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학교 어려움 등 일반고 현장 고민 향한 서울대 공식 입장
학종이 주목하는 것은 '학교가 아닌 학생', '여건은 차이에 불과'

서울대가 지난해 교사연수 과정에서 나온 현장의 목소리와 그에 대한 답변을 한 데 모은 교사연수 자료집을 발표했다. (사진=서울대 제공)
서울대가 지난해 교사연수 과정에서 나온 현장의 목소리와 그에 대한 답변을 한 데 모은 교사연수 자료집을 발표했다. (사진=서울대 제공)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현장 교사들이 서울대 입시에 대해 가장 궁금하게 여긴 질문들은 무엇일까. 그리고 서울대는 어떻게 답변했을까. 

최근 서울대 입학본부는 웹진 ‘아로리’를 통해 지난해 실시한 교사연수 내용을 정리한 ‘2018 교사연수 자료집’을 발표했다. 자료집 말미에는 교사연수 과정에서 나온 교사들의 질문과 그에 대한 서울대의 답변이 수록됐다. 

질문·답변 수는 모두 6개다. 부족한 학교 여건에 대한 고민부터 시작해 적은 학생 규모로 인한 내신 획득의 어려움, 서류 외 평가하는 지표가 있는지, 학생부 기재사항이 간소화되는 데 따른 부작용 등 실제 학교현장에서 교사들이 느낀 궁금증과 어려움 등의 질문과 그에 대한 서울대의 공식 답변이 빼곡하게 담겼다. 

실제 현장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점, 서울대의 공식적인 입장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수험생들도 참고해볼 만한 내용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여건이 나은 특목·자사고 등이 아닌 일반고와 일반고에 준하는 자율형공립고(자공고) 교사들의 목소리가 가감없이 소개돼 있기에 학종을 준비하는 대다수 수험생들에게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 부족한 학교 여건 어떻게…여건은 ‘차이’에 불과, 학생 성취 본다 = 자료집에 가장 먼저 수록된 질문은 ‘부족한 학교 여건으로 인해 학생이 서울대에 진학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게 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었다. 

교사가 던진 질문은 “고교 교육과정이 제대로 운영되고 학생 중심의 수업, 창의력과 사고력을 증진시킬 수 있는 수업이 이뤄질 때 서울대에 진학할 만한 인재를 배출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많은 학교 현실이 그에 미치지 못한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였다.

서울대는 이에 대해 고교교육이 내실 있게 운영돼야 하는 것은 맞지만, 학교 환경이 절대적인 요인은 아니라고 답했다. “학교가 무엇을 제공하느냐가 아니라 학생이 무엇을 성취했는지를 평가한다”며 “서울대가 원하는 인재는 자신이 처한 교육 환경과 여건을 잘 이해하고 성장 발판으로 활용하거나 어려움을 극복하며 역량을 충분히 함양한 학생이다. 대학에서 할 공부를 위해 고교 교육과정에서 어떤 과목을 어떻게 공부해 역량을 쌓기 위해 노력했는지가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것이 서울대의 답변이다.

질문을 통해 제시된 고민은 대다수 고교들이 느끼는 바이기도 하다. 매년 서울대 합격실적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하나고나 외대부고처럼 좋은 여건이 마련된 고교도 있지만, 대다수 고교는 아직 학생 중심의 수업을 단단히 뿌리내리지 못한 상태다. 

서울대는 “우리가 집중하는 것은 학교가 지닌 절대적인 환경 요인이 아니라 주어진 환경 속에서 어떻게 학생이 성장하고 있는가의 문제다. 여건은 ‘차별’의 조건이 아니라 ‘차이’에 불과하다”며 “‘수업’을 중심으로 학생이 성장하는 모습이 잘 드러나도록 도움을 주길 부탁한다. 학교 교육의 본질인 수업과 이를 통한 교육적 성장이 학종의 핵심 평가요소”라고 해법을 전했다.

일선학교의 ‘파편적 접근’을 경계하라는 주문도 이어졌다. 종합평가인 학종을 정량적 요소로 바라보지 말라는 것이다. “교내수상의 양적 접근, 봉사활동 시간의 양, 체험활동 횟수, 진로 관련 동아리 활동 등이 학종의 주요 평가요소로 둔갑한 상황이다. 파편적인 접근으로 인해 종합평가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그간 일관되게 알렸던 평가 내용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들이다.”

■ 소규모 학교의 ‘내신 고민’…규모 등 고려, 공부하고 싶은 과목 해야 = 이어진 질문은 중소도시 소재 고교이다 보니 학생 규모가 적어 역량이 우수함에도 내신 등급이 저조한 학생들이 있다는 것이었다.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폭넓은 선택권이 부여되면 수강인원 규모가 더욱 축소돼 이러한 문제가 더욱 심화되리란 걱정도 뒤따랐다.

서울대는 단순 내신 등급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기에 이러한 부분을 충분히 고려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수강인원 규모에 따라 역량이 왜곡되지 않도록 규모를 고려하는 것은 물론 원점수·표준편차·석차등급을 분석한다. 석차등급에 대한 걱정은 학종 서류평가 과정에서는 기우에 불과한 것”이라고 서울대는 설명했다. 

서울대는 내신 등급을 걱정하지 말고 자유롭게 과목을 이수하라고 안내했다. “기본기를 튼튼히 다질 수 있는 과목을 적극 이수해 학업능력을 함양하길 기대한다. 현장에서도 학생들이 공부하고 싶은 과목을 충분히 이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면 좋겠다.”

■ 제출 서류 외 평가하는 자료 있나…서울대 ‘사실무근’ = 학생부·자기소개서·추천서 외에도 평가에 활용하는 자료나 방법이 있는지 묻는 질문도 나왔다. 홈페이지 상태나 학교의 상황, 지원자를 직접 방문하는 실사 등 여러 방법을 활용한다는 소문이 무성하다는 이유에서다.

서울대는 이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잘라 말했다. “아로리, 안내 책자, 동영상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입학전형을 안내하는 이유 중 하나가 공식적이지 않은 잘못된 정보로 피해를 받지 않길 바라기 때문”이라며 “학종 서류평가는 학생이 제출한 학생부, 자소서, 추천서만 반영한다. 이외 평가 반영 서류는 없으며 별도 지표도 없다”는 게 서울대의 공식 입장이다.

서울대가 꾸준히 별도 평가를 진행하지 않는다고 밝혀 왔음에도 이 같은 오해가 있는 것은 전형안내에 담긴 ‘서류내용에 대한 확인이 필요한 경우 추가 서류 제출을 요구하거나 방문할 수 있음’이라는 표현 때문으로 보인다. 서울대는 이에 대해 “기회균형선발특별전형Ⅰ에서 지원자격 관련 추가 서류를 요청할 수 있음을 안내한 부분이다. 지원자 징계사실과 관련해 추가 서류를 요청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서울대의 설명을 종합하면 특별전형이나 징계사실 등의 특수한 사례를 제외하면, 추가 서류를 요청하는 일은 없다고 봐야 한다. 공지한 대로 제출서류인 학생부·자소서·추천서 외에 평가대상이 되는 자료는 존재하지 않는다.

■ 간소화된 학생부 대안은? 교육적 방향성 전제하길 = 현장의 고민 중 하나는 꾸준히 ‘간소화’ 추세를 밟고 있는 학생부에 대한 것이었다. 글자 수나 항목이 계속 줄고 있어 우수한 학생이 면모를 드러내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고교 프로파일’로 불리던 학교 소개자료가 공통 고교정보로 바뀌는 등 변별력을 나타내기 어렵다는 것도 이유였다.

서울대는 이 문제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고교들의 고민은 알고 있지만, 대학이 고교교육 본연의 모습이자 중등교육 고유의 영역인 학생부의 내용·형식을 정하는 방법을 논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점에서다. 고교교육이 대입에 종속돼 있지 않고 우선한다는 점을 보더라도 대학이 관련 논의에 나서기란 조심스러운 일일 수밖에 없다. 

서울대는 ‘교육적으로 온당한 방향성’이 전제가 되길 당부했다. “고교교육의 내실화를 통해 이전보다 나은 교육적 환경을 갖출 수 있다. 가장 교육적인 학생부가 대학이 선발할 때도 가장 이상적인 학생부다. 대입에 맞춰진 학생부는 고교와 대학이 함께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 서울대가 남긴 조언이다.

대입에 유리한 학생부를 만드는 데 치중하는 일부 학교들의 경우 ‘학생의 평가는 고교가, 해석은 대학이 한다’는 관점에 대해 생각이 필요해 보인다. 

■ 전형별 서류평가 방법 차이 없을까…“모든 전형 같다” = 유독 일반전형에서만 합격자를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며, 전형별 서류평가 방법이 다른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됐다. 하지만 서울대는 이 역시 사실무근이라고 단언했다. 모집인원이나 지원자격, 면접방식의 차이는 있지만, “서류평가 방법은 모든 전형이 동일”하다는 것이다.

특정 전형에서 합격자가 나오지 않는 것은 서류평가에서만 원인을 찾을 것이 아니라 다른 요인까지 두루 살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는 “제시문 활용 면접이 실시되는 일반전형의 경우 ‘문제의 정답을 찾기 위한 공부’가 중요하지 않다”며, “교과별 내용을 충분히 숙지하고 있는지 확인하고자 하는 면접이다. 아로리 면접 우수자 인터뷰 내용과 기출 제시문을 활용하길 권한다”고 했다.

■ 개별 고교 컨설팅 원해…고교 교육 고유성·자율성 침해 우려 = 학종에 대한 이해도가 교사마다 다르고 여건도 차이가 있다며, 대학 차원에서 개별 고교를 컨설팅 해주거나 고교별 프로그램을 직접 운영해 달라는 요청도 현장의 목소리 중 하나였다. 

하지만 서울대는 개별 고교 컨설팅 등은 불가능하다고 안내했다. “학교가 추구하는 교육과정과 교육활동 속에서 성장한 학생을 선발하는 학종의 핵심을 볼 때 대입에 맞춰진 개별 컨설팅이란 개념은 성립할 수 없다. 고교 교육의 고유성과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서울대는 ‘학교가 아닌 학생’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도 다시 한 번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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