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인구 유출 방지책’으로 대학생에 등록금·입학금·거주공간까지 지원
졸업 후 “일자리 없다”며 상경 러시…“지역 인재 유출 막자” 대책 세워야

[한국대학신문 이현진 기자] 청주에서 태어나 줄곧 지역에서 자란 권오준씨는 대학을 졸업 하면서 바로 상경했다. 30여 년을 부모님과 함께 살아온 지역을 떠나는 게 아쉽긴 했지만 지역에는 마땅한 직장이 없었다. 지역 회사 입사 시 교육비 등 기타 지원비가 주어진다는 안내를 받았지만 발걸음은 서울을 향했다. “높은 임금을 차치하고라도 일자리가 많은 곳이 서울”이라는 이유에서다.

지역 경제 활로를 모색하는 지자체가 청년들을 대상으로 파격적인 경제적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지역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역 내 우수 인재 유출을 막고 경제활동인구 유입을 장려하겠다는 복안인데 막상 학생들은 대학 졸업 후 대부분 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향하는 실정이다.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일자리 창출’은 물론 지자체와 대학이 나서 지역 우수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대학 등록금 100% 지원…지자체가 대학 OT 찾아 “전입하세요” 장려 = 강원도 화천군은 최근 지역 출신 모든 대학생에게 4년간 등록금 전액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개정된 조례에 따라 대학생 첫째 자녀부터 재학 기간 등록금 100% 전액을 지원하는 것이다. 타지에 유학할 경우 거주공간 지원금도 매월 최대 50만원까지 지원한다.

경남 하동군은 지역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올해 국내외 대학에 입학 예정인 신입생에게 대학입학금 일부를 지원한다. 여수시도 대학 입학금과 등록금 이자 전액을 지원한다. 전북 부안군은 새내기 학생에게 반값등록금 혜택을 주고 있다.

공주시는 대학생 전입 유치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공주시는 ‘내고장 주소갖기 지원 조례’에 따라 1년 이상 관외 거주자 가운데 고등학생 및 대학(원)생, 공공기관 직원 등의 관내 전입 시 전입지원금을 제공하고 있다. 최근 열린 공주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는 공주시 직원들이 직접 참석해 입학 현장에서 이동민원실을 운영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공주대 인근 각 주민센터와 연계해 신입생을 대상으로 공주시 전입 시책 안내가 이뤄졌다. 공주시는 4일 열리는 공주대 입학식에도 이동민원실을 꾸리고 지원금 홍보와 건강 체크 서비스를 실시할 방침이다.

지자체들은 지역 인재들이 경제적 부담 없이 꿈을 키워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데 취지가 있다고 표방하지만 근본적인 목적은 ‘인구 유입’이다.

시향숙 공주시 건강과 팀장은 “인구시책의 본격 추진과 함께 공주시 전입인구 확대를 위해 대학교를 비롯한 기관 및 사업체 등을 차례로 방문해 전입지원금 및 전입장려금 제도를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지자체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학생들은 졸업 후 취업을 위한 ‘상경’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교육부가 발표한 ‘2017년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취업통계’에서 취업 소재지별 취업자의 분포를 살펴보면 수도권 59.2%(17만9070명), 비수도권 40.8%(12만3604명)로 수도권으로 취업한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충북도당위원장이 26일 국회의원회관을 방문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청주공항 거점항공사 유치 기원 충청권 대학생 7000명의 서명지를 전달하고 있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충북도당위원장이 26일 국회의원회관을 방문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청주공항 거점항공사 유치 기원 충청권 대학생 7000명의 서명지를 전달하고 있다.

■ “고향 떠나지 않고 꿈 펼치고 싶어요” = 지역의 일자리 창출을 향한 목소리가 대학가에서 나오고 있다. 최근 청주국제공항을 거점으로 저비용항공사(LCC) 에어로케이의 국제항공운송면허 심사 결과 발표가 다가오며 취업을 앞둔 청년들이 면허 발급을 촉구하고 나섰다. “고향을 떠나지 않고 꿈을 펼치고 싶다”는 바람에서다.

중원대와 중부대 등 충청권 16개 대학 항공관련 학과 학생대표 50여 명은 2월 25일 청주시 청원구 율량동 더불어민주당 충북도당을 방문해 “청주공항 거점항공사 설립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돼야 한다”며 학생 약 7000명이 참여한 서명지를 전달했다.

충청북도 대학 중 10곳에 항공관련 학과 22개가 운영 중이다. 연간 1000여 명의 항공 전문인력이 배출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청주공항을 거점으로 한 항공사가 없어 서울·인천이나 김포·대구·김해·제주 등 다른 지역으로 취업하고 있다.

세명대 입학식에서 이상천 제천시장(사진 오른쪽)이  이용걸 세명대 총장(왼쪽)에게 공무원 특별채용 임용장을 수여하고 있다.
세명대 입학식에서 이상천 제천시장(사진 오른쪽)이 이용걸 세명대 총장(왼쪽)에게 공무원 특별채용 임용장을 수여하고 있다.

대학과 지자체가 손잡고 ‘지역인재 채용’을 보장하기도 한다. 제천시는 최근 세명대 졸업생 3명과 대원대학교 졸업생 1명 등 관내 대학 졸업생 4명을 지방공무원으로 특별채용했다. 지난 2015년 양 기관이 체결한 ‘제천시 공무원 특별임용을 위한 장학생 선발 업무협약’에 따른 것이다. 올해 4년째로 모두 13명이 시 공무원으로 임명됐다.

지역에서 키운 인재를 지역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만들자는 지자체와 대학의 공감대가 요구되고 있다. 홍득표 인하대 명예교수는 “인재 지역 할당 등 정책적 배려책도 이미 일부 시행되고 있지만 근본적 해결책으로 삼기에는 어려움이 있는 현실”이라며 “지역출신 인재들이 지역에 남아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역 일자리를 확충하는 등 지자체나 대학이 나서 다각도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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