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순서’에 전전긍긍하는 대학들…입시철 ‘절정’
이름 ‘순서’에 전전긍긍하는 대학들…입시철 ‘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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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근원지 ‘사교육 공략’ 나서기도…수단·방법 총동원
학내 여론에 등 떠밀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사진=한국대학신문DB)
입시철이 되면 특히 대학들은 보도되는 대학명 순서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름 순서가 곧 대학서열을 반영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언론보도의 근원지인 사교육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대학들도 있다. 이같은 소모적인 행태는 학내 여론을 무시 못하는 대학 사정으로 인해 매년 되풀이되고 있는 실정이다. 사진은 정시박람회에 몰린 수험생들의 모습. (사진=한국대학신문DB)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입시철이 되면 언론지상에 대학 입학정보가 홍수처럼 쏟아진다. 수험생들이 주목하는 것은 대학들의 모집인원, 반영지표 등 대입전형 정보다. 입학 관계자들이 전하는 대입 관련 팁이나 성적에 관한 정보도 수험생들의 관심이 높은 부분이다.

하지만 정작 대학들이 주목하는 것은 따로 있다. 바로 자신들의 ‘순서’다. “우리 대학 이름이 왜 저기에 들어가 있는지”부터 시작해 “저 대학보다는 앞이어야 한다”는 등 순서를 놓고 대학들은 전전긍긍한다. 자음순으로 대학 이름이 배치되는 경우에는 별 말이 나오지 않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대학의 ‘까칠함’히 상당하다. 

대학들이 순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순서가 곧 대학의 위치, 나아가 ‘서열’을 반영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경쟁상대로 여기는 대학보다는 앞에 위치해야 한다는 생각이 깔려있는 것이다. 평소에도 순서에 관심이 많은 대학들이지만, 당장 다음해 신입생을 선발하는 입시철이 되면 이러한 경향은 절정에 달한다. 

특히, 예민하게 구는 것은 ‘주요대학’이나 ‘상위대학’을 꼽을 때 어김없이 이름을 올리지만, 앞이 아닌 중간에 머무르는 대학들이다. 서울대는 물론이고 고려대와 연세대 등은 별다른 홍보가 필요 없는 대학들이라는 점에서 순서에 예민하게 굴지 않는다. 언론 보도 정도로는 이미 공고히 쌓아둔 위상이 흔들리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험생들의 ‘선택’을 기다리는 이외 대학들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대부분 순서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나마 이들 대학은 사정이 나은 것인지도 모른다. 순서가 앞이냐 뒤냐가 아니라 우리 대학 이름도 넣어달라며 ‘포함 여부’부터 걱정해야 하는 대학들도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주요대학 등에 언급이 되게끔 해달라는 것. ‘비인서울’이라는 핸디캡을 지니고 있지만, 서울권 대학 못지않은 역량을 갖춘 대학들이나 인기 많은 대학들이 즐비한 서울권 내 ‘중상위권’ 대학들이 주로 여기에 해당한다. 

■이름 순서 어떻게 결정되나…입시기관發 자료 대부분 = 대학 이름이 언론에 보도되는 메커니즘을 들여다보면 순서는 기본적으로 자료 출처가 어디냐에 따라 정해진다. 자료를 재가공할 시간적 여유나 여력이 없는 언론들은 주어진 자료를 그대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정작 대학들은 이름 순서를 놓고 그간 언론에 직접적으로 항의하는 경우가 많았다. 아무리 입시기관에서 나온 자료라 하더라도 언론의 손을 거치면서 일정한 ‘방침’이 반영된 것으로 이해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처럼 언론이 특정한 시각을 바탕으로 대학 순서를 배치하는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수요자들의 인식’을 명분으로 대학 서열을 적극 반영해가며 자료를 재가공하기도 한다. 다만, 이 같은 사례는 많지 않다고 봐야 한다.

최근에는 다소 동향이 달라졌다. 언론 보도 메커니즘을 이해한 대학들이 언론이 아닌 입시기관에 항의하는 경우가 늘어났다. 그러면서 대학서열보다는 자음 순에 따라 대학을 나열하는 경우가 늘어나는 양상이다. 한 입시기관 관계자는 “예전에는 배치표나 대학별 대입정보를 만들 때 서울대로부터 시작해 고려대·연세대 등으로 이어지는 구도를 썼지만, 지금은 자음순으로 자료를 내고 있다. 서울권 대학들의 항의가 많이 들어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물론 입시기관들의 ‘방침’이 모두 동일한 것은 아니다. 여전히 대학서열이 반영된 순서를 즐겨 활용하는 곳이 있다. 2019학년 정시모집 예상합격선만 보더라도 대성학원·유웨이중앙교육·종로학원하늘교육 등은 자음순으로 대학을 배치했지만, 메가스터디는 서울대를 필두로 한 자료를 냈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대부분 언론은 여전히 입시기관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고스란히 싣는 것이 현실이지만, 입시기관의 성격이 더 짙은 일부 언론은 대학서열을 전략적으로 활용해가며 보도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사교육 공략하는 대학들…‘읍소’ 나서기도 = 결국 현재 수요자들이 언론 등을 통해 대학 이름과 순서를 접하는 데 있어 ‘키’를 쥐고 있는 것은 입시기관이다. 입시기관 태반이 사교육업체로 구성된 국내 현실상 대학들은 사교육 관계자들을 포섭, 순서를 앞당기고자 적극 노력하곤 한다. 사교육 관계자들을 주축으로 하는 골프 모임을 만들어 운영한다거나 그러한 모임에 적극 참여하는 대학들은 비교적 흔한 사례다. 또 다른 수도권 모 대학은 동문 사교육 관계자를 활용해 일종의 ‘회동’을 주선하는 데 열중하기도 했다. 

‘읍소’에 나서는 대학도 있다.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대학 관계자들이 먼저 사교육을 찾는 일이 다반사다. 만남을 거부하는 사교육 관계자에게 ‘얼굴 도장’을 찍기 위해 먼 거리를 내달리는 경우도 있다. 대학 홍보자료 등을 건네며 이뤄지는 이 만남에서는 경쟁대학과의 관계설정에 있어 고려를 해달라는 것이 강조된다. 

이렇게 해도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하는 경우 남는 것은 금전적 조치다. 홍보라는 명목으로 집행되는 광고 등을 통해 관계를 형성하고자 하는 것. 이 과정에서는 수천만원 이상의 금액이 오가게 된다. 별도 수입원이 있는 입시기관보다는 언론에 더 효과적인 방법이다. 최근에는 서울 서북권, 수도권 등지의 몇몇 대학이 상당히 공격적인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간혹 대학과 기관 간 ‘갑을 관계’는 뒤바뀌기도 한다. 원서접수 대행사를 운영하는 유웨이중앙교육과 진학사 등은 입시기관일 때는 대학에 ‘갑’이지만, 원서접수 측면에서 보면 ‘을’이 되는 복잡한 관계다. 이러한 기관에서 나온 자료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 대학들은 원서접수 계약을 놓고 윽박을 지르기도 한다. 몇 년 전 모 입시기관이 순서를 낮게 배치하자 한 대학이 항의 끝에 원서접수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후 해당 기관은 자사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다며 항의하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매년 자료 발표 시 그 대학을 제외시켜 빈축을 사기도 했다.

■‘소모적’인 것 알지만, ‘학내 반응’ 무시 못해 = 대학들의 노력과 달리 대학의 가치나 수요자들의 인식은 언론에 나오는 이름 순서로 결정되지 않는다. ‘인풋’이라 불리는 입시 결과를 시작으로 ‘아웃풋’으로 불리는 졸업생들의 실적, 이외에도 세계대학평가나 각종 정부재정지원사업 등 평가할 수 있는 지표가 산적해 있다. 이름 순서를 놓고 ‘일희일비’하는 행동이 소모적이라는 것을 대학들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대학들은 이름 순서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학내 항의’다. A대학 입학 관계자는 “우리 대학 이름이 경쟁대학보다 뒤에 처져 있으면 학생·교수들로부터 거센 항의가 들어온다. 민감하게 모니터링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순서가 아래인 경우 마치 ‘업무 태만’처럼 비친다는 것도 대학들을 움직이게 만드는 요인이다. B대학 입학관계자는 “경쟁대학보다 낮은 순서에 배치되면, 입학·홍보 담당 부처는 손을 놓고 있느냐는 성토글이 학내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일이 다반사다. 본연의 업무에 충실했음에도 비판을 받는 처지가 되는 것”이라며 “어쩔 수 없이 부지런히 입시기관들을 찾아다니며 우리 입장을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입시철에는 부단한 노력을 쏟는다. 자녀들의 대입 시기를 맞은 교수들이나 과외를 하며 대입상담도 겸하는 재학생들이 왜 우리 대학이 이 정도 수준이냐며 강하게 항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학내에서 바라보는 위상과 외부의 시각이 다른 데 대한 어려움을 성토하는 대학도 있다. 예전에 비해 위상이 많이 낮아지며, 입시결과가 예년만 못한 서울권 C대학이 대표적인 사례다. 해당 대학 관계자는 “학내에서 항의가 많이 들어오지만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단순히 항의·읍소한다고 해서 입시기관들이 우리 의견을 적극 반영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입시결과 등의 데이터를 반박할 방법은 없다고 봐야 한다. 현재로서는 기관들이 자음순으로 대학 순서를 배치해 주기만 바랄 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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