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경제가 비상인 모양이다. 대통령은 적폐로 몰아붙였던 재벌 총수들을 청와대로 불러 ‘대통령과 기업인들과의 만남’을 가졌다. 청와대 뜰 안에서 대통령과 재벌총수들이 환하게 웃으며 환담하는 모습이 도하신문 일면을 장식했다.

어제까지 영어(囹圄)의 몸으로 외부 노출을 꺼려했던 일부 재벌 총수들의 청와대 초청은 최저임금제 등 소득주도성장으로 대변되는 정부의 친노동정책이 친기업정책으로 선회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시그널(signal)로 해석됐다.

일반적으로 청와대 공식초청은 관례적으로 이뤄지는 것도 있지만 대부분 당대의 이슈나 대통령의 관심에 따라 결정된다. 대통령의 정책적 관심은 정부 정책 방향과 한정된 자원의 배분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각종 사회집단들이 청와대에서 대통령을 공식적으로 만나기를 고대한다. 그런데 최근 대학가에서 문 대통령이 취임 초 대학총장단을 청와대에 초청하는 관례를 지키지 않는다는 볼멘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또한 대통령이 지금의 대학위기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나 하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지금 대학의 상황은 경제만큼이나 심각하다. 교육부가 입학정원미달로 38개에 달하는 대학들이 폐교수순을 밟을 것이라고 입장을 밝힐 정도다. 교직원들은 생존권을 걱정하고, 학생들은 언제 문을 닫을지 모를 대학에서 방황하고 있다. 대학 폐교는 지역경제의 파탄을 불러온다. 이미 폐교 대학 소재 지역경제가 돌이킬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이 지경이면 국가균형발전은 공염불에 그칠 공산이 크다. 이게 위기가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이제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 이 시기를 놓치면 우리나라 대학교육생태계는 붕괴된다. 무너지긴 쉽지만 다시 세우는 데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의 위기인지능력과 결단력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점이다.

대학은 국가발전의 필수요소인 동시에 미래성장의 원천을 제공하는 핵심기관이다. 총장은 대학 경영의 핵이자 지성의 상징이며 여론을 주도하는 오피니언 리더다. 이 점을 알기에 역대 대통령들은 취임하면 이른 시간 안에 주요대학 총장들을 청와대에 초청해 격려하며 현장의 소리를 경청했다. 그리고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이루는 데 중요한 국가적 인프라를 책임지는 CEO로 대접해왔다.

물론 극소수 대학(사학법인)이 사익을 취해 물의를 일으킨 바 있지만 대다수 대학들은 건학이념을 바탕으로 책무를 잘 수행해 왔다. 산업사회 성공신화를 이룬 바탕에 대학들의 역할이 있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제 4차 산업혁명의 높고 치열한 경쟁의 파고를 넘기 위해서는 창의와 도전정신이 강한 디지털 세대 청년들을 양성, 배출해야 한다. 그래야 국가경쟁력이 높아지고 국가의 미래가 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대학을 홀대해서는 4차 산업혁명은 물론 갈수록 심화돼 가고 있는 국가 간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없다. 사학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대학을 적폐의 대상으로 삼고 개혁의 봉을 휘두르는 것은 벼룩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우(愚)를 범하는 일이 될 것이다.

적극적인 변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대학혁신에 장애가 되는 규제의 사슬을 풀어야 한다. 여야 정치권도 손을 놓고 교육당국도 현안처리에 급급하다 보니 국가사회발전에 대학이 어떻게 기여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 천착은 불가능한 실정이다.

대통령은 이제라도 대학총장들을 청와대로 초청,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정책에 반영, 함께 국가미래성장에 대한 밑그림을 그려가기 바란다. 영·유아대책, 초·중·고 지원도 필요하지만 고등교육 기관들이 제대로 시대적 소명을 다 할 수 있도록 관심과 성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된다. 대통령의 발 빠른 행보를 기대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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