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기 청원고 교사

배상기 청원고 교사
배상기 청원고 교사

서울 한 고등학교에서 2학년 학생들을 컨설팅할 때였다. ​한 어머니와 학생이 함께 왔다. 2년 전에 독일에서 귀국해 고등학교에 다니는데 성적은 3등급 초반이었다. 한국 학교에 적응하면서 사교육 없이 혼자 공부하면서 거둔 놀라운 성적이었다. 발전 가능성도 매우 큰 것으로 판단됐다. 장래 희망은 독일의 오페라 하우스에서 음향을 담당하는 것이다. 그에 관련된 공부를 하는 대학에 가고 싶어 했다.

그렇기에 그 어머니는 아이가 좋은 대학에 가기를 바라고 있었다. 좋은 대학에 가기를 바라는 만큼 성적에 대한 욕심이 커서, 아이가 잘하는 일렉트릭 기타 연주를 그만두게 했단다. 기타를 연주하면 공부할 시간을 빼앗기기 때문에 원하는 성적을 거둘 수 없을 것이고, 그러면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없을 것이란 엄마의 분석에 의한 것이었다. 아이는 엄마가 원하는 대로 기타 연주를 그만두었는데, 어느 대학이든지 음향을 공부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필자는 내신 공부를 위해서 기타 연주를 그만두었다는 것은 잘못된 결정이라고 했다. 그 아이가 대학을 마치고 사회에 진출할 때에 그 아이는 자신이 꿈꾸는 음향을 다루는 일을 하고자 할 것이다. 그렇다면 기타를 연주하는 것이 음향을 공부하는 데에 방해가 아니라 큰 무기가 될 수 있다. 더구나 학생부종합전형을 준비한다면서 자녀의 뛰어난 재능인 기타 연주를 그만두게 하다니 말도 안 되는 것이다. 이 아이는 융합적인 인재의 특성을 갖고 있는데 말이다.

고등학교에서 지식의 기본은 교과서를 기초로 배워야 하겠지만, 그 교과서가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가르쳐주지 않는다. 교과서는 그럴 능력도 없다. 내신 공부에도 없다.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는 것 중에서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배워야 하는 것이 더 많다. 오히려 교과서를 모르고 공부를 하는 것이 인생에는 더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래서 필자는 저서 ≪중위권 내 아이 서울대 따라잡기≫에서 교과서를 뛰어넘는 공부를 해야 한다고 했다. 조승우도 그의 저서 ≪성적표 밖에서 공부하라≫에서 나와 같은 말을 했다.

고등학교 시절에 내신성적에 올인하는 것도 의미 있을 수 있다. 공부로 어느 정도의 성공할 가능성이 있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공부 이외에 잘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면, 아이들이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을까? 세상은 어떻게 변할지 모르며, 우리 아이들이 어떤 상황에 맞닥뜨릴지 모른다. 그렇기에 교과서 지식을 외우는 능력 이외의 재능을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으로, 교과서를 넘어서고 성적표를 넘어서야 가능한 것들이다.

​필자는 그 아이에게 기타를 계속 연주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기타를 연주한다고 해서 공부를 못 할 것은 아니다. 오히려 기타 연주와 밴드 활동을 하면서 성적을 잘 유지한 학생들도 있었다. 기타를 잘 연주할 수 있다면 그것을 계속 발전시켜야 한다. 공부와 함께 병행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 방법은 분명히 있다.

필자가 기타를 연주하라고 한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기타 연주를 통해서 공부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해소할 여지가 있다. 음악을 잘하면 집중력이 좋아지기 때문에 성적이 향상될 수 있다. 앞으로의 직업과 진로는 내신성적보다 다른 재능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아이가 음향과 관련된 일을 하고자 한다면 기타를 다루는 것은 매우 도움이 된다. 또한 음악은 인생을 풍요롭게 해 주기 때문에 새로운 진로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아울러 음향이라는 공학적 기술을 활용하는 데 음악은 인문학적 감성을 더 풍부하게 할 것이고, 그런 것이 앞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더 필요할 수 있다는 것 등등이 그 이유였다.

고등학교 시절에 무엇인가 잘하는 것은 축하할 일이다. 공부와 병행하면서 삶의 활력소로 활용하고 또 다른 진로로 발전시킬 수 있는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런 재능을 점수와 성적, 그리고 대학이라는 것으로 억압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우리 아이들의 재능이 공부보다 더 큰 인생의 기회와 성공을 가져다줄 수 있음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최근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열풍의 주역인 록 그룹 QUEEN도 공부 이외의 재능을 발전시켜 성공한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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