 만한 책 뭐 없냐? 너 도서관에 있으니까 잘 알 거 아냐.”

사실 이런 질문은 도서관에 근무하는 사서들에겐 익숙한 질문이자 참으로 난감한 질문이다.

“네? 어떤 분야의 책을 좋아하는데요? 뭐 이를테면 소설, 역사, 사회문제 등등.”

“어… 뭐 그냥 알아서 읽을 만한 책으로 몇 권만 추천해줘.”

“소설도 종류가 추리소설, 역사소설, 다큐소설, 연애소설, 그리고 요즘 학생들이 많이 읽는 무협소설이나 판타지소설 등이 있고 유형도 단편, 중편, 장편이 있는데….”

“그냥 알아서 찾아봐줘, 요즘 아내가 텔레비전만 본다고 야단이기도 하고, 애들 앞에서 아빠가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기도 해서… 아무튼 재미있으면 돼!”

전화를 끊고 생각을 정리해 봤다. 이전에 책을 좋아하던 분도 아니고 그동안 어떤 책을 읽고 즐거워했는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추천을 한단 말인가? 판타지나 무협소설은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연애소설을 좋아할 것 같지도 않고, 사회문제나 현상을 다룬 미래서는 어려울 것 같고….

추천도 추천이지만 잘못하면 추천해준 책과 내 수준이 연관돼 질문이 돌아올 것 같다는 생각에 조금 심도 있는 책을 추천해볼까도 생각해봤다. 하지만 재미없는 책을 추천했다는 얘기와 함께 ‘너 도서관에 근무하는 거 맞아?’라는 말을 들을 게 뻔했다.

요즘은 재미나 감동을 주는 책 정도가 아니라 ‘느낌이 좋은 책’ ‘휴가철에 읽기 좋은 책’ ‘태교에 좋은 책’ ‘마음의 안정을 주는 책’ 그리고 ‘독후감 쓰기 편하고 좋은 책’에 대한 추천요구와 리스트가 성행한다. 그러고 보면 책을 선택하고 고른다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소소한 행복이 아니라 무거운 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사고(思考)의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지만 이것 못지않게 책을 선택하는 방법도 중요하다. 하지만 어려서는 엄마가 아이 두뇌개발에 좋다는 책을 시작으로 영어책까지 골라주고, 학교에서는 선생님이 정해 주는 권장도서 리스트, 논술 대비용 책 리스트를 읽는다. 그리고 대학에 들어가면 교수님이 수업에 필요한 부교재 리스트와 필독도서 리스트에 있는 책, 그러니까 ‘정해져’ 있는 책을 읽게 되니 ‘요즘 뭐 읽을 만한 책 있어?’란 질문을 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긴 대형출판사의 베스트셀러 리스트와 일간신문의 책 소개 코너까지 있으니 나이가 들어서도 힘들여 읽을 만한 책을 고르고 선택할 필요가 없긴 마찬가지다.

책을 고를 때 한 주제분야를 정해놓고 그 분야의 책을 다양하게 찾아 읽거나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연대기 순으로 읽어보는 것이 좋다. 책을 읽는 것을 넘어 다양한 시선과 시간적 흐름에 따른 변화까지 덤으로 얻게 되니 이보다 더 좋은 독서 방법이 있을까?

책에 대한 관심을 갖는 것만으로도 출발은 한 셈이고 그 다음은 어떤 책을 읽을 것인가를 고민하고, 읽은 책의 느낌과 감상을 간단하게 적어 놓은 후 시간이 지나 읽어보는 것도 재미가 쏠쏠하다.

이제 사서는 독서와 정보전문가로서의 역량만이 아닌 심리분석과 대인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지식도 필요할 듯싶다.

문자로 답장을 보냈다.

“선배님~ 시간 날 때 아이들하고 도서관이나 서점에 한번 들러 보세요. 읽고 싶은 책이나 재미있게 읽은 책을 발견하면 연락주세요. 비슷한 종류와 유형의 책으로 줄줄이 안내해 드릴게요. 건강하세요.”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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