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빈 본지 논설위원 / 명지대 교수, 미래정치연구소장

윤종빈 명지대 교수
윤종빈 명지대 교수

청와대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누구나 쉽게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를 찾을 수 있다. 그중 50번째 과제는 ‘교실 혁명을 통한 공교육 혁신’이다. 정부가 우리나라 교육의 핵심적인 문제점을 잘 파악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대통령 임기 21개월이 지난 현재의 시점에서 평가하자면 교육혁신의 실질적인 이행은 낙제점으로 집권 1년 차 때와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

중등교육, 즉 공교육의 정상화는 고등교육의 개혁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다. 중·고등학교의 교실에서 본인의 적성과 진로의 대략적인 윤곽을 잡을 수만 있다면 맹목적인 대학입시와 획일적인 대학서열화가 크게 약화될 것으로 본다. 물론 4년제 대학을 졸업하지 않아도 직업이나 임금에서 차별하지 않는 사회적 여건이 전제돼야 할 것이다. 공교육 정상화의 해법으로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교육분야의 핵심 공약으로 수능과 내신의 완전 절대평가를 내세웠다. 진보교육의 상징인 김상곤 초대 교육부 장관 또한 내신 절대평가와 고교학점제를 핵심 정책과제로 제시했고, 유은혜 현 장관 체제에서는 고교학점제가 시범 도입됐다.

필자는 ‘내신절대평가’와 ‘고교학점제’는 우리나라 중등·고등교육의 개혁을 위한 필수적인 과제라고 생각한다. 학생을 면담하다보면 대학 4학년이 돼서도 자신의 적성과 진로를 파악하지 못해 방황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교수와 대학의 책임이 가장 크지만 자기주도적인 인생설계의 기회를 제공하지 못한 우리 모두의 책임이기도 하다. 특목고·자사고에 가려 일반 고등학교의 교실은 무너진 지 오래됐다. 선생님과 학생의 학습을 통한 교감이 사라졌고 내신 1·2등급의 상위 11%만을 위한 공교육이 됐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경쟁·입시 중심의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들의 핵심 역량·함양을 지원하는 학교 교육’으로의 개혁이 유독 눈에 들어온다. 무한경쟁에서 벗어나 즐거운 학교생활이 되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수업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 문·이과의 획일적인 구분을 없애고 주요 과목을 난이도에 따라 기본과목과 심화과목으로 구분해 학생들이 진로와 역량에 따라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동시에 학점제를 도입해 영역별로 기본적인 필수 학점만 채우면, 진로와 적성에 맞는 과목은 더 많이, 더 심도 있게 수강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 물론 수평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이러한 시스템의 성과는 미국의 공교육에서 이미 검증됐다.

문 정부는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또 다른 조치로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맞는 삶의 질을 회복할 수 있도록 사교육비 경감을 위한 특단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사교육을 근본적으로 없앨 수는 없겠지만 현재의 기형적인 모습을 방치한다면 정권의 교육개혁의 목표인 ‘격차 해소’와 ‘공공성 회복’은 절대 불가능할 것이다. 교실혁명은 사교육혁명이 수반돼야 가능하다. 우리나라 사교육의 공공연한 비밀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드라마 ‘스카이 캐슬’을 교훈 삼아야 한다. 정권마다 외쳤던 사교육비 경감이 이번에는 실현됐으면 한다.

대학은 학령인구의 감소와 재정의 악화로 개혁의 소용돌이에 봉착해 있다. 설상가상으로 재정지원을 조건으로 한 교육부의 구조개혁 평가와 통제로 우수 신입생 선발을 위한 자율성도 상실했다. 대학이 스스로의 비전과 특성화 전략에 맞는 우수 학생의 선발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상대평가의 학생부보다 학점제를 바탕으로 한 절대평가 자료가 더욱 도움이 될 것이다. 고교 시절 적성과 진로를 적극적으로 고민한 학생들이 대학에서 성과가 좋은 것은 당연한 이치다. 사교육을 유발하는 전형이라는 비판이 있고 대학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지만 그나마 학생부 종합전형을 통한 입학생들의 성취도가 상대적으로 좋은 것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문 정부가 교육개혁의 타이밍을 놓친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교육부 장관 자리는 총선 출마용으로 전락했고 교육부는 대학입시제도개편의 주도권을 상실했으며 체감할 수 있는 교육개혁의 실천은 보이지 않는다. 지금이라도 공교육 개혁을 통한 교육혁신을 국정과제의 최우선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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