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SKY 캐슬’이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
[기고] ‘SKY 캐슬’이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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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희상 한신대 미디어영상광고홍보학부 교수
채희상 교수.
채희상 교수.

지난 2월 1일 종영한 ‘SKY 캐슬’은 역대 비지상파 프로그램 시청률 1위(최종회 23.8%)를 기록할 정도로 올겨울을 뜨겁게 달군 드라마다. 스스로를 대한민국 상위 0.1%라고 생각하는 가족들이 모여사는 가상의 고급 빌라 ‘SKY 캐슬’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 드라마는 자식 교육을 위해서라면 어떤 수단도 마다하지 않는 어머니, 특히 예서 엄마인 한서진(염정아 분)의 비뚤어진 욕망을 그리고 있다. ‘자식 교육=대학 입시 성공(서울대 의대 합격)’인 한서진에게 예서의 서울대 의대 합격은 반드시 실현돼야하는 단 하나의 목적이자 목표다. 그런 그녀에게 최고의 입시 코디네이터인 김주영(김서형 분)은 가장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선택지다. 자식을 김주영에게 맡긴 이웃이 어머니의 자살로 가정의 붕괴를 맞이하는 것을 바로 옆에서 목격했음에도, 그리고 김주영을 둘러싼 수많은 의혹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서진은 계속해서 자신의 딸을 맡긴다.  

한서진은 왜 이런 선택을 했던 것일까. 그녀의 선택은 막스 호르크하이머(Max Horkheimer)가 《도구적 이성의 비판에 관하여》에서 제시한 ‘도구적 이성’ 개념으로 이해해 볼 수 있다. 호르크하이머는 서구 근대산업사회를 지지하기 위해 인간의 이성이 사물의 본질을 인식하는 본래의 이성(객관적 이성)에서 벗어나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가장 합리적인 방법을 선택하는 기능으로 도구화(도구적 이성·주관적 이성)됐음을 비판하고 있다. 한서진의 모든 선택과 행동의 근원에는 도구화된 이성이 존재한다. 그녀에게 교육은 자식이 ‘자아정체성과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을 도와주는 교육의 본질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서울대 의대 합격이라는 목적을 향한 최선의 방법을 제시해주는 데 있다. 도구화된 이성적 선택과 행동이 교육의 본질을 지워버리게 되는 것이다.

대학에서 학생들과 함께 공부하고 있는 필자에게 ‘SKY 캐슬’이 그리는 대학 입시의 세계는 단순한 코믹 풍자 드라마 속 세상만은 아니었다. 대학 입시를 통과하고 들어온 학생들에게 또다시 교육의 본질이 아닌 것만을 중요하다고 강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돌아보게 됐다. 그렇다면 대학은 학생에게 무엇을 제공해야 하는가. 대학은 학생이 자신의 자아정체성과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들을 제공해야 한다. 개인의 자아정체성과 삶의 의미는 내적성찰과 외적실현으로 구현된다. 내적성찰은 자신의 있는 그대로를 긍정하는 마음에서 시작돼 타인을 긍정하는 마음으로 발현된다. 외적실현은 내적성찰을 바탕으로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능동적으로 살아가는 과정을 통해 구체화된다. 대학 교육 시스템은 학생의 내적성찰과 외적실현이라는 두 부분을 조화롭게 실현시킬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다시 ‘SKY 캐슬’ 얘기로 돌아오면, 마지막회는 파국을 위한 수많은 장치와 복선에도 불구하고 예상과 다른 결말로 많은 시청자들을 소위 ‘멘붕’에 빠뜨렸다!(이 글의 성격상 결말에 관한 비평은 하지 않기로 한다) 캐슬의 모든 사람들이 갑자기 스스로를 성찰하고 자신을 둘러싼 불의에 저항했으며 ‘자신의 정체성과 삶의 의미’를 다시금 설정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한서진은 예서를 김주영에게서 벗어나게 했고 남편 강준상과 함께 이웃들에게 진실된 사과를 했다. 다른 가족들도 한서진 가족과 마찬가지로 해결 불가능해 보였던 갈등을 서둘러 봉합했다. 캐슬의 학생들도 갑작스럽게 변화했다. 예서는 예전의 착한 예서로 돌아와 캐슬의 또래 친구들과 관계를 회복했고, 살인 누명을 썼다가 한서진의 진술로 풀려난 우주는 자퇴를 한 뒤 자신이 누군지 탐색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떠난다. 우주는 자신이 떠나야 할 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힘은 내가 어느 대학을 나왔는지보다 내가 누군지, 어떤 사람인지, 뭘 위해 사는지, 그게 선명할 때 그리고 뚜렷하고 확실할 때 나오는 거 아니에요?”라고 반문한다. 우주의 떠남의 변(辯)은 대학을 포함한 지금의 대한민국 교육이 제공하지 못하는 지점들을 정확하게 드러내고 있다. 우주는 ‘내가 누군지, 어떤 사람인지, 뭘 위해 사는지’를 내적성찰을 통해 살펴보고, 외적실현을 통해 ‘어떤 것(힘)을 추구해야 할지’를 모색하기 위해 한국의 교육 시스템에서 벗어나기로 결정했다. 

이렇듯 ‘SKY 캐슬’은 우리 사회에 중요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우리 학생들이 내적성찰과 외적실현을 통해 자아정체성과 삶의 의미를 찾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대학을 포함한 교육계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일까. 여전히 김주영은 또 다른 희생 학생을 찾기 위해 우리를 노려보고 있을 지도 모른다. ‘We all lie’가 흐르는 ‘SKY 캐슬’의 마지막 장면처럼.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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