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학년도 전문대 학위수여식 풍경

15일 인덕대학교 학위수여식에서 졸업생 오분자씨(왼쪽)와 이정숙씨가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사진=허지은 기자)
15일 인덕대학교 학위수여식에서 졸업생 오분자씨(왼쪽)와 이정숙씨가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사진=허지은 기자)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아이고, 네가 이렇게 졸업을 했구나!”

아흔의 노모는 눈시울을 붉혔다. 올해 인덕대학교 공간장식도자디자인학과를 졸업한 이정숙씨(65)의 어머니다. 이정숙씨는 “어머니께서 늘 못 가르쳐서 미안하다고 말씀하셨다. 어머니가 집에서부터 ‘내가 못 가르쳤는데 네가 해냈구나. 장하다 내 딸’이라고 이야기하시면서 계속 우셨다”며 굵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이정숙씨는 이날 학위수여식에서 함께 졸업한 사회복지학과의 오분자씨(74)와 함께 KB국민은행 표창까지 받았다. 오분자씨는 “표창까지 받게 돼 어리둥절하다. 개근하고 모범생이었다고 상을 주셨더라”고 말했다.

두 만학도는 “공부에는 때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정숙씨와 오분자씨는 같은 고등학교를 졸업해 나란히 인덕대학교에 입학했다. 10대 때는 가정이 어려워서, 딸보다는 아들 먼저 공부시키던 당시 시대적 분위기 때문에 원하는 만큼 공부를 하지 못했다. 그러나 하고 싶은 일이 있어 대학에 진학했고, 밤을 새워가며 공부했다.

앞으로 이정숙씨는 전공을 살리고 기취득한 요양보호자격증을 활용해 치매 노인을 대상으로 한 점토놀이 봉사를 다니려 한다. 그는 “어머니가 치매 4급이시다. 공방을 열까도 생각했지만 어머니와 같은 분들을 지도하는 일을 하며 봉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오분자씨는 처음부터 전문적인 봉사를 하려고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했던 만큼, 어려운 처지의 노인들을 돕는 노인복지센터를 운영할 계획이다. 그는 “고령화 시대다. 혼자 어렵게 사시는 노인들을 돕고 편히 지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남은 여생을 풍요롭게 살 수 있도록 도와드리려 한다”고 계획을 밝혔다.

재단이사장 상을 받고 있는 박은경씨.
재단이사장 상을 받고 있는 박은경씨.

구미대학교의 모자(母子) 졸업생도 화제다. 산업경영학과를 졸업한 박은경씨(46)와 헬기정비과를 졸업한 아들 김정곤씨(21)다. 이들은 8일 학위수여식에서 함께 학사모를 썼다.

특히 주경야독을 하며 전공심화과정생 전체 수석을 한 박은경씨는 저녁에는 자신이 운영하는 컴퓨터학원의 교사로 일하고 2~3시간씩 자며 공부를 한 사연이 알려져 주목을 받았다. 그 결과 전 과목에서 A+를 받으며 다른 만학도들의 모범이 됐다. 그뿐만 아니라 자투리 시간을 모아 자산관리사, 전산회계 1급, 정보관리사 생산 1급 등 자격증도 취득했다. 그는 “학교에서 다양한 장학금제도와 자격증 특강, 해외연수 등 도전과 성취의 기회를 적극 지원하고 있어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금오공대 일반대학원 경영학과 입학을 앞두고 있다.

박은경씨는 재능기부단체를 운영할 계획을 갖고 있다. 그는 “평생 쌓아올린 자신의 재능을 아깝게 묻혀두고 계신 분들이 사회에 많다. 이분들의 재능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나눠줄 수 있다면 이 사회는 한층 밝아지고 희망적일 것 같다”며 포부를 밝혔다.

2018학년도 신성대학교 졸업생인 도신 스님. (사진=신성대학교)
2018학년도 신성대학교 졸업생인 도신 스님. (사진=신성대학교)

한편 신성대학교에서는 이른 나이에 출가하면서 학업의 뜻을 이루지 못했던 한 스님이 비로소 뜻을 이룬 일도 있었다. 서산 서광사 주지스님인 도신 스님(50)은 2015년 신성대학교 사회복지과에 입학해 전문학사를 취득했다. 이후 불교계의 복지 향상이라는 큰 목표를 이루기 위해 2년 후 신성대학교 전공심화과정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했고 지난 14일 열린 학위수여식에서 사회복지학 학사 학위를 받아들었다.

도신 스님은 대학 입학 후 사회복지활동에 적극 참여한 공로와 더불어 대학에 장학금 및 발전기금으로 500만원을 기탁해 2017년 전문학사 학위수여식에서 특별상을 수상했다. 현재 중앙대학교 일반대학원 입학을 앞두고 있다.

도신 스님은 “살아보니 배우는 것이 가장 남는 것이었다”며 “도와주신 신성대학교 사회복지과 교수님들과 학우들에게 감사하다. 세상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15일 울산과학대학교 학위수여식에서 황순희씨가 이사장상을 받고 있다.
15일 울산과학대학교 학위수여식에서 황순희씨가 이사장상을 받고 있다.

15일 열린 울산과학대학교 학위수여식에서는 디지털콘텐츠디자인과 황순희씨(49)가 최우수상에 해당하는 이사장상을 받았다.

그는 “젊었을 때 공부할 기회를 놓쳤지만 항상 공부하고 싶다는 열의가 있었다. 마침 2017년에 입학할 수 있는 여건이 돼 대학에 들어왔는데 2년 동안 정말 힘들게 공부했고, 그래서 중간에 휴학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며 “하지만 열심히 견뎌내서 졸업하게 돼 나 자신에게 정말 고생 많았다고 박수를 쳐주고 싶다. 이제는 울산대학교로 연계 편입하게 된다. 앞으로도 열심히 공부해서 후회하지 않는, 더 나은 사람이 되겠다”고 이야기했다.

11일 배화여자대하교 학위수여식에서 김순희씨(오른쪽)가 학위를 받고 있다.
11일 배화여자대학교 학위수여식에서 김순희씨(오른쪽)가 학위를 받고 있다.

배화여자대학교에서도 만학도가 배출됐다. 올해 72세의 김순희씨가 그 주인공이다. 부모님이 종갓집 종부이신 어머니의 영향으로 전통요리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궁중요리도 배우고자 전통조리과에 입학했다.

11일 학위수여식에서 당당히 졸업한 김순희씨는 “요리하는 것은 체력소모가 많은 일이다. 나이가 많아 어려움이 많았지만 전통조리과 교수님들과 조교님, 동기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2년간의 학업을 마칠 수 있었다. 2년간의 배움이 헛되지 않아 뿌듯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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