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수준은 과연’ 학부모들 궁금증 해결하는 유일한 수단
초등학교 학업수준성취도평가 완전 폐지, 중·고 표집조사 그쳐
과고·영재학교 입시 비롯 영재교육원 등은 여전히 존재

'일제고사'가 사실상 폐지되면서 학업역량을 측정할 수단이 없어지다보니 경시대회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잔존하는 모양새다. 수익성이 크지 않고, 대입에서 활용할 수 없는 대회임에도 여전히 경시대회가 운영되는 원인이다. (사진=한국대학신문DB)
'일제고사'가 사실상 폐지되면서 학업역량을 측정할 수단이 없어지다보니 경시대회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잔존하는 모양새다. 수익성이 크지 않고, 대입에서 활용할 수 없는 대회임에도 여전히 경시대회가 운영되는 원인이다. (사진=한국대학신문 DB)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끊어질 것 같던 대학 관련 경시대회의 명맥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고려대가 ‘전국 영어·수학 인증시험’을 폐지한 데 이어 성균관대도 ’전국 영어·수학 학력경시대회‘에서 손을 떼겠다고 선언했지만, ‘주최’에서 ‘후원’으로 자리를 옮기며 ‘관계’를 유지한 상태다. 연세대도 ‘제4회 연세대학교 창의수학 경진대회’를 지난해 12월 시행하며 경시대회 시행대학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성균관대와 연세대가 시행하는 ‘경시대회’는 사교육기관이 주관하는 대회다. 종로학원하늘교육이 사실상의 운영을 도맡고 대학들은 이름을 내준 실질에 지나지 않는다. 

이러한 경시대회를 운영하는 것은 대학들에도 부담이 큰 일이다.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등 정부재정지원사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고, 사교육을 ‘조력’하는 모양새란 점에서 대학 이미지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대학들이 경시대회를 여전히 유지하는 이유는 뭘까. 경시대회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이 주된 원인이다.

현 시대 학생·학부모들 입장에서는 학업역량을 객관적으로 측정할 만한 수단이 없다. 예전에는 ‘일제고사’라 불리는 국가 주도 학업수준성취도평가(이하 성취도평가)가 있었지만, 현재는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 특히 이러한 경시대회의 주된 수요자층인 초등학생의 경우 2013년부터 성취도평가가 완전히 사라진 상태다. 중·고등학교는 초등학교와 달리 성취도평가가 시행돼왔지만, 2017년을 기점으로 전수조사였던 평가 방식이 표집조사로 달라졌다. 그나마 고등학교는 전국 단위 모의고사라도 시행하지만, 초·중 학생들은 자신의 역량을 측정할 방법이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다.

이처럼 역량을 측정할 방법이 뾰족하지 않지만, 영재학교·과고를 비롯해 영재학급·영재교육원 등은 여전히 운영되고 있다. 자신의 자녀가 영재가 맞는 것인지, 저러한 학교들에 보내도 되는 것인지에 대한 부모들의 궁금증을 풀어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경시대회인 셈이다.

일각에서는 경시대회 운영 이유로 ‘수익’을 얘기하기도 하지만, 실제 경시대회를 통해 거둬들일 수 있는 수익은 많지 않다는 게 정설이다. 가장 규모가 큰 ‘성대경시’만 하더라도 학령인구 감소와 대입에서 경시대회를 반영할 수 없게 된 시대변화 등으로 인해 응시생이 예전에 비해 절반 이상으로 줄어든 상태다. 응시생이 소수에 그치는 연대경시의 경우에는 사실상 ‘적자’나 다름없다는 후문이다. 

기존에 숱하게 많았던 대학 경시대회가 현재 모습처럼 쪼그라든 점만 봐도 ‘수익’에 별반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은 명확하다. 2000년만 하더라도 전국 192개 대학 가운데 110개 대학이 294회의 대회를 열 정도로 경시대회 열풍이 불었었다. 한때는 서울대와 서울교육청이 공동으로 경시대회를 열어 우수 수험생에게는 고교 입학 특전을 준 적도 있다. 그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교육부(당시 문교부) 차원에서 대학 교수들을 모아 문제를 출제, 경시대회를 열기도 했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찾아보기조차 어렵게 바뀐 것이다. 

재정난에 시달리는 대학들이 많다는 점을 볼 때 수익이 충분했다면 대학들이 경시대회를 열지 않을 이유는 없다. 대입에서 경시대회 성적을 반영할 수 없게 된 점도 규모를 쪼그라들게 만든 원인 중 하나지만, 수익성이 크지 않음도 주요한 원인이라는 점은 명확하다.

경시대회를 운영하는 교육기관들은 국내 교육 현실에 비춰볼 때 경시대회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성균관대가 후원하는 전국 영어·수학 학력경시대회를 운영하는 종로학원하늘교육의 임성호 대표는 "한국이 수학을 비롯한 기초과학 강국임에도 국가를 대표할 만한 대회가 없는 상황이다.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보면 오히려 장려돼야 하는 대회가 아닌가"라며 "기존 성대경시로 불렸던 전국 영어·수학 학력경시대회를 국제적으로도 인정받을 수 있는 대회로 만들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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