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수능’에 ‘반사이익’ 누린 일반고…자공고 포함 60% 넘겨

'불수능'의 여파는 서울대 정시모집에도 영향을 미쳤다. 현재와 같은 수능위주 전형이 시작된 2015학년 이후 가장 낮은 재학생 비율이 나왔다. 어려운 수능에 강점을 지닌 N수생의 합격사례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사진=서울대 제공)
'불수능'의 여파는 서울대 정시모집에도 영향을 미쳤다. 현재와 같은 수능위주 전형이 시작된 2015학년 이후 가장 낮은 재학생 비율이 나왔다. 어려운 수능에 강점을 지닌 N수생의 합격사례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사진=서울대 제공)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불수능’ 여파는 서울대학교 정시모집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재학생은 고전한 반면, 재수생·삼수생 등 N수생은 맹위를 떨쳤다. 재수생 강세와 수시모집에서 승부를 보려는 특목·자사고 등으로 인해 일반고는 반사이익을 얻은 모양새다. 

서울대는 ‘2019학년도 대학 신입학생 정시모집’에서 총 909명을 선발했다고 28일 밝혔다. 같은 날 홈페이지를 통해 합격자를 발표한 것에 대한 통계 자료도 함께 공개했다. 

올해 서울대는 정시모집을 통해 총 909명을 선발했다. 일반전형 92명, 기회균형선발특별전형Ⅱ(기균Ⅱ)로 7명을 각각 뽑았다. 일반전형은 통상의 수능위주 전형이며, 기균Ⅱ는 학생부종합전형이다. 

이번에 합격한 최초합격자들은 30일부터 내달1일까지 등록을 마쳐야 한다. 미등록인원 발생 시 세 차례에 걸쳐 미등록충원합격자(추가합격자)를 선정해 발표한다. 

1차와 2차 추가합격자 선정여부는 홈페이지에 발표된다. 1차 발표는 내달 7일 오후2시, 2차 발표는 12일 오후2시에 있을 예정이다. 3차 추가합격 여부는 14일 오후9시까지 별도 통지된다. 2차 추가합격한 인원들이 13일 오후4시까지 등록을 마치므로 서울대 추가합격을 노리는 경우라면 13일 오후4시부터 14일 오후9시까지는 필히 연락이 닿을 수 있도록 조치해 둬야 한다. 

■‘불수능’에 재학생 고전…최근 5년 중 최저 = 유독 높은 변별력으로 ‘불수능’이란 평가를 받은 2019학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의 위력은 서울대 정시모집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됐다. 서울대 입학본부가 28일 발표한 ‘2019학년도 대학 신입학생 정시모집’ 통계자료에 따르면 올해 서울대 정시에 합격한 909명의 학생들 가운데 재학생은 392명에 불과했다. 비율로 보면 43.1%, 이는 서울대가 정시모집에서 현행과 동일한 전형방법을 취하기 시작한 2015학년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서울대는 2014학년까지만 하더라도 정시모집에서 논술이나 면접을 반영했다. 1단계에서 수능성적으로 2배수 내지 3배수를 선발하고 이후 면접이나 논술을 실시해 수능성적과 면접·논술 성적을 합산하는 방식으로 합격 여부를 가렸다. 하지만 2015학년부터는 현행과 같은 수능성적 위주의 정시 선발방법을 도입했다. 때문에 학생부종합전형이 도입된 2014학년부터의 현황을 비교하는 수시모집과 달리 정시모집은 2015학년부터 직접 비교가 가능하다.

수능이 어려우면 재학생이 고전한다는 것은 하나의 ‘공식’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올해 못지 않게 어려운 수능으로 여겨지는 2018학년 수능에서도 재학생 비율은 높지 않았다. 반면 비교적 쉬운 수능이 치러진 2015학년 정시모집에서는 재학생이 52.9%를 차지, 최근 5년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자랑했다. 

줄어든 재학생의 자리는 N수생의 차지였다. 재수생은 40.2%(365명), 삼수 이상 수험생은 15.3%(139명)로 전체 합격생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검정고시 학생들은 1.4%(13명)로 예년과 큰 차이가 없었다.

올해 서울대 정시모집에서 나타난 독특한 현상은 삼수 이상의 비율이 대폭 늘어났다는 점이다. 재수생은 오히려 지난해 43.5%(377명)보다 비율이 줄었지만, 삼수생은 100명에서 139명으로 늘어나며 비율도 11.5%에서 15.3%로 증가했다. 수능의 변별력이 높다 보니 보다 많은 시험을 치른 삼수생 이상의 경쟁력이 높게 나타난 것으로 추정된다. 

재학생은 수시, 재수생 이상은 정시에 집중하는 경향은 고착화돼가는 양상이다. 앞서 실시된 수시모집의 경우 최초합격생 가운데 89.3%가 재학생으로 채워졌다. 과고에서 주로 나오는 조기졸업도 어디까지나 재학생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재학생이 차지하는 비중은 94%를 넘나든다. 반면, 정시모집에서 재학생은 2017학년까지만 하더라도 절반을 넘겼지만, 최근에는 43%대로 주춤하다.

재학생 합격자가 줄어든 주원인은 어디까지나 높은 수능 변별력이지만, 이처럼 재학·졸업 여부에 따라 집중하는 대입시기가 다르다는 점도 날이 갈수록 재학생 정시모집 합격자를 줄어들게 만드는 데 일조하는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많은 학습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재수생들이 정시모집에 집중하면서 맥을 못 추게 된 재학생들이 수시모집에 집중, 우수 자원들이 수시에서 승부를 보는 경향이 강해졌다는 얘기다.

■일반고 늘었지만 ‘오해 금물’…‘수시집중+재수생 강세’ 원인 = 재수·N수 등이 아닌 고교유형별로 서울대 정시모집 합격현황을 보면 어떨까. 올해 정시모집 결과 눈길을 끄는 현상은 영재학교·특목고·자사고 등이 아닌 ‘일반고’의 강세가 두드러졌다는 점이다. 일반고는 지난해 55%(477명)에서 56.2%(511명)로 늘어났고, 통상 일반고로 분류되는 자공고(자율형 공립고)도 4.4%(38명)에서 4.6%(42명)로 비중이 커졌다. 이는 2015학년 이래 가장 높은 수치이기도 하다.

반면 자사고와 특목고는 지난해 대비 모조리 비중이 하락했다. 자사고는 25.4%(231명)로 지난해 26%(225명)에 미치지 못했고, 과고는 0.8%(7명)로 지난해보다 1명의 합격자가 줄었다. 예년만 못한 선호도를 보이는 외고도 7.4%(67명)로 지난해 8.4%(73명)보다 못한 성적을 냈다. 국제고도 1.5%(14명)로 2.2%(19명)에서 다소 낮아졌다. 

다만, 이를 두고 정시모집에서 일반고가 강세를 나타낸다고 오해하는 것은 금물이다. 어디까지나 ‘반사이익’을 누린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일반고의 비중이 늘어난 이유로는 특목고·자사고 등의 ‘수시집중’ 현상을 짚어봐야 한다. 통상 특목고·자사고·영재학교는 일반고에 비해 강한 ‘선발효과’를 누린다. 상대적으로 우수한 학생들이 많다. 이들은 정시모집보다는 수시모집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영재학교와 과고는 교육과정상 수능을 별도로 대비하지 않고 있어 수시모집에서 대입을 끝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이 정시모집을 등한시하는 이상 일반고가 강세를 나타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늘어난 N수생 비중도 생각해봐야 한다. 일반고에서 서울대 정시모집에 합격하는 학생들 가운데 상당수가 N수를 거쳤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N수는 사실상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볼 때 결코 긍정적인 현상이 아니다. 정시모집을 늘릴 시 일반고가 늘어난다는 잘못된 결론을 내리는 경우 그만큼 많은 학생들에게 재수를 종용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 ‘도시출신’과 ‘남학생’ 늘어나…‘일반적인 모습’ = 여타 통계를 보면, 도시출신 수험생과 남학생이 예년보다 다소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지역 수험생과 광역시 수험생이 동시에 늘어났다. 여기에 시 출신 수험생도 예년보다 소폭이나마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유일하게 줄어든 것은 군 단위에 거주하는 수험생이었다. 상대적으로 학습 여건이 불리한 군 지역에서는 정시모집에 쉽사리 도전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남학생도 최근 5년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올해 정시모집 합격자 중 남학생은 60.6%. 10명 중 6명이 남학생으로 채워진 셈이었다. 서울대 정시모집에서 남학생 비율이 60%를 넘긴 것은 2015학년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남학생 합격자가 많아진 것은 수능이 어려울수록 상대적 비교우위를 보이는 성별 특성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2019학년 수능 채점결과를 분석하면 국어영역 1등급에서 남학생이 차지하는 비중은 53.8%에서 55.7%로 높아졌고, 수학에서도 남학생 1등급 비율은 60.8%로 전년 56% 대비 커졌다. 어려운 수능에 강점을 보인 남학생들이 서울대 정시모집에서도 위력을 떨쳤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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