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대학 일반전형 기준, 서울대 고려대만 전체 현황 공개
영어 반영방법이 가른 최상위권 추합…연세대 줄고 고려대 늘고

(사진=한국대학신문DB)
서울대와 고려대, 연세대를 비롯한 서울권 9개 주요대학의 추가합격 현황을 집계한 결과 마지막 동아줄을 잡은 수험생의 비율은 57.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보다 10%p 늘어난 수치다. (사진=한국대학신문DB)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정시모집에 합격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던 미등록충원합격(추가합격, 이하 추합) 현황을 집계한 결과 서울권 주요대학의 추합 비율(충원율)이 지난해보다 다소 높아진 것으로 확인됐다. 현황을 공개한 9개 서울권 주요대학의 추합인원과 모집인원을 비교한 결과 지난해 47.9%였던 충원율은 57.9%로 10%p 늘었다. 지난해에 비해 추합을 통해 대학에 진학한 사례가 전체 모집인원 10명 중 1명 늘어난 셈이다. 여러 대학에 합격한 중복합격자들이 많이 나왔고, 그들의 연쇄이동이 활발하게 이뤄졌음을 추정할 수 있게 만드는 대목이다. 

■높아진 주요대학 충원율…10명 중 1명 더 추합 성공 = 14일 오후 9시를 기점으로 마감된 주요대학의 추합현황을 집계한 결과 지난해에 비해 높아진 57.9%의 충원율을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홈페이지를 통해 현황을 공개한 서울대를 필두로 고려대·동국대·서강대·서울시립대·성균관대·연세대·이화여대·한양대까지 9개 대학의 일반전형 추합 현황을 집계한 결과다. 지난해 이들 대학이 기록한 충원율은 47.9%로 올해 대비 10%p 낮았다. 

충원율은 모집인원 대비 추합한 인원의 비율을 나타낸다. 예컨대 10명을 모집하는 학과에서 예비 10번까지 추합한 경우 충원율은 100%다. 이를 뽑고자 하는 인원이 한 순번 돌았다는 뜻에서 ‘한 바퀴’로 부르기도 한다. 10%p가 늘어났다는 것은 전체 모집인원을 기준으로 했을 때 추합을 통해 합격한 사례가 10명 중 1명꼴로 많아졌음을 의미한다.  

모집군별로 나눠서 보더라도 충원율은 오름세였다. 가·나군 분할모집을 실시한 동국대·서울시립대·성균관대·한양대의 추합 현황을 모집군별로 분리한 후 단일모집 대학들과 합산한 결과 가군과 나군 충원율은 모두 지난해보다 높았다. 가군은 52.6%에서 67.6%로 15%p나 충원율이 올랐으며, 나군은 42.8%에서 47.4%로 가군보다 정도는 덜했지만 많은 학생들이 추합의 덕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주요대학 가운데 충원율이 낮아진 곳도 있다. 연세대는 지난해 50.7%에서 올해 46.2%로 정도는 크지 않지만 충원율이 낮아진 유일한 대학이었다. 서울대나 의학계열 등에 중복합격하지 않고서는 연세대를 이탈하는 사례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 중복합격자가 예년보다 다소 줄어들었음을 추정할 수 있다. 

연세대의 충원율이 유독 하락세를 보인 것은 영어 반영방법 때문으로 보인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나군에서 서울대를 지원하는 경우 가군에서는 고려대와 연세대 중 한 대학을 선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연세대와 서울대의 영어방법이 극명히 엇갈린 반면, 고려대는 서울대와 비슷한 방법이었기에 서울대와 고려대에 동시 지원한 학생이 많았을 것”이라고 했다. 

가장 낮은 충원율을 보인 곳은 12.5%의 충원율을 기록한 서울대다. 더 선호도 높은 대학에 합격해야 이동하는 추합의 특성을 볼 때 서울대를 버리고 이동할 곳이 많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인문계열에서 가장 인기 높은 모집단위 중 하나인 경영대에서 1명의 추합만 발생한 것을 봐도 알 수 있듯이 그나마 선호도가 낮은 모집단위에서 일부 이동이 발생했고, 대다수 추합이 공과대학을 비롯한 자연계열에서 나왔다는 점을 볼 때 의학계열에 합격한 인원들의 이동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유의해야 할 것은 높은 충원율이 곧 선호도 낮은 대학이라는 ‘불명예’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충원율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선호도 높은 대학과 중복합격한 사례가 많다는 것인데 이는 뒤집어 생각하면 그만큼 우수자원들이 많이 지원했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가군 성균관대의 충원율이 가장 높은 190.4%로 ‘2바퀴’에 근접했던 것은 나군 연세대·고려대 등과 지원자 풀이 상당수 겹친다는 점에서 오히려 긍정적으로 봐야 할 여지가 크다. 

■실제 추합 현황은? 비공개 대학 많아 불분명 = 공개된 현황만 보면 충원율이 상당히 오른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추합 현황이 어떨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상당수 주요대학이 현황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데다 공개한 대학들도 일정 차수까지만 밝힌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서울권 주요대학 가운데 건국대·경희대·숙명여대·중앙대·한국외대·홍익대는 일체 현황을 공개하지 않았고, 공개한 9개 대학 중에서도 모든 현황을 낱낱이 밝힌 것은 서울대·고려대에 그쳤다. 나머지 7개 대학은 대부분 전화를 통한 개별통보 이전 일정 시점까지의 추합 현황만 발표했다.

이처럼 일부 현황만 공개돼있는 탓에 전체 현황을 모두 공개하거나 주요대학이 아니라 대학가 전반으로 범위를 넓히면 정반대로 충원율이 낮아질 가능성은 남아있다. 특히 가·나군에 비해 충원율이 상당히 높은 다군에서 모집을 실시하는 대학들이 현황을 공개하지 않아 불확실성은 더욱 짙어진다.

그럼에도 일단 충원율이 높아졌다고 보는 것은 대다수 대학의 충원율이 높아졌다는 점, 그 수치도 적지 않은 10%p에 달한다는 점 때문이다. 공개되지 않은 전화통보 수치가 전체 추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는 점을 볼 때 실제 충원율이 높아졌다는 것은 추정 가능하다.

■의대 인원확대, 수시이월 확대 등 추정 분분…정확한 이유는 ‘불명’ = 표면적인 충원율이 높아진 이유는 확실치 않다. 수능 난도부터 대학별 전형방법 등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매우 많기 때문이다. 

늘어난 의대 정시 모집인원이 이유로 지목되기도 하지만, 설득력은 높지 않다고 봐야 한다. 아무리 주요대학이라 하더라도 자연계열에서 공고한 위상을 자랑하는 의대와 성적대가 겹치는 대학은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나마 의대와 지원가능선이 겹치는 서울대·연세대의 충원율은 소폭 오르는 데 그치거나 도리어 낮아졌다. 의대 정시 모집인원이 늘어난 것이 충원율 확대의 직접적 원인이라면, 영향이 큰 서울대와 연세대의 충원율이 유의미한 수준으로 높아졌어야 한다. 

어려운 수능으로 인해 지난해보다 늘어난 ‘수시이월’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이 역시 근거가 되기에는 부족하다. 유독 높은 국어 난도, 반토막난 영어 1등급 비율 등으로 인해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사례가 늘어난 탓에 수시에서 선발하지 못해 정시 모집인원으로 이동한 ‘수시이월’이 늘어난 것은 맞지만, 결국 주요대학의 정시 모집인원이 지난해보다 많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설명들보다는 늘어난 일정의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 일견 타당해 보인다. 2018학년 11일간 시행된 추합일정이 2019학년 들어 13일로 늘어나면서 그만큼 여러 차례 추합을 실시할 수 있는 배경이 마련됐다는 것이다. 보다 선호도 높은 대학에 합격하는 경우 기존 합격한 대학의 등록을 포기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추합은 일정이 늘어날수록 그 규모 또한 커지기 마련이다.

치솟은 수능 난도로 인해 ‘빠른 재수’를 택한 상위권 수험생이 많아진 점도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상위권 수험생들의 이탈로 예상보다 중복 합격하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이탈인원도 예년 대비 많아지게 됐다는 것이다. 급작스러운 ‘불수능’, 특히 ‘국어수능’으로 불릴만큼 국어가 어렵게 출제된 탓에 예상보다 낮은 성적을 받아든 상위권 수험생들이 자신의 성적을 납득하지 못하고 재수를 택하면서 결과적으로 추합규모가 커지는 연쇄반응을 낳은 것으로 보인다.

■전체 현황 공개 필요할까…의견 엇갈려 = 대학들이 충원율을 전부 공개하지 않는 것을 놓고 고교현장 등에서는 불만을 토로한다. 고교-대학 연계사업 등 대입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추세를 볼 때 현황을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다수 대학은 충원율을 전부 공개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 대학 입학관계자는 “전체 현황을 공개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는 극히 제한적이다. 차년도 입시에서 참고자료로 활용 가능하다는 것이 전부인데 추합인원까지 고려해 원서를 넣는 경우에는 성공보다 실패할 확률이 더 높다. 충원율은 여러 요인에 따라 매년 달라지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라며 “전체 현황을 공개하면 합격선 추정이 가능해지고 이로 인해 대학 서열화 경향이 커지는 등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교육계에서는 대체로 대학들의 해명이 일리가 있다고 봤다. 오 이사는 “지금 공개된 현황들 이외에는 사실상 합격선 끄트머리인 ‘문 닫는’ 점수만 남아 있다. 지금 공개돼 있는 현황들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본다. 일부 제한적인 학생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모든 현황을 공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이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대학들의 속내는 다를 것이라는 주장도 이어졌다. 한 고교 진학부장은 “대학들이 여러 이유를 대고 있지만 결국 ‘핑계’에 불과하다고 본다. 모든 대학이 전체 추합 인원을 공개한다면 문제는 해결된다. 이를 두고 오독한다는 것은 현장의 수준을 너무 낮게 보는 것”이라며 “대학들이 추합 현황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는 것은 합격선(커트라인)을 밝히고 싶지 않다는 데서 비롯된다. 다른 대학과 비교를 당하거나 그 해 입시성패가 드러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현황을 감추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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