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희 유한대학교 총괄전략기획단 팀장

정원희 유한대학교 총괄전략기획단 팀장
정원희 유한대학교 총괄전략기획단 팀장

몇 년 전 국정감사를 앞두고 A국회의원이 전국 대학에 감사요청 자료로 10년간 대학홍보비 사용내역서를 제출하라고 해 난리가 났었다. 대학마다 “정신나간 것 아니냐”며 A국회의원 사무실과 교육부로 전화를 걸어 항의를 하자, 며칠 뒤 3년치 홍보비 사용내역서를 제출해 달라고 정정 요청한 적을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해 지방의 모 언론사에서 전국 대학을 상대로 2014년부터 5년간 홍보매체, 홍보단가, 홍보목적을 연도별, 일자별로 정보공개를 청구해 대학별로 정보공개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두고 전전긍긍 했다.

이와 같은 국정감사에서 일부 국회의원 요구자료 요청과 몇몇 언론사의 정보공개 청구의 유사한 점은 ‘일단 자료를 요청해 보고 아니면 그만이고’라는 갑질 심보가 깔려 있다.

일부 국회의원 국정감사 요청자료의 경우, 대학은 ‘그래도 요청자료이니까’ 바쁜 입시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요청자료를 준비해 제출하면 과연 감사자료 쓰이는 비율은 얼마나 될까 궁금하다.

또 몇몇 언론사 정보공개 청구자료의 경우, 한 줄 또는 한 장의 청구요청서로 대학은 ‘그래도 요청자료이니까’ 정신없는 입시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자료를 준비해 제출하면 과연 기사로 쓰이는 것은 얼마나 될까 궁금하다.

대학에서는 매년 내·외부감사를 통해 대학정보공시센터(대학알리미)와 한국사학진흥재단(재정정보시스템)에 대학운영과 관련된 모든 항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으며, 이를 허위로 공개할 경우 제재조치를 받는다.

하지만 국회와 언론사는 대학알리미나 재정정보시스템을 활용하지 않고, 무조건 대학에 자료를 요청한다. 제출된 자료로 국회는 국정감사의 인기있는 질문거리를 만들기 위해 감사기간 중 하루가 멀다 하고 대학에 자료요청 공문을 보내고 있으며, 언론사는 관심있는 기사거리를 만들기 위해 어제는 이렇게 오늘은 저렇게 대학에 정보공개 자료를 요청한다.

정부가 모든 국민에게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 만든 시스템보다는 아직까지도 수동적이고 수직적 관계로 대학을 생각하는 관료주의적인 성향을 버리지 않는 한 매년 감사기간에 국회의원의 의정활동보고서를 위해, 언론사의 특종기사를 위해 반복적인 행태는 계속될 것이다.

각설하고, 대학에서 근무하는 교직원으로서 제발 부탁한다.

“일단 질러보고 아니면 그만이고”라고 생각하지도 행동하지도 말아 주세요. 제발.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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