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호 기자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1월 말 한국대학입학사정관협의회가 주최한 ‘2019년 역량강화 워크숍’이 제주에서 열렸다. 3일간 치러진 워크숍에는 전국에서 600여 명이 넘는 입학사정관이 참여했다. 자리에 함께한 입학관계자들까지 합치면 물경 700여 명 선. 대학이 주체가 돼 열리는 협의회 중 단연 최대 규모다. 

굳이 수치를 제시하지 않더라도 입학사정관제가 대입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2008학년 ‘입학사정관전형’이란 이름으로 처음 도입된 입학사정관제는 자기소개서를 중심으로 학생 개인의 경험과 스토리를 중점 평가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스펙경쟁과 사교육 유발 등의 문제가 발생, 2014학년을 기점으로 자취를 감췄다. 그 자리는 학생부를 중심으로 학교생활충실도를 평가하는 학생부종합전형이 메운 상태다. 전체 대입을 놓고 보면 학생부종합전형이 차지하는 비중은 20%를 약간 넘는 선에 그치지만, 주요대학이라 불리는 선호도 높은 대학들의 경우 적게는 10명 중 4명, 많게는 8명가량을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뽑는다.

입학사정관전형에서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이어지는 입학사정관제 전반에서 평가 주체인 입학사정관의 중요성은 말하면 입만 아플 뿐이다. 점수에 따른 줄 세우기에서 벗어나 수험생이 처한 여건과 그 안에서의 노력까지 평가하는 입학사정관제에서 평가를 담당하는 입학사정관의 전문성과 신뢰성은 전형의 성패를 좌우하는 소중한 가치다. 

하지만 현장에서 만난 많은 사정관들의 자존감은 땅에 떨어져 있는 상태였다. 마치 사교육이 좌우할 수 있는 전형인 것처럼 오해를 사게 만든 모 드라마의 영향도 한몫하고 있었지만, 불분명하고 불안정한 신분문제가 근본 원인이다. 한 입학사정관은 “우리는 교직원들의 시다바리나 마찬가지”라며 자조섞인 말을 내뱉기도 했다.

최초 도입 당시 과연 ‘정성평가’가 국내에 안착될 수 있느냐는 점 때문에 우려를 샀던 입학사정관제는 예상 외로 빠르게 현장에 뿌리를 내렸다. 이제는 전형의 중심에 서 있는 입학사정관들이 ‘평가 전문가’로서 단단히 자리를 잡아야 할 때다. 대학별 여건이 다르고, 학령인구 감소 문제까지 걸려 있는 상황에서 ‘전원 정규직화’와 같은 실현 불가능하고 허울만 좋은 구호를 외치자는 게 아니다. 현재 입학사정관협의회가 추진 중인 입학사정관 직렬·직제 개편과 같은 현실적인 문제부터 해결하는 것이 순서다. 

입학사정관의 신분을 규정하는 법규범조차 두지 않은 채 ‘평가 전문가’를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지금처럼 “입학사정관을 둘 수 있다”는 규정 하나로만 ‘땜질’하는 것은 개선해야 한다. 교직원 구분에 입학사정관을 전문직렬로 추가하고, 입학사정관의 임무도 명시해야 평가전문성과 신뢰성 확보라는 다음 단계를 바라볼 수 있다. 

현재처럼 제대로 된 직렬·직제가 마련되지 않고, 불안정한 신분 문제가 이어진다면 대다수 입학사정관은 정규직 교직원들의 입학업무를 돕는 ‘시다바리’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고교교육 정상화를 위해 매년 몇 백억원씩 쏟으면서 정작 ‘최일선’에 서 있는 입학사정관의 정확한 직렬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필히 해결돼야 할 문제다. 올해는 입학사정관의 전문성과 신뢰성을 제고, 평가 전문가로 자리매김하는 ‘첫걸음’이 떼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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