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2시 제73회 서울대 학위수여식

‘방탄소년단’을 만들어 낸 방시혁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서울대학교 ‘제73회 학위수여식’을 찾아 "꿈이 없어도 자괴감을 가지지 말라"며 졸업하는 후배들을 독려했다. (사진=서울대 제공)
‘방탄소년단’을 만들어 낸 방시혁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서울대학교 ‘제73회 학위수여식’을 찾아 "꿈이 없어도 자괴감을 가지지 말라"며 졸업하는 후배들을 독려했다. (사진=서울대 제공)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방탄소년단’을 만들어 낸 방시혁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대표가 26일 오후2시 관악캠퍼스 종합체육관에서 열린 서울대학교 ‘제73회 학위수여식’을 찾아 졸업생들을 위한 축사를 남겼다. 서울대 미학과를 나온 동문인 방 대표는 이날 ‘자신은 꿈이 없던 사람’이라며 불공정과 부당함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분노하는 것이 성공의 원동력이라는 메시지를 후배 졸업생들에게 전했다.

“1997년 직업 프로듀서의 길에 들어서 JYP를 공동 창업하고, 이후 독립해 지금은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자 프로듀서”라고 자신을 소개한 방 대표는 학교를 떠나면서 미래에 대해 고민이 많을 졸업생들에게 자신의 진솔한 경험을 털어놨다. 

방 대표는 스스로를 꿈이 없던 사람이라고 했다. “서울대에 입학하던 시절 학과 선택은 물론이고, 음악 프로듀서를 시작한 것, 회사를 새로이 차린 것 등 인생에 중요한 결정들이 있었지만,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이유조차 기억나지 않는다”며 “구체적인 꿈 자체가 없다 보니 매번 그때그때 하고 싶은 것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꿈이 없었다고 말한 방 대표는 정작 현재 업계에서 손꼽히는 성과를 내고 있는 인물이다. 빌보드에서 2년 연속 ‘톱 소셜 아티스트상’을 수상하고 4만석 규모 뉴욕 시티필드 공연을 매진시키는 등 ‘성공 신화’를 써내려가고 있는 방탄 소년단을 만든 주역이 바로 방 대표다. 외신에서는 방탄소년단을 두고 ‘YouTube 시대의 비틀즈’라는 찬사를 보내고 있다. ‘진로’와 ‘꿈’을 강조하는 현실과 동떨어져 있음에도 큰 성공을 거둔 것이다.

방 대표는 꿈이 아닌 ‘불만’이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다고 했다. “(나에 대해) 분명하게 떠오르는 이미지는 ‘불만 많은 사람’”이라며 자신을 정의한  방 대표는 “갖가지 이유로 입을 다물고 현실에 안주하는 ‘타협’이 세상에 너무 많다. 내 일이 아닌 경우에도 최선이 아닌 상황에는 불만을 제기했고,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불만은 분노로 변했다”고 덧붙였다.

음악업계에 뛰어든 방 대표를 분노에 빠트린 것은 만연해 있는 불공정과 불합리들이었다. “업계 종사자들은 음악산업에 종사한다고 이야기하길 부끄러워한다. 악습과 불공정 거래 관행, 사회적 저평가  등 현실에 좌절하고 힘들어한다. 팬들도 마찬가지다. 콘텐츠를 사랑하고 세계화하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한 팬들은 ‘빠순이’로 비화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아티스트들은 근거없는 익명의 비난에 힘들어하고 상처받는다. 콘텐츠는 부당하게 유통되거나 저평가 되기도 한다”는 것이 방 대표가 토로한 음악 산업 전반에 대한 ‘불만’들이다.

방 대표는 이러한 불공정 등에 대해 불만을 갖고 분노할 수 있었던 것이 자신의 성공 원동력이라고 했다. “나에겐 별다른 꿈 대신 분노가 있었다. 납득할 수 없는 현실, 나를 불행하게 하는 상황과 싸우고 화를 내고 분노하며 여기까지 왔다. 나를 움직이게 한 원동력이고 멈출 수 없는 이유였다.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와 행복을 줄 수 있었던 것은 꿈이 아니라 불만이 시작이었다. 개인적으로 묘비에 ‘불만 많던 방시혁, 행복하게 살다 좋은 사람으로 축복받으며 눈감음’이라고 적히길 희망한다.”

방 대표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미래를 명확히 그리지 못하는 것은 잘못이 아니라며 졸업하는 후배들을 독려했다. “지금 큰 꿈이 없다고, 구체적인 미래의 모습을 그리지 못했다고 자괴감을 느낄 필요가 전혀 없다. 남이 만들어놓은 행복을 추구하지 말고, 순간순간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라. 선택의 순간이 왔을 때 본인의 기준에 따라 답을 찾을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해야 한다.”

행복을 좇되 ‘상식’을 잊지 말라는 당부도 덧붙였다. 방 대표는 “상식에 기반한 행복을 좇는다면 궁극적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게 될 것이다. 이것이 서울대 졸업생에게 주어진 의무다. 이제부터 시작될 인생의 다음 단계들을 행복 속에서 잘 살아내기 바란다.”

한편, 이날 열린 학위수여식은 전체 수여식 이후 단과대학·전문대학원별 수여식 순서로 진행됐다. 학사 2439명, 석사 1750명, 박사 730명 등 4919명이 학위를 받았다. 

방 대표 외에도 1963년 기악과를 졸업한 신수정 총동창회장이 축사 연사를 맡았다. 신 회장은 글로벌 인재로의 성장과 국가, 인류에 대한 공헌 등을 강조했다. 졸업생 대표 연설자로는 관악봉사상 등을 수상한 국어국문학과 송미라 학생이 나섰다.

수여식에 참여한 오세정 총장은 “시류에 휩쓸리지 말고 자신이 바라는 일, 원하는 일을 찾아 집중하기 바란다”고 했다. “주변을 둘러보고 공동체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각자의) 성공이 직장과 모임, 나라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고민(하라)”며 “헌신과 혁신, 공동체, 사회적 약자, 나라를 위해 각자 기여”하라는 강조의 말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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