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강원도 영월 세경대학교에서 만난 최석식 총장. 그는 인터뷰를 위해 자신감에 찬 어조로 세경대학교의 발전을 확신했다. (사진=한명섭 기자)
14일 강원도 영월 세경대학교에서 만난 최석식 총장. 그는 인터뷰에 응하며 자신감에 찬 어조로 세경대학교의 발전을 확신했다. (사진=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김의진 기자] 호탕한 웃음소리와 함께 지방대학을 찾은 손님을 맞았다. 대학 총장이라는 권위의식보다는 따뜻한 인간미로 가득한 한 사람이 총장실에 있었다. 1976년 행정고등고시에 합격한 뒤 2004년엔 과학기술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차관까지 역임했지만, 최석식 세경대학교 총장은 ‘차관님’ ‘총장님’이 아니라 오늘도 세경대학교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일일이 ‘카톡’으로 안부 문자를 넣는 친근한 아버지다.

스스로 권위의식을 ‘탈피’하고, 대학 곳간을 ‘넉넉’하게 하는 일석이조를 거두기 위해 관용차량을 운행하지 않기로 결정했고, 총장 비서실도 과감히 없애버린 최석식 총장을 14일 강원도 영월 세경대학교에서 만났다. 총장 임기가 오는 3월 끝나며 정든 대학을 떠나게 됐지만 “집에 돌아가고 나서도 한동안 (세경대학교가) 한창 뻗어나가고 있는데, 역량진단평가 결과가 발목을 잡은 것 같다는 마음에 잠을 못 잤다”는 말로 최 총장은 이제까지 자신이 ‘세경대학교 제일 살림꾼’이었음을 인정했다.

최석식 총장은 비서실을 과감히 없애고, 그곳을 학생 휴게 공간으로 변모시켰다. (사진=한명섭 기자)
최석식 총장은 비서실을 과감히 없애고, 그곳을 학생 휴게 공간으로 변모시켰다. (사진=한명섭 기자)

총장으로 취임하는 날, 이제부터 세경인으로 다시 태어날 것이고, 오로지 세경대학교만을 생각하겠다고 한 말처럼 ‘최석식 사단’은 승승장구였다. 학생이 행복하고, 대학이 튼튼하다는 것을 증명하듯 눈으로 확인 가능한 지표도 상승곡선을 그렸다. 하지만 이러한 대학의 노력과 열정을 교육부는 알아주지 않았다.

최 총장은 “높이 날아가려 이륙하고 있는 비행기의 날개를 억지로 잡아 꺾었다”며 아쉬워했다. 하지만 그는 “학생이 알고, 대학 구성원이 알고, 영월과 강원도가 알아주면 됐다. 세경대학교는 잘 되고 있다. 걱정하지 말고 더욱 노력하면 잘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15년 세경대학교에 총장으로 취임하며 ‘이사장으로부터 천거됐다’는 표현을 썼다. 취임 과정이 궁금한데.
“세경대학교의 내 전임 총장은 이정애 현 이사장이다. 2011년 내가 상지영서대학교 총장으로 있을 때부터 강원지역 전문대학 총장협의회 활동을 함께하셨던 분이다. 2015년 상지영서대학교 총장 임기가 끝났다고 말했더니, 세경대학교 총장을 제의하셨다. 그래서 오게 됐다. 나는 그 순간부터 세경인으로 바꿔 태어났다. 세경대학교만이 의미가 있고, 오직 세경대학교의 이익을 위해 생각하고 행동했다. 창학이념인 ‘홍익인간’ ‘기술혁신’ ‘산학협동’을 실천해서, 세경대학교가 비록 영월이라는 지역에 있지만, 전국 각지와 대도시에서 우수한 신입생들이 몰려오고, 세경대학교를 졸업한 인재들이 대한민국 유수의 직장에 취업해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최고의 대학으로 변모시키겠다는 일념만 있었다.”

-그런데 교육부는 이러한 노력을 모르는 듯하다. 대학 기본역량진단에서 강원권에서 유일하게 재정지원제한 대학에 포함됐다.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다.
“대단히 부끄럽게 생각한다. 비행기가 이륙해 상승단계로 접어들었는데, 벼락을 맞은 기분이다. 상승단계라는 것은 내가 총장 임기를 시작한 2015년 주요 지표를 봐도 알 수 있다. 실제로 모든 지표가 좋아지고 있다. 신입생 충원율은 2015년 87%에서 2018년 100%로 매년 올랐다. 재학생 충원율도 2015년 83.5%에서 2018년 93.4%로 역시 해마다 상승했다. 순수 취업률 역시 2015년의 46.1%에서 2018년에는 58%로 올랐다. 법인의 법정부담금 비율 또한 2015년의 57.8%에서 2018년에는 70%로 매년 상승했다. 교직원의 급여 규모도 2017년에는 10.1%, 2018년에 5.3%로 각각 인상했다. 올해에는 전자도서관을 착공하기 위해 30억원을 투입한다. 이런 대학이 어찌 재정지원제한 대학일까?(허탈한 웃음) 앞으로 더 체계적으로 준비해서 3주기 평가에서는 기필코 자율개선대학에 진입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재정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전문대학들이 많다. 강원권은 특히 더욱 힘들 텐데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세경대학교는 학생에 대한 금전적 지원을 늘리고 있다.
“우리 대학은 전국 사립 전문대학 가운데 수업료가 4~5번째로 저렴한 대학이다. 이와 더불어 학생 수도 1000명 내외라서 전체 운영비 규모가 대단히 적다. 이 말은 대학 재정을 운용하는 데 대단히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학생들에 대한 지원을 줄일 수는 없다. 대학에 들어가는 경비 가운데 불요불급한 재원을 삭감해 학생교육경비로 사용해야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지원부서의 인력을 최소화하고, 전 직원의 멀티 인력화를 추진했다. 나 또한 총장 수행기사와 수행비서를 없앴다. 또 2016년부터 내 연봉에서 2000만원을 삭감했다. 정해진 예산에서 내 연봉을 줄이는 만큼 대학에 들어가는 돈을 늘렸다. 재단 법인과 영월군청, 강원도청에서도 많은 지원을 이끌어 냈다. 특히 영월군에서 세경대학교 학생에게 지원하는 장학금도 2017년까지 1인당 150만원이었지만, 2018년부터는 200만원으로 50만원을 증액했다. 기숙사 입주지원금 역시 지난해까지는 90만원이 지원됐지만, 올해부터 100만원으로 인상됐다. 학생들이 공부하고, 쉬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물심양면 지원하고 있다.”

최석식 총장
최석식 총장

-학생들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내가 평소 꿈꾸는 대학은 학생들의 평생 행복을 잉태시켜주는 학생중심대학이다. 고객에게 기쁨과 믿음을 주는 고객중심대학인 것이다. 학생과 교직원이 어울려 학과에 신바람을 안겨주는 학과중심대학을 만들겠다는 목표다. 이러한 이유로 학생들의 미래행복 창조에 가장 역점을 두었다. 학생들의 꿈을 키워주는 대학, 자신감과 자긍심을 심어주는 대학, 현장기술 전문성을 높여주는 대학, 인성과 교양을 길러주는 대학이 되도록 세경대학교를 경영했다. 핵심가치인 ‘사랑’ ‘성실’ ‘봉사’ 정신을 함양하고, 휴머니즘을 실천하는 지성인이 되도록 학생들을 교육했다.”

-교육부 공시 자료를 보면 전문대 평균 취업률보다 1.1% 높다. ‘취업 명문대학’을 표방하려면 더 높여야 할 것 같은데 나아갈 방향은.
“전체 취업률 80%, 순수 취업률 70%를 목표로 잡고 있다. 산업체 수요에 입각한 학과 정원조정과 NCS 교육과정 운영, 산업체 주문식 교육과정을 운영해야 한다. 캡스톤 디자인 활동과 가족회사 관계 강화 등을 획기적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 산업계에 필요한 인재를 적시에 공급하는 대학이 돼야 하는 것이다. 세경대학교의 교육과정을 산업계의 구체적 수요에 연동시키고, 산업계의 요청에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앞으로도 계속 노력해야 한다. 특히 영월군과 강원도를 최고의 파트너로 인식하고, 영월군의 발전도 함께 생각하는 세경대학교가 돼야 한다.”

-총장 약력에 ‘중·고등학교 진로지도 봉사특강 190여 회’가 눈에 띈다. 이에 대해 설명해 줄 수 있나.
“과학기술부 차관을 끝으로 공직을 마치고 나서 생각했다. 국민의 세금으로 30여 년 봉급을 받았기 때문에, 이제는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도리라고. 과우회 활동과 연계해, 중·고등학교 진로봉사특강을 실시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230여 회 실시했다. 하면서 보니 대학의 이미지 제고에도 도움이 되더라. 작년부터는 장학금 지급도 병행하고 있다. 내가 학교를 다닐 때 받았던 장학금을 갚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하고 있다. 20년 안에 100명에게 100만원씩 지급할 계획이다. 작년에는 전주의 모 중학교와 4000만원 기부약정서를 체결했다. 올해 3월에는 다른 중학교와도 6000만원 기부를 약속할 계획이다. 2개 중학교는 아내가 결혼 전, 영어 교사로 재직했던 중학교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정기총회에서 ‘전문대학은 이제 평생직업교육 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말이 나왔다. 세경대학교의 평생직업교육은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는가.
“우리 세경대학교는 35세 이상의 평생학습자의 비율이 높은 평생직업교육기관이다. 입학생을 기준으로 해서 2016년 28.9%, 2017년 31.1%, 2018년 33.2% 수준이다. 주간 강의에 참석할 수 없는 직장인들을 위해 학과별로 야간 분반을 실시하고 있으며, 필요한 강사료를 별도로 지원하고 있다. 학생 맞춤형 수업시간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이밖에도 학과별로 지역주민들을 위한 비정규 수업도 실시하고 있다. 자동차 정비반 등은 학과 특징을 살려 지역 봉사활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상지영서대학교에서도 총장 경험이 있다. 상당히 안정적으로 운영했다는 긍정의 평가들이 많이 들리고 있다. 최근 상지대-상지영서대 통합이 결정됐다. 이를 지켜보며 든 생각을 듣고 싶다.
“떠난 사람으로서 항상 응원하고, 발전된 모습을 바라지만 언급은 간단히만 하고 넘어가겠다. 통합이 결정됐으니, 잘 됐으면 좋겠고 앞으로 뻗어나가는 학교를 그려본다. 다만 상지영서대가 통합되면서 상주 인구 50만 명을 목표로 하는 원주시에 전문대학이 하나도 안 남게 돼, ‘전문대 제로현상’은 아쉬운 대목이다.”

-19회 행정고시에 합격하며 공직에 입문해 제22대 과학기술부 차관까지 지낸 경험, 대학 총장도 해봤다. 세경대학교 총장 임기를 마무리하며, 아쉬움은 뒤로하고 끝으로 대학 구성원을 위해 한마디 부탁한다.
“세경대학교의 외형적 목표는 3주기 자율개선대학이고, 2025년 전국 30위권 대학 진입을 목표로 해야 한다. 내용적으로는 영월과 정선, 평창 지역의 지적 커뮤니티 센터 기능을 충실하게 실행해야 한다. 3개 지역의 발전을 선도하는 학교가 세경대학교가 돼야 한다. 특성화 영역은 복지와 관광이다. 2016년 말 도입한 성과연봉제도를 체계적으로 정착시켜야 한다. 인건비 총액을 등록금 수입의 62%로 연동하고, 각 교수와 직원의 객관적 기여도에 따라 배분하는 방식이다. 교육부 평가시스템에 맞춰 표준화된 사항을 충실하게 이행해야 한다. 추진동력은 전 교직원의 자율적 참여 의지와 활동이다. 교직원을 고용인이 아닌 파트너 신분으로 전환하고, 교직원이 대학을 위해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해 대학 일을 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총장이나 대학본부에서 시키니까 일하는 것이 아니라 교직원 스스로 가족을 위해서 대학 일을 하는 방식 말이다. 이렇게 되면 모든 교직원이 신나게, 자발적으로, 활력 넘치게 일할 것으로 생각한다.”

최용섭 본지 발행인(왼쪽)과 최석식 총장이 세경대학교 '2025 발전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강원도 영월 동쪽으로 흐르는 물줄기인 동강처럼, 세경대학교가 힘차게 나아갈 수 있을지 결과가 궁금해진다. 두 사람 뒤편에 보이는 사진이 동강의 모습. (사진=한명섭 기자)
최용섭 본지 발행인(왼쪽)과 최석식 총장이 세경대학교 '2025 발전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강원도 영월 동쪽으로 흐르는 물줄기인 동강처럼, 세경대학교가 힘차게 나아갈 수 있을지 결과가 궁금해진다. 두 사람 뒤편에 보이는 사진이 동강의 모습. (사진=한명섭 기자)

■최석식 총장은…
전북대 법정대학을 졸업했다.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석사를, 영국 맨체스터대 대학원에서 이학석사, 성균관대 대학원에서 행정학박사를 했다. 1976년 19회 행정고등고시에 합격한 뒤 김대중 정부에서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과학기술비서관을 역임했으며, 2004년 과기부 차관, 한국연구재단 이사장을 지냈다. 2011년 상지영서대학교 총장을 역임하고, 2015년 세경대학교 총장으로 취임했다.

<대담=최용섭 발행인 / 사진=한명섭 부국장 / 정리=김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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