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된 일련의 행위’ 간주…합격 처리하기로
명백한 대입전형 기본사항 미준수…제재 가능성은 미지수

서울시립대가 '1초 차이'로 합격을 놓친 수험생을 전격 구제, 합격 처리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단, 대입전형 기본사항을 명백히 준수하지 않은 사안이기에 차후에도 관련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서울시립대 제공)
서울시립대가 '1분 차이'로 합격을 놓친 수험생을 전격 구제, 합격 처리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단, 대입전형 기본사항을 명백히 준수하지 않은 사안이기에 차후에도 관련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서울시립대 제공)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서울시립대학교가 1분 차이로 아깝게 추가합격 기회를 놓친 수험생을 구제하기로 결정했다. 서울시립대 입학관계자는 15일 “해당 학생을 합격 처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루 전인 14일 2019학년 정시모집 미등록충원합격(추가합격, 이하 추합) 마감시간인 오후9시에 해당 수험생은 걸려온 전화를 받지 못했다. 추가합격 시간임을 인지한 수험생이 바로 전화를 걸었지만 마감시간을 넘긴 오후9시1분으로 시간이 넘어갔다. 서울시립대는 마감시간을 넘겨 추합이 불가능하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이에 수험생은 한 입시 커뮤니티에 억울하다는 심정을 토로했고, 같은 처지에 놓인 수험생들로부터 많은 공감을 받았다.

서울시립대는 추합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불가피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립대 입학관계자는 “마감 시간인 오후9시 직전에 등록을 포기하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포기 절차를 안내하고 보니 오후8시59분이었다. 바로 차순위 수험생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신호음이 울리던 중 마감시간인 오후9시가 됐다”며 “수험생이 다시 전화를 걸어왔지만, 추가합격 통보시간이 마감됐다고 안내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당초 해당 수험생은 구제받기 어렵다는 게 대학가의 관측이었다. 대입전형 기본사항에 규정돼 있는 마감시간을 넘겨 추합 통보를 받은 것이 명백했기 때문이다. 대학들이 대입전형 기본계획과 모집요강 등을 만들 때 기준으로 삼는 대입전형 기본사항에는 ‘14일 오후9시까지’로 추합통보 마감 시간이 정해져 있다. 

‘오후9시까지’라는 말은 ‘오후9시 정각까지’라는 말을 의미한다. 대입전형 전반을 규율하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 관계자는 “추합 통보는 오후9시 정각까지 이뤄져야 한다. 오후9시 1초부터는 마감 시간을 지난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학생이 오후9시에 서울시립대와 통화가 됐더라면 9시 정각으로 볼 여지라도 남아있지만, 오후9시 1분에 전화를 건 이상 사실관계를 다툴 필요조차 없는 셈이다.

하지만, 서울시립대는 해당 학생을 합격처리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15일 오후 3시경 입학전형관리위원회를 연 서울시립대는 ‘일련의 과정’이라는 명분으로 합격 통보를 한 상황이다. 서울시립대 입학관계자는 “최초 우리가 학생에게 전화를 한 것이 마감시간인 오후9시 전이었다. 바로 학생이 다시 전화를 해와 등록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으니, 연속된 일련의 과정으로 봐 오후 9시 전 전화통보가 이뤄진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서울시립대의 결정은 합당할까. 대학가에서는 기본사항을 어긴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대학 입학관계자는 “오후 9시까지로 정확히 시간이 명시돼 있는데 왜 서울시립대가 그러한 결정을 내렸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학생이 추합 사실을 인지한 것이 오후 9시를 넘겨서인 만큼 추합 통보가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대교협도 같은 입장이다. ‘기본사항 미준수’가 확실하다는 것이다. 대교협 관계자는 “이 건에 대해서는 기본사항을 준수하지 않은 것이 맞다”고 전했다.

이번 서울시립대의 합격 결정에 대해 불만 섞인 목소리를 털어놓는 대학도 있었다. 규정을 준수한 대학들만 '바보'로 만든다는 것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이런 식으로 대학들이 조금씩 원칙을 어기기 시작한다면 마감시간을 정해놓을 의미가 없다. 1분까지는 받아들이고, 2분부터는 불합격으로 처리하라는 얘기인가. 기껏 시간을 준수해 추합을 진행한 대학이 피해를 볼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대학들의 불만처럼 마감시간을 어기는 대학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불의의 피해를 입는 대학이 나올 수 있다. 오후 9시 정각까지 추합통보를 마친 대학에 등록한 학생이 오후9시1분에 추합통보를 한 대학으로 이동하는 경우 규정을 지킨 대학만 결원이 발생해 손해를 볼 수 있는 구조다.

실제 이번에 서울시립대가 구제하기로 수험생의 경우 서울의 모 대학 건축공학과에 합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모 대학은 규정을 준수한 대가로 결원이 발생, 앉아서 수험생을 한 명 뺏긴 꼴이 됐다. 

대입전형 기본사항을 준수하지 않은 서울시립대에 어떤 처분이 내려질지는 차후 진행경과를 지켜봐야 한다. 대교협은 모집시기가 전부 종료되면, 이러한 기본사항 미준수 사례들을 모아 전형위원회를 열고 자체 시정권고로 끝낼 것인지, 교육부로 이송할지 등 처분을 결정한다. 대교협 관계자는 “고등교육법에 따라 대학들을 관리·감독할 권한은 교육부가 가진다. 전형위 결정을 교육부에 이송하면, 교육부가 제재 여부를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실제 서울시립대에 제재 처분이 내려질 가능성은 낮다는 게 대학들의 관측이다. 한 대학 입학관계자는 “대입전형 기본사항을 준수하지 않은 경우 구두경고가 나오거나 방지책·보완책 등을 만들라는 선에서 대개 그친다. 심각한 비위사실이 아닌 이상 강력제재가 나올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했다.

설령 제재결정이 나오더라도 이번에 합격한 수험생을 추합시킨 결정이 번복되는 것은 아니다. 대입전형 기본사항을 지키지 않은 것에 대한 제재가 이뤄질 뿐 대학이 입학전형관리위원회를 열어 결정한 사항을 무효로 돌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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