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생 쌓이며 합격률 50% 이하로…“입학자 아닌 ‘응시자’ 기준 75% 선발해야”

전국 25개 로스쿨 학생들로 구성된 전국법학전문대학원학생협의회가 18일 오후 청와대 앞에서 총궐기대회를 열고 변호사시험 합격률 정상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전국 25개 로스쿨 학생들로 구성된 전국법학전문대학원학생협의회가 18일 오후 청와대 앞에서 총궐기대회를 열고 변호사시험 합격률 정상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한국대학신문 이현진 기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제도의 도입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현재 기준인 ‘입학자’가 아닌 응시자 대비 75% 이상으로 유지하라”

전국 25개 로스쿨 학생들로 구성된 전국법학전문대학원학생협의회가 18일 오후 청와대 앞에서 총궐기대회를 열고 변호사시험 합격률 정상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로스쿨 출신 변호사 합격률이 50% 미만으로 떨어진 지금 매년 1500명 이상의 고시생이 생겨나고 있다”며 “‘고시 낭인’ 문제 해결을 위해 도입된 로스쿨 제도가 도리어 ‘변시 낭인’을 양상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앞서 법무부 산하 변호사시험관리위원회는 입학 정원인 2000명의 75%를 합격시키기로 정했다. 변호사시험에서 매년 1500명 안팎의 학생들이 합격해왔다.

문제는 매해 재수생이 쌓이면서 불거졌다. 합격률이 계속 줄어든 것이다. 제도를 응시자 수가 아닌 입학 정원을 기준으로 만들어서다. 로스쿨 설립 후 치러진 제1회 변호사시험 응시자는 1665명. 재수생 수가 쌓인 제8회 변호사시험의 응시자는 3330명에 육박했다. 합격자 수는 그대로인데 시험 응시자는 두 배로 늘게 된 셈이다.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1회 87%에서 △2회 75% △3회 67% △4회 61% △5회 55% △6회 51% △7회 49%로 급격히 낮아졌다. 교육부와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달 치러진 제8회 변호사시험 합격률도 48% 이하다.

협의회는 “이런 상황에서 법학전문대학원 학생들은 자신의 전문분야를 개발해 전문가로서의 기틀을 닦기보다는 시험을 통과하기 위한 공부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며 “풍부한 교양을 쌓고 주위에 공감하는 능력을 키워 나가기보다는 수험 적합적 인간이 되기를 강요받고 있다”고 우려했다.

합격 커트라인도 1회 당시엔 1660점 만점에 720점이었지만 지난해에는 882점까지 올랐다. 협의회에 따르면 몇몇 로스쿨에서는 이미 1학년 때부터 객관식 문제를 풀면서 시험에 대비한다.

이들은 “법조인에게 필요한 자질을 키우려고 로스쿨에 입학했지만 객관식 시험이나 지문 풀이에만 매달려야 하는 상황”이라며 “단순히 수험을 위한 암기 위주의 공부가 아닌, 자신의 배경과 특성을 살린 공부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그래야만 법학전문대학원이 특성화·전문화된 법조인을 배출해 국민의 다양한 기대에 부응하는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합격 기준을 ‘응시자 대비 75% 이상’으로 입법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입법 청원 개정안을 제출했으며 청와대에도 서한을 전달했다.

로스쿨 출신 등 변호사 250명도 이날 오후 변호사시험을 ‘정원제’가 아닌 의사나 한의사 시험처럼 ‘자격시험’으로 바꿔야 한다는 성명서를 청와대에 전달했다. 로스쿨 졸업 후 5년간 5회만 응시하게 제한돼 있어 시간과 돈만 버리는 ‘낭인’이 해마다 수백 명씩 나오게 된다는 비판이다.

이에 반박해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고시생모임’과 학부모들도 청와대 앞 분수대광장에서 변호사시험 합격률 정상화를 촉구하는 로스쿨 학생들의 주장에 반대하며 로스쿨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법학전문대학원학생협의회의 변호사시험 합격률 증가 촉구는 로스쿨의 모순과 한계를 스스로 고백한 것”이라며 로스쿨의 폐지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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