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공립대 육성 발전 위해 소통과 협력 시스템 강화해 나갈 것
부산 지역 국립대 힘 합쳐 지역산업과 기초학문 육성·발전방안 모색
약대 유치 도전… 해양수산물질과 육상자원 융합한 혁신적 신약 연구기반 마련

김영섭 부경대 총장은 지난해 12월 제 26대 전국 국·공립대학교 총장협의회를 책임질 회장으로 선출되면서 새로운 리더십을 확보해나가고 있다.[사진=한명섭 기자]
김영섭 부경대 총장은 지난해 12월 제 26대 전국 국·공립대학교 총장협의회를 책임질 회장으로 선출되면서 새로운 리더십을 확보해나가고 있다.[사진=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김준환 기자] 김영섭 부경대 총장은 2012년 제5대 총장 임기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연임에 성공하면서 올해로 7년째 학교를 이끌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제 26대 전국 국·공립대학교 총장협의회(이하 ‘국총협’) 회장으로 선출되면서 새로운 리더십을 확보해나가고 있다. 특히 국총협 회장으로서 국·공립대 발전과 위상을 높이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김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이 같은 점을 강조했다.

그는 “전국 국·공립대학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할 대학의 지식창출과 지역성장 역량 강화를 위해 더욱 정성을 다할 것”이라며 거점국립대학, 지역중심대학, 교육대학 등 전국 41개 국·공립대 총장들과 긴밀히 협의해 고등교육 혁신을 위한 산적한 현안 해결 등 국·공립대 육성 발전을 위해 소통과 협력 시스템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대한민국 고등교육의 정책 현안과 국총협 운영 방안 그리고 부경대가 당면한 이슈 등에 대해 김 회장을 직접 만나 들어봤다.   

- 시간 강사법은 대학가의 뜨거운 화두 중 하나다. 국·공립대 차원에서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어느 대학이나 마찬가지겠지만 11년째 등록금 동결, 정원 감축, 대학 운영비 인상 등으로 대학 운영이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이러한 재정 압박에도 불구하고 국립대 강사제도의 장점을 유지하기 위해 정부와 국회에 강사법 유예와 수정을 꾸준히 요구해왔다. 대학마다 상황이 다르겠지만 서로 공통된 사항을 시행령에 반영해 강사 보호와 학사 행정의 혼란을 방지하는 데 국립대가 적극 나서겠다. 이를 위해 국·공립대에서는 강사 채용, 복무, 평가, 복지 등 표준 매뉴얼을 만들어 공유할 예정이다. 특히 국립대는 사립대와 달리 강사에 관련된 여러 사안들이 법률에 의해 엄격한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어 국립대 간 정보공유와 실무자의 교육 등을 통해 대처해 나가겠다.”   

- 거점국립대 육성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표적 교육공약 중 하나다. 잘 실현되고 있다고 보나. 

“실현 속도를 놓고 분명 온도차를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항이 거점국립대를 집중 육성해 국립대 간 연합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는 것이었다. 여기에는 거점국립대 및 지역강소대 육성과 중규모 국립대가 포함돼 있다. 제도 개혁이 이뤄지려면 예산이 반영돼야 하는데 지난해 처음으로 국립대 지원을 위해 800억원이 따로 투입됐다. 올해는 국립대가 지역의 교육·연구·혁신의 거점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800억원에서 704억원이 늘어난 1504억원으로 대폭 확대됐다. 실제 사업 예산이 투입된다는 측면에서 올해가 매우 중요한 출발점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과 같이 어려운 국가 재정 상태에서 국립대만을 위한 재정항목을 하나 만들어서 투입한다는 것은 다른 정부들보다 진일보한 정책이라고 평가한다.” 

- 거점국립대 통합 논의는 어떻게 돼 가고 있나. 

“먼저 국립대 현황을 살펴보면 약 40개의 국립대 중 교육대 10개교, 특수목적대 6개교, 일반 국립대 23개교가 있다. 이 중 3000명 이상의 입학정원을 가진 대학은 10개교이고, 13개교는 중소규모 대학이다. 대학 숫자나 재학생은 우리나라 전체 대학의 약 20%에 불과하고 80%를 사립대가 차지하고 있다. 부경대는 1996년 부산수산대와 부산공업대가 종합국립대 최초로 통합하면서 탄생했다. 1990년 이후 14개의 국립대가 통합을 통해 구조조정을 한 바 있고, 통합과 정부의 정원감축 정책으로 약 10만 명의 정원이 줄어들었다. 다만 이제는 정부정책에 의한 통합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국립대 간 통합은 특수한 사정에 의해 일어날 수 있겠지만 정책적인 통합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립대가 위치해 있는 지자체의 고등교육기관으로서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어서다.”   

- 부산은 대한민국 제2의 도시라 불린다. 여기에 대형 국립대 2곳이 있는 지역으로 특히 부산에서 국립대의 역할이 크다고 보는데.

“인구절벽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지방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 부경대가 있는 지역인 부산을 비롯해 울산과 경남은 같은 생활권이자 문화권이다. 이곳 인구가 약 800만에 달한다. 인구 800만에 입학정원 3000명 이상인 대형 국립대는 3곳뿐으로 부산의 부경대와 부산대, 진주의 경상대가 여기에 해당된다. 지역 내 국립대가 힘을 합쳐 지역산업과 기초학문을 발전·육성시키는 데 중심체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 올해 예산 중 ‘공영형 사립대 기획연구비’ 명목으로 10억원이 확보됐다. 국립대 총장으로서 ‘공영형 사립대’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나. 

“공영형 사립대 정책에 대해 개인적으로 아는 것은 많지 않다. 다만 학령인구의 급감과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해 이러한 정책이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한 확신이 없다. 특히 사립대의 유지와 발전을 위해서는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단편적인 신입생 모집 이슈에서 벗어나 유학생 유치, 해외 분교 설치, 평생교육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과감히 규제를 철폐하고 기회를 확대해주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국립대는 국가에서 재정적 지원을 받아 여유가 있으니 인문학 등의 기초학문 보호·육성에 중점을 두는 반면, 사립대는 취업교육 방향으로 가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으로 미뤄볼 때 국립대와 사립대 간 차별화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체적인 내용을 들여다봐야 한다. 부산으로 예를 들면 부산에 14개 대학이 있다. 이 가운데 물리학과를 운영하는 곳은 부경대와 부산대 단 2곳에 불과하다. 면밀히 들여다보면 지방 사립대의 경우 기초학문분야는 거의 포기한 상태다. 그나마 대형 국립대가 유지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보통 한 학과당 40명 정원에 교수 7~8명을 배치한다. 하지만 부경대의 경우 물리학과, 응용수학과, 화학과 등에 각각 16명, 14명, 14명의 교수를 배치해 운영하고 있다. 특히 우리 대학은 바다와 접한 지역이어서 바다를 가장 오래 연구했을 뿐만 아니라 그동안 쌓아은 수산해양과학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바다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사립대가 할 수 없는 영역이기도 하다.”   

- 정부의 고등교육정책에 대해 사립대 자율권이 너무 없다는 지적이 많다. 국립대 입장에서 보면 어떤가.

“전적으로 공감하는 바다. 그동안 정치·사회적 측면에서 대학에서 나왔던 이슈는 크게 ‘민주화’와 ‘자율화’ 2개의 화두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과 같은 시대적 상황에서는 민주화보다 자율화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국내 대학들이 질적·양적으로 성장한 만큼 대폭 규제를 완화하고 자율화에 방점을 둔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 중국 베이징대가 런던 분교에서 학생들을 모집한다고 하는데 국내 최고 대학이라는 서울대는 규제 때문에 이런 게 불가능하지 않은가. 이제는 정부도 대학과 협력을 모색하고 자율화를 통해 해외에서 우리 대학의 역할을 적극 확대해야 한다.”  

- 부경대에 재학 중인 외국인 유학생 규모는.

“1500여 명의 규모다. 중국인 유학생이 60%, 베트남·미얀마·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유학생이 40%가량 된다. 사실 알고 보면 외국 유학생들 사이에도 선호하는 지역이 있다. 수도권이 1순위, 2순위는 부산이다. 부산 지역에만 14개 대학이 있긴 하지만 다시 여기에 등록금이 저렴한 곳, 아르바이트 찾기가 용이한 곳을 선호대학으로 꼽는다. 이런 기준으로 보면 부경대에 대한 선호도가 굉장히 높다. 유학생을 더 많이 받는다고 해도 여기에 따른 생활관과 교수 투입 등과 같은 문제가 있어 1500명 수준을 요구하고 있다.” 

- 부경대가 지닌 강점은 무엇인가. 

“수산·해양 분야에 두드러진 강점을 갖고 있다. 이 분야만 지금까지 80여 년 동안 해왔으니 관료부터 업계까지 곳곳에 부경대 출신 인맥이 포진해 있다. 수산·해양 분야에서 최고 리더 산실의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이 분야로 진출하려는 수험생들의 선호도가 굉장히 높다. 우리 대학 전체 정원이 정원내 3270명인데 이 중 수산·해양 관련 학과에서 250명 정도로 선발한다. 다른 학과에 비해 적게 모집하는 편이나 핵심 전문인력으로 양성하고 있다.”  

- 세계수산대학 유치 상황은 어떤가.

“수산·해양 분야에 글로벌 강점이 있다고 보고 국내를 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해양수산부와 같이 세계수산대학을 유치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산하에 직접 운영하는 100명 규모의 대학으로 세계 수산지도자를 키우자는 것이다. 현재 국비가 투입돼 시범사업으로 올해 2월 말에 석사과정 30명이 졸업한다. 사실 우리나라 대학은 아니다. 교수와 학생 모집을 비롯해 실제적 거버넌스는 모두 UN에서 담당한다. 우리 대학이 외국인 교수 위탁을 받아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으나, 세계수산대학이 설립되면 우리 대학과 강력한 협력을 통해 대한민국 해양강국의 토대를 마련하게 될 것이다.”

- 어느 정도의 발전 계획을 갖고 있나.

“스웨덴 소재의 세계해사대학이 있다. 30여 년 됐고, 석사과정을 졸업한 학생이 매년 100명씩 나온다. 지금까지 3000명 이상의 졸업생을 배출하다 보니 이들을 중심으로 ‘카르텔화’하고 있다. 전 세계 해운업계의 정책을 좌지우지할 정도다. 여기에서 힌트를 얻어야 한다. 앞으로 세계인구문제와 식량문제는 함께 갈 수밖에 없다. 축산(畜産)을 계속 못 늘리는 상황과 더불어 바다에서 단백질을 공급해야 한다는 점에서 자원관리부터 생산까지 전 세계가 하나의 목소리와 한 정책으로 갈 필요가 있다. 세계수산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이 이러한 과제를 수행할 글로벌 해양수산 리더의 역할을 잘 해 나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대학에서도 사회가 요구하는 올바른 인성을 기르는 데 주력하고 있다. 부경대는 인성교육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나.   

“대학마다 인성교육을 위해 교양과정으로 보편적인 교육을 실시한다. 물론 인성교육에는 학풍도 작용하는 측면이 있다. 지역의 CEO 등을 만나보면 ‘부경대 학생들이 성실하고 착하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우리 대학 학생들은 고등학교 내신 성적이 2~3등급에 해당하는 학생들이 온다. 이들이 사회에 진출해 각 분야에서 리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인성과 품성을 갖추는 게 정말 중요하다. 이런 점을 고려해 인성 교육과 관련된 다양한 프로그램이나 시범사업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동원그룹의 지원을 받아 인성교육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부경라이프아카데미’라는 특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매주 토요일 8시간씩 학생들이 책을 읽고 독후감을 발표하고 토론하는 수업을 실시한다. 이를 통해 교수자-학생, 다른 학생들 간 관계성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앞으로 이와 유사한 특화된 프로그램을 적극 확대 운영할 예정이다.” 

- 부경대도 약대 신설에 도전장을 냈다. 중점적으로 추진할 목표나 각오가 있다면. 

“연구약학, 임상약학 전문가 양성을 위한 최적화된 조건을 갖췄다. △2017 국·공립대 전임교원 1인당 논문실적 1위 △라이덴랭킹 2014 생명과학분야, 2015 의학분야 국내 1위 등 연구 실적이 이를 뒷받침한다. 영남권 최대 산학연단지 부경 Dragon Valley에 제약실습공장, 약학연구소를 즉시 구축·운영이 가능해 약학 분야 연구·개발 인프라 확보에 유리하다. 또한 전국 최대·최고 수준의 부경대 수산과학연구단지 내 해양 천연물의학연구센터 및 약초원을 설치·운영할 수 있어 해양수산물질과 육상자원을 융합한 혁신적 신약 연구기반이 마련돼 있다. 특히 우리 대학은 그동안 수산·해양 분야에서 축적된 연구실적과 교수역량을 바탕으로 해양천연물을 이용해 신약을 개발할 수 있는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췄다. 즉, 국내 최고의 해양바이오 연구력을 활용한 세계 수준의 융합약학전문인력을 양성할 수 있다.”    

- 인생의 좌우명이 있다면.  

“지난해 전국 교수들이 선정한 2018년 대한민국 사자성어는 ‘임중도원(任重道遠)’이었다. ‘무거운 짐을 지고 먼 길을 간다’는 뜻이다. 인생의 좌우명으로 삼을 만한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젊은 교수들에게 누차 강조하는 말이기도 하다. 교육을 한다는 것은 무거운 짐을 지고 먼 길을 가는 것이라고 얘기한다. 남이 알아주는 게 중요하지 않고 자긍심을 갖고 차세대 인재를 기르는 데 힘써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보면, 교수 한 사람 한 사람이 성실해야 하는데 ‘임중도원’이 적합한 말이 아닐 수 없다. 직원들에는 ‘경사이신(敬事而信)’을 강조한다. 이는 업무를 신중하게 해 신뢰를 얻어야 행정이 제대로 돌아갈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이다. 어릴 때부터 습관적으로 되뇌어 온 말이라 인생의 좌우명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김영섭 국총협 회장과 이인원 본지 회장(사진 오른쪽)이 대한민국 고등교육의 정책 현안과 국총협 운영 방안 그리고 부경대가 당면한 이슈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한명섭 기자]
김영섭 국총협 회장과 이인원 본지 회장(사진 오른쪽)이 대한민국 고등교육의 정책 현안과 국총협 운영 방안 그리고 부경대가 당면한 이슈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한명섭 기자]

■ 김영섭 총장은…

1955년 부산 출생으로 1978년 부경대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수산학 석사학위를, 일본 도쿄대 대학원에서 이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0년 군산대에서 교수로 첫발을 내디뎠고 1992년 부경대 교수로 부임했다. 교무처장, 대한원격탐사학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2012년 8월 제5대 부경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2002년 교육과학기술부장관 표창, 2006년에는 국민포장을 받았으며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부회장, 부산수산정책포럼 공동이사장, (사)세계해양포럼 조직위원회 공동대표, (사)한국해양산업협회 공동이사장, 국제해양기관연맹(IAMRI) 의장, 부산광역시 공직자윤리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올해부터 41개교로 구성된 전국 국·공립대학교 총장협의회를 이끌고 있다.   

<대담=이인원 회장 / 사진=한명섭 부국장 / 정리=김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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