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실전 동시교육…美 대학 졸업생 연봉 랭킹 12위 기록
졸업생 17%가 창업…재학생 4명 중 1명은 국제학생

한국대학은 위기다. 전 세계적 흐름인 4차 산업혁명은 어떤 방식으로든 대학들에 변화를 강요한다. 우리나라는 특유의 문제인 '학령인구감소'까지 여기에 더해진다. 당장 직면하게 될 신입생 유치에 대한 걱정부터 변화를 통한 미래 발전상 생각까지 대학들의 머리는 복잡하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의외로 쉬운 곳에 있을지도 모른다. 해외 대학들의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우리 실정에 맞게 녹여낼 수만 있다면 악조건 속에서도 발전은 성큼 다가온다. 한국대학신문이 우리 대학들이 참고해야 할 해외 대학 성공사례를 선정, 그들이 가진 노하우와 성공의 밑바탕이 된 변화상들을 소개한다. 선행사례를 깊이 있게 연구하고 적용함으로써 세계 어디에 내놔도 뛰어난 경쟁력을 자랑하게 될 국내 대학의 등장을 기대해본다. <편집자 주>

SEE프로그램 참가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순천향대)
SEE프로그램 참가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순천향대)

[한국대학신문 이현진 기자] ‘창업 교육’ 부문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국내 대학도 “더 배우겠다”며 찾는 미국 대학이 있다. 지금까지 수천 개의 벤처 기업을 창업할 정도로 높은 파급력을 지닌 대학. 바로 미국의 뱁슨 칼리지(Babson College)다. “창업을 하려면 뱁슨 대학으로 가라”고 할 만큼 시류에 맞는 창업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인근에 소재한 사립대학 뱁슨 칼리지. 이 대학이 강조하고 있는 것은 단연 창업 교육이다. 기업가정신 학부전공을 독립적으로 운영한 것은 뱁슨 칼리지가 세계 최초다.

지난 2018년 ‘U.S. News & World Report’지가 MBA 부문 최고 우수대학으로 선정할 정도로 차별화된 창업 교육을 선보이고 있다. 21년 연속 기록이다. 미국 내 가장 가치 있는 대학 2위로도 뽑혔다.

미래교육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뱁슨 칼리지는 미국 대학 졸업생 연봉 랭킹에서 예일대나 듀크대, UC버클리 등 쟁쟁한 대학을 제치고 12위를 차지했다. TOYOTA CEO인 도요타 아키오, 드림웍스 이사 로저 엔리코 등이 뱁슨 칼리지를 졸업했다.

최근 졸업생 창업 비율은 17%에 달한다. △하버드(Harvard)대학 7% △스탠퍼드(Stanford)대학 13% △콜롬비아(Columbia)대학 5%인 점을 감안하면 혁신적인 수치다.

■ ‘앙트러프러너십’ 과정 20년 이상 美 대학 ‘1위’…4명중 1명은 국제학생 = 교육 대상은 다양하다. 칼리지 학생들 외에 교원 대상 창업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교육 콘셉트는 학생들이 이론과 실전을 동시에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것. 이 때문에 교수진은 대부분 실제 경영인(CEO)들이 많다.

학급 크기는 최대 40명. 미국 다른 명문 대학들과 견줄 만큼 질 높은 경영학 교육을 하는 대학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앙트러프러너십(기업가정신, Entrepreneurship) 프로그램은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미국 내 대학 중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전체 학생 중 약 25%는 국제 학생이다. 학교는 학생들의 경험과 기업 연구 활동을 위해 6개 연구소 및 센터를 운영하는데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고 관리하는 것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는 글로벌 앙트러프러너(Global EnterpriseMonitor)는 세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뱁슨 칼리지의 창업 교육은 크게 4개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다. 구체적으로 △Price-Babson △Modules For Entrepreneurship Education △Global Symposia △See Asia 등이다.

뱁슨 토마스홀
뱁슨 토마스홀

■ 교육은 실습으로 바로 연계…이론과 실습 병행 = 뱁슨 칼리지는 1984년부터 대표적인 창업 교육 프로그램 ‘프라이스 뱁슨(Price-Babson)’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 30여 년간 3500여 명의 창업 교육자들과 750개의 교육관련 정부 기관에서 온 창업가, 70여 개국에서 온 사람들이 이 프로그램을 수료했다.

교육 참가자들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ET&A(Entrepreneurial Thought and Action)’라고 불리는 뱁슨 칼리지만의 창업교육을 받는다. 이를 통해 관련 기술을 습득하고 최신 이론과 접근법을 교육받는다. 교육받은 내용을 실습하고 적용할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진다.

교육은 팀으로 이뤄지는데 이론·학술적인 부분을 맡고 있는 사람과 실무를 맡고 있는 사람이 반드시 팀을 이뤄야 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론과 실습이 병행돼야 좋은 창업교육을 할 수 있다는 게 뱁슨 칼리지의 교육철학이기 때문이다.

커리큘럼은 ‘콘텐트 토픽스(Content Topics)’와 ‘프로세스 토픽스(Process Topics)’로 나뉜다.

‘콘텐트 토픽스’에는 △창업가적 생각과 실천(Entrepreneurial Thought and Action) △창업 정신의 교육 생태계(Entrepreneurship Education Ecosystems) △아이디어 생성(Idea Generation) △디자인 발상(Design Thinking) 등이 포함돼 있다.

‘프로세스 토픽스’에는 △경험과 행동 기반 교육법(Experiential and Action Learning Pedagogies) △기업가적으로 가르치기(Teaching Entrepreneurial) △사례 기반 교육(Case Method Teaching) △교실 내 도전 관리(Managing Classroom Challengers) △커리큘럼과 코스 디자인(Curriculum and Course Design) 등으로 구성돼 있다.

■ 아시아권 교수·교원 대상 ‘기업가정신’ 교육…“창업교육 배우자” 발길 이어져 = ‘시 아시아(See Asia)’ 프로그램은 ‘프라이스 뱁슨’에서 파생돼 나온 프로그램이다. 아시아권 대학에서 기업가정신을 교육하고 있는 교수와 교원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프라이스 뱁슨’과 마찬가지로 ‘ET&A’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교육은 ‘프라이스 뱁슨’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콘퍼런스 센터에서 함께 진행하지만 기간은 ‘프라이스 뱁슨’보다 두 배 이상 길다. 모든 강의가 영어로 진행되기 때문에 참가자들은 고급 영어를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

뱁슨 칼리지에서는 창업 교육 프로그램에 참가할 자격 요건을 갖춘 사람들을 추천하고, 선발한다. 참가자의 학문적 성취도, 교육 참가자의 다양성 등을 고려해 교육 현장에서 조화가 이루어질 수 있는 인원을 선발한다.

Candida Brush 뱁슨 칼리지 국제앙트레프레너리더십 부학장과 서교일 순천향대 총장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Candida Brush 뱁슨 칼리지 국제앙트레프레너리더십 부학장과 서교일 순천향대 총장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 한국형 뱁슨 칼리지 꿈꾸는 국내 대학들…‘벤치마킹’ 러시 = 국내 대학도 뱁슨 칼리지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창업거점대학으로 명성이 자자한 숭실대와 순천향대의 황준성·서교일 총장도 뱁슨 칼리지를 찾았다. 대학이 학생 창업 활성화, 지역 중소기업 창업 지원 허브센터로서 임무가 막중한 시대. 두 대학은 창업 교육의 선두주자로 자리 잡은 뱁슨 칼리지를 표방하며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황준성 숭실대 총장은 ‘국내 최고 창업선도대학으로 도약하는 숭실’을 만들겠다고 선언하면서 “미국의 뱁슨 칼리지처럼 ‘앙트러프러너 유니버시티(Entrepreneur University, 도전정신을 갖춘 기업가 대학)’로 새롭게 도약할 것”이라는 목표를 분명히 했다. 황 총장은 “뱁슨 칼리지는 규모는 작지만 창업교육에 있어서는 스탠퍼드대학이나 MIT보다 월등히 우수하다”며 “우리 또한 뱁슨 칼리지가 되지 못하리라는 법은 없다. 이미 가시적인 성과와 계획을 갖춘 만큼, ‘한국의 뱁슨’으로 불릴 날이 머지않았다”고 말했다.

지난 4년 동안 98개 학생·교수창업, 118개 창업동아리 지원 등 216개 창업사업화를 이뤄낸 순천향대의 서교일 총장도 지난 2017년 뱁슨 칼리지를 찾았다. 대학 캐치프레이즈도 ‘기업가적 대학(Entrepreneurial University)’으로 내세웠다.

순천향대는 △SCH미디어랩스학부 교양필수 과목 ‘앙뜨레프레너십 인사이드’ △PRIME사업 웰니스융합학부 ‘창업교과과목’ 및 ‘비교과 활동’ △창업지원단 운영 ‘창업부전공 교과’와 ‘비교과 활동’에 뱁슨 칼리지 수업을 벤치마킹, 교과목을 설계 운영하고 있다.

서 총장과 뱁슨 칼리지에 동행한 고은희 순천향대(Industry Inside Center 부센터장, SC학부 글로벌디자인경영 전공) 교수는 “뱁슨 칼리지 교육 대부분이 ‘팀워크’를 기반으로 한 토론 형식으로 진행된다. 자유로운 토론 속에서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이 향상되는 학습법이다. 이는 굳이 창업을 하지 않고 취업을 하는 학생들에게도 긍정적인 효과를 내고 있다”며 “디자인적사고(디자인싱킹, Design thinking) 기반수업 또한 창의적 발상을 돕고 문제해결능력을 키워 졸업생들이 사회에 나가 역량을 발휘하는 데 큰 힘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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