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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 대표

[한국대학신문 이하은 기자] 최근 대학생들이 국회의원회관에서 소방관의 삶을 담은 전시회를 열어 화제를 모았다. 이들은 사회적 단체 ‘119REO’에 소속된 학생들로 어려운 여건에서 봉사ㆍ희생하는 대한민국 소방관을 돕기 위한 문화를 만드는 사업을 벌여 왔다. 이번 전시회 역시 그중 하나다.  

이승우 119REO 대표(건국대 건축)는 전시회를 열게 된 계기에 대해 소방관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그는 “소방관에게 ‘영웅’ ‘희생’ 등의 수식어가 붙으면서 어느덧 그들이 연민의 대상이 돼가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대한민국 소방관은 연민의 대상이 아니다. 안전에 대한 전문 지식을 갖추고, 긴급 구조 현장에 빠르게 투입되는 사람들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2016년 건국대 창업동아리 ‘119REO’는 ‘서로가 서로를 지키다(Rescue each other)’라는 의미로 공상(공무상 상해)을 인정받지 못한 소방관들에게 힘을 보태고자 만들어졌다. 폐방화복을 재활용해 가방, 팔찌 등으로 만들어 판매하고, 수익금은 암 투병 소방관에게 기부하고 있다.

초창기에 1년짜리 프로젝트로 기획했으나, 지난해 법인 설립을 시작으로 지금은 사회적 기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대표는 “처음에 펀딩을 진행해 기부금을 전달하면 사회가 바뀔 것으로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단순 기부에서 그치지 않고, 사업 체계를 갖춰서 본격적으로 활동해보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후 119REO는 학교 안팎으로 주목받은 단체로 성장했다. 2017년 건국대 총장상과 LINC+사업단 단장상을 2회 수상했다. 그 가운데 LINC+사업단의 법학전공 교수로부터 지식재산권이나 법리학적 조언을 받았다. 지난해 EO(Entrepreneur’s Organization)가 주최한 ‘글로벌 대학생 기업가 창업경진대회(GSEA)’ 한국 예선에서 1위를 차지해 캐나다를 다녀오기도 했다. 

또한 같은 해 고용노동부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주관한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 선정됐다. 이 사업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혁신적인 창업 아이디어를 가진 이들에게 사회적기업 창업을 위한 창업자금과 인프라(공간, 자원연계)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 대표는 올해 ‘예비사회적기업’ 지정을 목표로, 궁극적으로 사회적기업으로 진입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수익을 내지 않으면 지속할 수 없는 법. 119REO는 소방관들이 입고 버린 방화복을 리사이클링해 제품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물론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이 대표는 “관련 전공자가 없어 모든 일이 다 처음 시도하는 것이었다. 초기 1년은 시도와 좌절의 연속이었다”며 운을 뗐다. 

그는 “폐방화복 원단이 두꺼워 바늘이 부러진다면서 공장에서 번번이 퇴짜 맞았다. 한 달에 100여 개의 공장을 찾아가 미팅을 잡기도 했다”며 “만드는 작업도 쉽지 않았다. 방화복을 수거해 세탁한 후 일일이 실밥을 뜯고, 다시 재봉질을 거쳤다”고 전했다. 

그런데도 제품 원단으로 폐방화복을 고집한 이유가 무엇일까. 이 대표는 일상에서 소방관을 기억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소방관들은 방화복의 수명이 다하기까지 불길 속으로 평균 354번이나 뛰어든다고 한다. 그들의 354번의 땀과 노고를 되살리고 싶었다. 수많은 현장을 누볐던 방화복이 버려지지 않고 사람들의 일상 속에 새롭게 태어나길 바랐다.”

이렇게 지난해 누적매출액 8000만원을 달성했다. 이 중 순수익의 70~80%는 공상 불승인 소방관들에게 기부하고 있다. 종종 후원연락도 온다고 한다. 119REO는 후원금을 당사자가 직접 전달받도록 연계하고 있다.

이 대표는 “119REO의 모티브가 된 故 김범석 소방관의 아버님이 ‘아들의 삶을 돌아봐 줘서 고맙다’고 하셨다. 매년 연말연시마다 진심이 담기 장문의 메시지를 보내주실 때마다 옳은 일을 하고 있구나 느낀다”며 “앞으로는 세계적인 사회적 기업으로 성장해 다른 나라의 소방관들을 돕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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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의원회관에 전시된 119REO의 제품들. 전부 폐방화복으로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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