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교육부, 대학혁신지원사업 의미 퇴색시키지 말라
[사설] 교육부, 대학혁신지원사업 의미 퇴색시키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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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혁신지원사업이 시행을 앞두고 있다. 올해 예산 규모만 5688억원(자율협약형 5350억원+역량강화형 296억원+사업관리비 42억원)이다. 자율협약형 지원 대상들은 131개 자율개선대학들이고, 역량강화형 지원 대상들은 12개 역량강화대학들이다. 자율개선대학들은 별도 평가 없이 지원받는다. 역량강화대학들은 선정 평가를 거쳐야 한다. 

단 자율개선대학들도 올해와 달리 2020년부터는 성과 평가에 따라 예산이 차등 지원된다. 성과 평가 반영 비율은 20% 내외. 성과 평가 결과는 △A등급(1.2) △B등급(1.0) △C등급(0)으로 구분, 가중치가 적용된다.

특히 8월 1일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시간강사 대량해고 사태가 우려된다. 이에 교육부는 성과 평가에 총강좌 수를 반영할 방침이다. 한마디로 총강좌 수를 감축, 시간강사를 해고하면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교육부가 스스로 대학혁신지원사업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다. 시계추를 돌려보자. 교육부는 지난해 3월 22일 대학재정지원사업 개편계획을 확정, 발표했다. 하이라이트는 대학혁신지원사업이었다. 기존 5개 목적성 사업(ACE+·CK· PRIME·CORE·WE-UP)이 일반재정지원사업(대학혁신지원사업)으로 변경됐기 때문이다.

명분은 대학 자율 강화. 당시 교육부는 “기존 대학재정지원 사업과의 차이점은 대학이 스스로 수립한 ‘중장기 발전계획’에 따라 재정을 지원하고, 사업비도 발전계획에 부합하도록 자율 집행을 허용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박근혜 정부와 대조적이었다. 박근혜 정부는 ‘돈으로 대학 줄 세우기’ ‘특정 대학 몰아주기’ 논란에 휩싸였다.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의 적폐 청산을 기치로 출범했다. 따라서 대학재정지원사업 개편도 박근혜 정부와의 선긋기였다.

대학들의 기대가 컸다. 그런데 대학혁신지원사업 시행 이전부터 대학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성과 평가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 아니다. 성과 평가는 대학재정지원사업 개편 발표 당시부터 이미 예고됐다. 또한 대학들의 책무를 강화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문제는 성과 평가 지표에 난데없이 시간강사 내용이 들어왔다. 물론 시간강사의 처우와 신분은 보장돼야 한다. 시간강사의 대량해고 사태는 더더욱 막아야 한다. 하지만 재정이 대학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등록금 동결·인하 장기화, 입학금 폐지, 대입전형료 인하, 기부금 수입 감소 등 모든 것이 대학 재정난의 현주소다. 교육부는 올해 강사 처우개선비로 288억원을 지원한다. 턱없이 부족하다. 실제 시간강사를 줄이지 않으면 연간 2000억원 이상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설상가상으로 시간강사를 해고하면 대학혁신지원사업에서 불이익을 받는다. 대학혁신지원사업의 명분은 대학 자율이다. 그러나 교육부는 시간강사 카드를 내세우며 대학을 옥죄고 있다. 역대 정부에서 재정지원을 빌미로 대학을 통제한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오죽하면 “문재인 정부 들어서 대학에 자율성을 부여할 줄 알았는데 평가 중심의 통제가 공고히 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겠는가.

교육부는 시간강사 문제와 대학혁신지원사업을 연계시키지 말라. 시간강사 문제와 대학혁신지원사업 연계는 근시안적 사고다. 대학들이 재정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면, 시간강사 문제도 해결될 것이라고 본다. 이를 교육부가 고민해야 한다.    

교육부는 대학혁신지원사업을 통해 한국판 애리조나주립대와 미네르바대의 탄생을 기대하고 있다. 그런데 대학 자율이 퇴색한다면, 한국판 애리조나주립대와 미네르바대의 탄생은 요원하다. 아직 시간이 있다. 대학혁신지원사업 기본계획 확정안에 변화가 있기를 기대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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