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법 없어도 방법은 있는 대학 매매
관련법 없어도 방법은 있는 대학 매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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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기금 담보로 대학 재단 이사회 구성원 교체해 헤게모니 형성
안양대 새 이사 선임에 "중원대에 넘어가나" 매각 의혹 증폭
사립학교법, 학교법인 재산 매도 금지 명시…판례는 ‘운영권 이전’ 인정
“공공성 띤 교육기관 매매, 당위성 의문”

[한국대학신문 이현진 기자] 교육부는 최근 안양대 이사회가 선임한 이사 2명의 승인을 보류했다. 대학 구성원들이 재단인 우일학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등 구성원 간 내홍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8월 승인된 안양대 이사 2인을 포함해 총 4명의 이사가 ‘중원대 재단’ 측 인사라는 정황이 포착되며 안양대 매각설에 힘이 실린 것이 원인이다.

안양대가 중원대 측 인사를 새 이사로 선임하는 움직임을 보이자 "중원대로 넘어가는 것 아니냐"며 매각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안양대가 중원대 측 인사를 새 이사로 선임하는 움직임을 보이자 "중원대로 넘어가는 것 아니냐"며 매각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교육부가 보류한 이사 두 명의 선임이 확정되면 사실상 안양대는 중원대 재단으로 넘어가게 된다. 이사 교체를 진두지휘한 현 안양대 이사장과 그의 사돈인 이사 A씨를 포함하면 총 6명이 중원대 재단 측 인사가 되기 때문이다. 이사회 안건 의결은 정원의 3분의 2 이상 찬성 의결로 이뤄지기 때문에 9명 정원에서 6명은 의미가 크다.

안양대 법인 우일학원 측은 대학을 매각하려는 의도는 아니라고 해명한다. 학교 정관에 따라 학교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인사를 이사로 뽑았다는 것이다. 우일학원 관계자는 “대학 경영이 어려운 상황에서 대학 발전을 위한 방안과 기금을 내놓을 적임자를 찾았을 뿐”이라고 표명한다.

안양대 신학대학 학생·교수·동문회 등 구성원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반발하고 나섰다. 중원대 재단 측 인사를 안양대 재단 이사로 들인 것에 대해 ‘이사회결의무효확인소송’도 제기한 상태다. ‘이사 교체는 곧 대학 매각’으로 봤기 때문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해당 이사들의 선임 과정에서 절차상의 문제는 없었다”면서도 “그러나 대학 간의 경영권 이전 문제로 대두된 만큼 해당 문제로 제기된 소송 등이 일단락되기 전까지 이사 승인은 보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에도 안양대와 중원대 재단 간의 이른바 '대학 거래’는 시간문제라는 추측이 나온다. “소송이 종료되면 언젠가는 이사 승인이 이뤄지지 않겠느냐”라는 게 일각의 시선이다.

■ 은밀하게 이뤄지는 대학 매매…관련법 없어 제재도 지원도 전무 = 대학 매매는 합법적일까. 대학 매매를 허용하는 관련법은 없다. 그러나 대학가의 공공연한 방법은 있다.

사립학교법 28조에 의하면 학교교육에 직접 사용되는 학교법인의 재산 중 대통령령이 정하는 것은 매도하거나 담보에 제공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얼마 전 이를 거스르는 대법원 판례가 나왔다. 사립학교법에 거래 금지 규정이 없고 인수자가 학교 문을 닫으려 하지 않는 이상 불법이 아니라는 판결이다. 판례는 해당 사안을 대학 소유권이 아닌 운영권이 넘어간 것으로 판단했다. 사실상 대학 거래가 가능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그간 사립학교 매매는 보통 거액을 주고받으며 막강한 권력의 이사장직을 넘기는 운영권 양도 방식으로 이뤄져 왔다. 통상 9명으로 구성된 재단 이사회 구성원을 대학 매수자 측 구성원으로 교체해 헤게모니를 형성하는 방식이다. 주식을 매입해 지분을 늘려 경영권을 확보해 기업을 인수하는 것처럼 대학 이사회 구성원을 개편해 지배권을 가져가는 것이다.

이 같은 금전 거래는 보통 대학 재정 기여 명목으로 이뤄진다. 대학 발전기금을 제시하고 경영권을 얻는 식이다.

그러나 당사자 간 ‘뒷거래’로 추가 금품이 오가는 상황은 배제할 수 없다. 대학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재단 인수자는 학교에 수백억에서 천억 단위 발전기금을 약속하며 경영권을 가져간다. 이때 추가 금액이 거래 당사자 사이에 은밀하게 오가도 교내 구성원들은 알 수 없다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만약 매각 주체인 대학 이사장 측이 매수 상대로부터 추가적으로 재정을 받은 게 발각될 경우 횡령·배임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지난 2011년 한 지역대학 설립자 아들이 운영권을 지인에게 넘기려는 과정에서 대학 발전기금 이외의 비공식적 자금을 받기로 한 정황이 드러나며 논란을 겪은 바 있다.

■ 대학 거래 성공 사례 있지만 대부분 매매는 ‘위기의 대학들’ 최후 수단 = 지난 1996년 성균관대를 삼성이 인수한 경우나 이후 두산이 중앙대 경영권을 쥐게 된 것은 비교적 성공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이른바 ‘강자’끼리 만난 윈윈(win-win)사례로 꼽힌다.

대학 경영권 이전은 대학 통합으로 모양새를 갖추며 이뤄지기도 했다. 지난 2015년 인천가톨릭대와 관동대가 통합 시 양측이 ‘무상증여를 통한 경영권 이전’으로 합의했다. 명지학원이 경영권을 무상으로 넘겨주는 대신 인천가톨릭학원은 수익용기본재산을 출연한 뒤 관동대 교수·직원의 고용을 승계하는 방법이다.

교육부 사립대학정책과 관계자는 “대학 매매는 관련법이 갖춰지지 않아 기본적으로 재정기여자가 나타나면 지분이나 재정기여 등을 갖고 지배권을 가져가는 형식으로 이뤄져왔다”며 “법원 판례를 모든 상황에 적용할 수 없기 때문에 일반화하긴 어렵지만 그간에는 대학 설립목적을 훼손하거나 교육을 하지 않는 등의 문제가 없는 한 특별한 제재가 없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학 매각에 대한 근본적인 당위성에 의문을 던진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교육기관을 ‘발전기금’을 명목으로 매매한다는 게 공공성 차원에서 맞느냐는 근본적인 논란에 마주할 수밖에 없다”고 역설했다.

위기에 봉착한 대학이 ‘매매’를 돌파구로 삼았지만 결국 정체성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대학법인 관계자는 “일부 대학 매매나 통합은 어려운 환경에 몰린 대학이 최후의 수단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있다”며 “대학 구성원들은 경영권 이동이 대학 발전 원동력이 될 수도 있다는 금빛 미래를 꿈꾸기도 한다. 하지만 막상 매각 뒤 기존 대학은 매입 대학에 편승돼 운영되거나 당초 건학이념은 지키지 못한 채 제3의 대학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있다”고 역설했다. 이어 “투자한 금액에 대해 보상을 받으려는 매수자의 심리가 비리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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