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이어 ‘사라진’ 국립세무대학, 중앙대, 경희대 순
‘특성화’ 웅지세무대, 부실운영 논란 딛고 세무사 배출 ‘두각’

‘취업’은 대학가의 화두다. 얼어붙은 취업시장의 한파는 매섭게 불고 있다. 2012년 66%를 찍은 4년제 대학 취업률은 이후 단 한 차례도 오름세로 돌아선 적이 없다. ‘시험’이라는 관문이 있음에도 전문성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미래를 그려낼 수 있는 전문직에 대한 관심은 높아만 가고 있다. 한국대학신문은 이토록 높은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전문직과 관련해 대학별 현황을 비정기적으로나마 그려내고자 한다. 대학들의 높낮이를 매기려는 것이 아닌 대학들의 지원과 학생들의 노력이 한데 모여 빚어낸 뛰어난 성과에 박수를 보내고자 함이다. <편집자 주>

최근 10년간 대학별 세무사 합격자 배출현황을 조사한 결과 '세무학과'의 명성이 공고한 서울시립대가 가장 뛰어난 실적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서울시립대 제공)
최근 10년간 대학별 세무사 합격자 배출현황을 조사한 결과 '세무학과'의 명성이 공고한 서울시립대가 가장 뛰어난 실적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서울시립대 제공)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최근 10년간 가장 많은 세무사를 배출한 대학은 서울시립대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국립세무대학이 그 뒤를 이었으며, 다음으로는 중앙대, 경희대, 웅지세무대학교 순이었다. 동국대·한양대·단국대·고려대·숭실대 등 유수의 서울권 대학들도 세무사 배출에서 강점을 드러냈다. 성균관대·건국대·부산대·연세대·홍익대·방송통신대·충남대·국민대까지 총 18개 대학이 연평균 10명 이상의 세무사를 배출하고 있었다. 대학들의 세무사 배출 현황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최근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공개한 2009년부터 2018년까지 ‘최근 10년간 출신대학별 세무사 2차시험 합격 현황’에 따르면, 전국 4년제 대학 가운데 가장 많은 세무사를 배출한 대학은 서울시립대였다. 서울시립대는 최근 10년간 총 319명의 세무사를 배출했다. 지난 10년간 300명이 넘는 세무사를 배출한 대학은 서울시립대가 유일하다. 

서울시립대가 세무사 시험에서 강점을 나타내는 것은 익히 잘 알려진 사실이다. 특성화학과로 자리 잡은 세무학과의 위상이 공고한 데다 수험생 선호도도 단연 높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1984년 서울시의 세무전문인력을 양성하겠다는 목표 아래 세워진 서울시립대 세무학과는 뛰어난 인재풀을 바탕으로 꾸준히 성과를 내고 있는 곳이다. 2013년에는 최연소 합격자와 수석 합격자를 동시 배출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2017년에도 세무사 시험 수석 합격자는 서울시립대에서 나왔다.

서울시립대 다음으로 이름을 올린 곳은 2년제 특수목적대학인 국립세무대학. 하지만 이 대학은 현재 폐교됐다. 1980년 세워져 꾸준히 세무인력 양성의 한 축을 차지해 온 국립세무대학은 IMF 사태 등 불리한 환경 여건과 정부 구조조정을 이유로 2001년 마지막 졸업생을 배출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사라진 국립세무대학이 2016년과 2017년 각 7명, 2018년 9명 등 꾸준히 세무사를 배출하고 있는 것은 세무사 시험이 갖는 독특한 성격 때문으로 보인다. 

세무사가 되기 위해서는 1차와 2차로 구성된 세무사 시험을 치러 합격해야 한다. 2차 시험의 경우 과목별 40점 이상을 받고 전 과목 평균 60점을 넘겨야 합격한다. 단, 국세청이 정한 ‘최소 합격인원’이 해당 인원들만으로 채워지지 않는 경우에는 과목별 40점 이상 획득 수험생 가운데 평균 점수가 높은 순서대로 인원을 채운다. 2008년부터 630명을 유지해 오던 최소 합격인원은 올해부터 700명으로 확대, 2007년 수준으로 회귀한 상태다.

세무사 시험은 특정한 경우 일부 과목을 면제해 주는 것이 특징이다. 국세 행정에 10년 이상 종사했거나 지방세 행정사무 종사 경력 20년 이상인 경우 등에는 1차 시험을 전부 면제하며, 10년 이상 경력을 지닌 5급 이상 공무원이나 20년 이상 국세 관련 행정사무 경력을 보유한 경우에는 2차 시험도 일부 면제한다. 국립세무대학을 졸업한 인원들 가운데 뒤늦게 시험에 뛰어든 인원들도 있겠지만, 이처럼 시험을 일부 면제 받아 세무사 자격을 취득한 인원들이 있어 국립세무대학 출신 세무사가 꾸준히 나오는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다만, 대학이 사라진 지 20여 년이 다 돼 간다는 점, 최근 몇 년간 합격자가 급감했다는 점을 볼 때 세무사 배출대학 명단에서 국립세무대학을 볼 수 없는 날이 머지 않아 보인다. 

서울시립대의 뛰어난 성과도 일부는 세무사 시험이 지닌 특수성에 기인한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시립대는 서울시가 설립한 공립대학이기에 세무학과의 설립 취지 역시 서울시에서 봉사할 세무인력 양성에 맞춰져 있었다. 이 때문에 90년대 중반까지의 입학생들은 서울시 공무원 채용 특채제도를 통해 취업이 보장된 바 있다. 당시 세무공무원이 된 인력들이 세무사 자격증을 지속적으로 취득하면서 전체 실적이 다소 많아졌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실제 서울시립대가 통계연보를 통해 공개하고 있는 ‘고시합격현황’을 기준으로 보면 최근 10년간 세무사 최종 합격자는 319명에서 202명 수준으로 대폭 낮아진다.

두 대학의 뒤를 이어 세무사를 많이 배출한 곳은 중앙대와 경희대다. 두 대학은 각각 224명과 213명의 세무사를 배출했다. 경희대의 경우 회계·세무학과가 있지만, 관련 학과가 없는 중앙대가 세무사를 많이 배출했다는 것은 다소 의외의 결과다. 

최근 10년간 200명 이상 세무사를 배출한 대학에 마지막으로 이름을 올린 웅지세무대학교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 세무에 ‘특화’돼 있는 대학이다. 현재 전국 대학 가운데 세무 분야를 기반으로 한 특성화대학은 웅지세무대학교가 유일하다. 2004년 설립된 이래 꾸준히 해당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웅지세무대학교의 성과는 최근 겪고 있는 ‘부실운영’ 논란을 딛고 이룬 것이기에 한층 값져 보인다. 다만, 앞날이 불투명하다는 꼬리표를 떼는 것이 급선무다. 2011년부터 2017년까지 정부재정지원대학으로 선정된 데 이어 지난해 실시된 대학기본역량진단에서는 ‘한계 대학’에 선정된 상황. 그 기간 동안 다소 낮아진 수험생 선호도를 끌어올리는 것도 웅지세무대학교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이외에도 동국대·한양대·단국대·고려대·숭실대 등 서울권 주요 대학과 부산대·충남대·전북대 등의 지역거점국립대학, 인하대·아주대 등의 수도권 주요 대학들도 세무사 시험에서 강점을 나타내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0년간 54명의 합격자를 배출한 계명대까지 총 37개 대학이 10년간 50명 이상의 합격자를 배출한 가운데 184개 대학도 세무사 시험 합격자를 배출한 이력이 존재했다. 

이번에 공개된 최근 10년간 대학별 세무사 합격 인원은 수험생들이 시험을 치를 당시 직접 입력한 정보를 기준으로 한 것이다. 한국산업인력공단 관계자는 “수험생들이 제시한 정보에 의존한 것으로 별도의 검증을 거치지는 않은 것”이라고 전했다.

<알려왔습니다>
웅지세무대학교는 한국산업인력공단으로부터 별도 제공받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본지가 취합한 현황보다 2018년 2명, 2016년 1명의 합격자가 더 많다고 알려왔습니다. 본지는 한국산업인력공단으로부터 제공받은 자료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세무대'로 출신대학을 표기한 인원을 전부 국립세무대학으로 간주했습니다. 대학명을 입력하는 과정에서 '국립'을 제외하는 것이 더 일반적인 사례라고 봤기 때문입니다. 웅지세무대학교는 '세무대'로 출신대학을 밝힌 합격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자교 출신이라는 입장입니다. 수험생 연령대를 확인한다면 이를 보다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지만, 현재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수험생이 입력한 출신대학만 공개할 뿐 각 수험생의 연령을 공개하지 않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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