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성 인천대 총장

미래학자 토머스 프레이 “2030년이면 대학의 절반이 사라진다.”
교육부 “3년 후 사립대학 38개 대학이 문을 닫는다.”

1088년 볼로냐대학으로 시작된 학문의 공동체 ‘대학’이 인공지능, 디지털기술의 발달로 생존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한국에선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가 대학소멸 과정의 눈덩이 효과를 견인할 것이다. 2019년은 대학 생존을 담보하고 미래사회를 이끌어갈 리더십을 부여하기 위한 실천적 대안이 필요할 때다. 대학이 미래사회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은 담론이 아니다. 생존을 위한 구체적인 액션 플랜이 돼야 한다.

한국대학신문은 이러한 대학 생존의 희망을 현장에서 찾기로 했다. 교육적 난제의 해답은 결국 현장에 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치열하게 고민하는 우리 시대 교육혁신 리더들을 만나보자. 그들의 고민과 실천의 마이크로 탐험을 통해 인공지능과 디지털기술 혁신시대에 ‘대학경쟁력’의 의미를 정의해 보고자 한다. 이러한 탐색을 통해 한국대학신문은 대학경쟁력강화를 위한 대학 내·외부의 자원을 연결·공유·협업하는 네트워크와 플랫폼 전략을 제시할 것이다. 대학경영의 새로운 가치사슬을 만들어가기 위한 전 대학적 고민을 함께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①교육혁신과 에듀테크
②대학혁신 4.0
③고등직업교육 4.0
④전문가 좌담회

조동성 인천대 총장
조동성 인천대 총장

우리는 미래를 밝게 볼까, 어둡게 볼까? 간단한 실험을 해보자. 다음 두 가지 시각 중 귀하는 어느 것을 선택하겠는가? 시각1: “우리 앞에 좋은 방향과 나쁜 방향이 있는데 그중에서는 좋은 방향으로 갈 것 같다. 다만 좋은 방향에서 나타날 바람직한 내용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는 잘 모르겠다.” 시각2: “우리 앞에 놓여있는 좋은 방향과 나쁜 방향 중 어느 쪽으로 가게 될지 모르겠다.”

이 두 가지 시각을 미래에 다가올 환경에 적용해보자. 시각1: “제4차 산업혁명이 오는 건 틀림없는데, 얼마나 빨리 다가오고, 얼마나 고도화할지는 모르겠다.” 시각2: “제4차 산업혁명이 확실하게 다가올지, 잠깐 우리 곁에 있다가 새로운 시대로 바뀔지 모르겠다.” 

이 두 가지 시각을 미래에 필요한 인재에 적용해보자. 시각1: “인재를 제4차 산업혁명에 맞게 키워야 하는 건 틀림없는데 얼마나 빨리, 얼마나 전문화된 인재로 키워야 할지 모르겠다.” 시각2: “인재를 제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전문적 인재로 키워야 할지, 그 이후에 필요한 다양한 능력과 지혜를 갖춘 인재로 키워야 할지 모르겠다.”

시각1처럼 방향은 정해져 있는데 폭을 모르는 경우에는 예측 (forecasting)을 하면 된다. 시각2처럼 방향 자체를 모르는 경우에는 시나리오 플래닝(scenario planning)을 사용해야 한다. 오늘날과 같이 미래가 불투명할 때에는 단선적인 예측보다 다양한 시나리오 플래닝이 더 적절하다. 미래의 인재를 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인재로 단선적으로 키우는 것보다는 다양한 미래를 생각하면서 복합적으로 키워야 한다는 데 힘이 실리는 이유다.

우리는 어떤 능력을 갖춘 미래의 인재를 키워야 하는가? 시나리오 플래닝 기법을 사용해서 우리나라의 미래를 다음 4가지 시나리오로 구상해보자. (1)첨단 과학기술과 남북통합 경제로 세계를 선도하는 선진대국, (2)산업 과학기술을 앞세워 혁신을 주도하는 중간 크기의 강국, (3)부분적인 개선을 통해 현재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중간 수준의 국가, (4)불안한 안보와 사회적 갈등 속에서 약화되는 국가경쟁력을 걱정하는 국가.

네 가지 시나리오가 모두 현실로 일어날 수 있다는 가정 속에서 다음 4가지 인재 유형을 도출할 수 있다. 첫째, ‘창조형 인재’는 미래를 이끄는 첨단 과학기술을 창안하고, 새로운 기업을 창업하는 선도자로 키워 시나리오 1형 미래를 이끌게 해야 한다. 둘째, ‘혁신형 인재’는 창조형 인재를 도와서 첨단 과학기술을 산업화하고 기업 경영을 책임지는 전문가로 키워 시나리오 2형 미래를 이끌게 해야 한다. 셋째 ‘개선형 인재’는 전문가 밑에서 과학기술 개발과 기업 현장을 담당하는 관리자로 키워 시나리오 3형 미래에서 핵심역할을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 넷째, ‘적응형 인재’는 불안과 갈등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역할을 성실하게 수행하는 실무자로 키워 시나리오 4형 미래에서 사회의 주춧돌 역할을 담당하도록 해야 한다. 여기서 네 가지 유형은 어느 것이 좋고 어느 것이 나쁜 것이 아니라, 모든 조직에 반드시 필요한 존재다. 특히 적응형, 개선형 인재가 사회 하부구조를 탄탄히 받치고 있을 때 혁신형, 창조형 인재가 기업과 국가에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그리고 모든 인재는 네 가지 유형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다만 각자의 대표적 성향이 조금씩 다를 뿐이다.

미래의 대학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2018년 대학입학 정원은 48.5만 명이었다. 반면 2018년 태어난 인구는 33만 명이었다. 이 숫자에 작년 대학 입학비율인 0.7을 곱하면 23.1만 명이다. 18년 후에는 2018년 대학입학 정원의 반도 안 되는 숫자가 대학에 입학할 것이다. 미래의 대학 숫자는 어떻게 될까? 현재 우리나라에는 대학이 340개쯤 된다. 이 숫자가 170개로 줄어들어 더 좋은 대학만 살아남고 덜 좋은 대학은 도태될 것인가? 그런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다. 더 좋은 대학은 더 좋은 대학대로 덜 좋은 대학은 덜 좋은 대학대로 사회적 수요가 있기 마련이다. 대학은 하나의 생태계다.

미국에는 학위를 수여하는 기존 대학이 약 4,300개 있지만, 최근 유사대학이 나오면서 기존 대학을 대체해 나가고 있다. 대학이 아닌 대학들이 고등교육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것이다. 창업형 인재를 양성해 창업을 선도하는 실리콘 밸리의 싱귤래리티 유니버시티(Singularity University), 현장 전문가가 직접 가르치는 공부를 1~2개월 하면 나노디그리(Nanodegree)라는 학위를 받을 수 있는 혁신형 인재 양성 기관 유데이시티(Udacity) 등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교육기관이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중국에도 대학이 1500여 개 있고, 그 숫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구미대학교 로봇실습수업 장면.   (사진=구미대학교)
구미대학교 로봇실습수업 장면. (사진=구미대학교)

우리나라 대학의 숫자는 미래에 어떤 시나리오가 현실로 나타날 것인가에 따라 달라진다. 시나리오 1형 및 2형이 나타나는 장밋빛 미래를 그려보자. 이 경우 적응형 인재, 개선형 인재를 획일적으로 양성하는 교육을 담당하는 전통적인 대학들이 뒤처지고, 새로운 분야를 만들어내는 창조형 인재와 기존 체제로부터 차별화된 분야에서 요구하는 혁신형 인재를 양성하는 역동적인 대학들이 주역으로 등장할 것이다. 우리나라 대학 숫자 역시 대폭 늘어날 것이다. 특히 독특한 분야에서 자신만의 영역을 추구하는 부티크형 대학들이 대거 등장할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정부가 정규대학으로 인정하건 안하건 개의치 않을 것이다. 결국 시장에서 새로운 형태의 대학이 존재할 수 있는 가능성은 이들이 새롭게 나타나는 시장 수요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충족하는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역동적인 대학은 누가 이끌고, 독특한 대학은 누가 만들 것인가? 이에 대한 정답은 우문현답이다.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 현장은 어디인가? 바로 학생들이 졸업하고 취업하는 연구소, 기업, 공공기관이다. 현장에서는 원하는 인재를 기존 대학에 요청하고 이를 따르는 기존 대학을 지원할 것이다. 현장의 요청과 지원을 받아 미래를 향해 스스로 바꿔나가는 기존 대학은 변화 속에서 역동적으로 성장과 생존의 길을 찾아낼 것이다. 다만 기존 대학의 변화에 만족하지 못하는 현장의 선도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인재를 직접 키울 것이고, 그 조직은 결국 부티크 대학으로 태어날 것이다. 우리가 밝은 미래를 꿈꾸는 한,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능력을 갖추고 만 명을 먹여 살릴 수 있는 미래의 인재를 개발할 수 있는 대학이야말로 미래를 여는 새로운 주역이다. 우리나라에 시나리오 3형이나 4형과 같은 우울한 미래가 나타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도 미래의 대학은 창조형, 혁신형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국립인천대학교는 연구소, 기업, 공공기관들이 캠퍼스에 들어와서 학생들을 직접 가르치는 매트릭스 교육제도를 도입했다. 학생들은 자신이 졸업 후 다니고 싶은 직장이 제공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재학 중에 마음껏 선택해서 창조형 인재, 혁신형 인재로 거듭 태어난다. 이러한 경쟁력을 갖춘 인재들이 우리나라를 첨단 과학기술과 남북통합 경제로 세계를 선도하는 선진대국으로 이끌어줄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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