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국 경희사이버대 관광레저항공경영학과 교수

관광지리학자 윤병국 경희사이버대 교수의 세계여행기를 격주로 연재한다. 윤 교수는 대학과 관광현장에서 관광학개론, 관광지리, 여행사경영론, 여행을 통한 인간 삶의 가치증진, 여행의 기술 등을 강의하고 이미 27권의 저서를 출간한 이 분야의 전문가다. 이 기획은 단순히 감성적인 여행기가 아닌, 그 국가가 지니고 있는 역사성, 지역의 문화가 녹아있는 ‘테마관광과 관광지’를 인식하고 지역의 관광지가 우리한테 어떠한 매력과 의미로 다가오는지를 ‘관광지리학적’인 시각으로 제시하기 위함이다. 아울러 이 분야의 선구자인 고 김찬삼 교수에 의해 저술된 전 10권의 ‘김찬삼의 세계여행” 의미를 현대에 맞게 재구성해 지식인들의 삶을 행복하게 하고자 하는 목적도 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바란다. <편집자 주>  

중국 고비사막, 월아천
중국 고비사막, 월아천

TV에서나 신문, 잡지에서 여행 프로그램이 대세다. 그만큼 ‘여행’이라는 Code가 시대적 각광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여행을 창출하는 콘텐츠는 연예인들의 리얼 체험이나 볼런투어리즘(Voluntourism, 봉사여행)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종종 큐레이터 겸 해설가로 여행작가들이 등장한다. 서점가에는 여행작가들의 여행정보서와 기행문들이 넘쳐나 예전에 비해 가히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출판계의 불황을 해소하는 긍정적인 작용도 발휘하고 있다.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과 이탈리아인보다도 더 로마를 사랑한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그리고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처럼 한 시대의 획을 그을 만한 명문이고 미려한 문체의 여행서와 여행담론들은 우리 정신세계를 풍요롭게 해 준다. 그러나 여행을 좋아한다고 내공 없이 출간된 여행서들을 보고 있자면 답답하다. 에피소드만 나열하는 신변잡기적 여행서, 영혼 없는 허접한 여행서가 서고에 넘치고 있다! (물론 이 비평의 날카로운 화살 끝 과녁에는 내 글도 포함돼 있다)

아마 여행을 좋아하는 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TV 프로는 KBS의 ‘걸어서 세계속으로’, EBS의 ‘세계테마기행’ ‘한국기행’, tvN의 ‘꽃보다~’ 시리즈 일 것이다. 아주 잘 만들고 흥미롭고 감동과 지식도 준다. 이러한 간접 여행 체험이 현대인의 가슴속에 내재해 있는 유목민의 본능을 자극한다. 또한 삶이 지치고 힘들 때 여행을 통해 자신의 삶을 관조하면서 다시 인간성을 회복하게 해 주는 기능도 있다. 

세상을 주유하면서 견문을 넓히고 추억을 만들기를 원하는 것은 모든 현대인들의 꿈일 것이다. 그래서 강연이나 수업을 통해서 세계 일주를 하면서 행복한 삶을 살라고 설파한다. 그러면 반응은 2가지다. 하나는, 교수니까 참 속 편한 얘기하고 있다고 한다! 돈과 시간이 없어서 못 가는 것인데 철없는 소리 말라는 것이다. 반면에 자신의 평생 꿈이었는데 방법을 찾게 해줘서 고맙다는 반응도 많다.

세계 일주를 계획해 보고 실천하라고 권하면, 성질 급한 한국 사람은 한 번에 전 세계 여행을 해치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참 좋겠지만 주변 상황이 이를 허락해 주지 않는다. 길게 그리고 차근차근 준비하면 된다. 세계일주라고 해서 전 세계 모든 나라를 구석구석 여행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힘들고, 6대륙(아시아, 아프리카, 북아메리카, 남아메리카, 오세아니아, 유럽) 정도만 여행하면 된다. 그리고 한 번에 전부 여행하면 좋겠지만 순차적으로 한 번에 한 대륙씩 여섯 번만 여행하면 된다. 긴 인생에서 충분히 준비하면 가능하다.

이런 세계일주 여행이 예전에 비해 시간적으로 여행 경비 측면에서도 누구든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Alliance(항공사 동맹)가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모든 항공사들은 자사의 항공 노선을 넓히고 소비자를 유혹하기 위해 끼리끼리 뭉친다. 세계적인 항공사 동맹이라면 스카이팀(대한 항공 소속), 스타얼라이언스(아시아나 항공 소속), 원 월드(아메리칸 항공 소속) 등을 들 수 있는데 각각의 동맹체들은 더욱 다양한 항공편 스케줄, 뛰어난 고객 서비스와 풍부한 혜택을 제공해, 보다 경쟁력 있는 항공사로 성장하려는 과정에서 소비자의 혜택은 많아진다. 세계여행에는 계획과 코스가 중요하다. 대표적 Alliance 항공사 하나를 선택하고 반드시 태평양과 대서양을 각각 횡단해 동쪽 또는 서쪽 한 방향으로 계속 여행해야 하며, 출발지 국가에서 여행을 종료하는 여정으로 세계 일주 스케줄을 계획해야 하는 것이 기본 규정이다.

김찬삼의 세계여행 전집
김찬삼의 세계여행 전집

한국대학신문에 세계여행을 기고하고자 기획하면서 제일 먼저 떠오른 분이 나의 여행 스승인 김찬삼 교수님(1926∼2003년, 전 세종대, 경희대 지리학과 교수)이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에서 그분이 더욱 그립고 다시금 그분의 업적과 행적이 경외스럽다!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않았던 시절, 거의 배낭여행으로 3번의 세계일주 여행을 했고 《김찬삼의 세계여행》으로 완성된 그분의 글과 사진을 통해 우리는 세상을 보고 동경을 했다.

세계의 나그네 김찬삼 교수의 고향은 황해도 신천으로 그곳은 고산자 김정호의 고향이기도 하다. 그분의 어릴 적 꿈은 그 당시 어디든 갈 수 있는 기차의 차장이었고, 그 후 인천에서 중학교를 다니면서 인천 앞바다 배를 보고 전 세계를 향하기 위해 마도로스가 되고자 선원학교를 지망하기도 했지만, 부모님의 만류로 그 꿈의 방향을 살짝 바꿔 서울대학교 사범대 지리학과로 진학하게 된다. 대학 졸업 후 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으며 어학을 공부하고 세계일주를 위한 정보를 수집해 나갔다. 이러한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일은 후일 대법관이 되신 부친의 반대였으나, 이내 아들의 큰 꿈을 이해해주고 미국의 샌프란시스코 대학으로의 유학을 결정하게 된 것이다. 그분의 나이 33세인 1958년 9월 시작한 그의 미국으로의 출국을 시작으로 3차례의 세계일주를 포함해 20여 차례 160여 개국의 세계여행을 성취했다. 지구 32바퀴를 돈 것이 되고 여행기간만 합산해도 총 14년이 되는 대장정을 이룬 것이다. 그는 세계를 여행한 지리학자로서만 역할을 한 것이 아니고, 그의 어릴적 롤 모델이기도 했던 슈바이처 박사를 1963년 11월 밀림속의 의료봉사병원을 방문해 면담과 보름간의 봉사를 했으며, 그 모든 세계여행자료를 정리하고 엄청난 양의 사진을 분류 정리해 전 10권의 세계여행 전집으로 구성해 대한민국의 세계여행지식을 완성한 것이다. 가히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에 버금갈 만한 그 당시 최고의 역작이었다.

노장의 관광지리학자의 여행길을 멈추게 한 마지막 여행인 1992~1994년까지 유라시아, 시베리아 여행 때의 강행군으로 인한 병마를 겪으면서도, “나의 영원한 애인인 배낭과 지도와 카메라가 있는 한 나의 여행은 그치지 않을 것입니다”라는 말씀을 남기고 “길에서 죽어도 좋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그는 2003년 7월 78세의 나이로 여행 인생을 마감했다.

슈바이처를 만난 김찬삼 교수.
슈바이처를 만난 김찬삼 교수.

1985년 대학 4학년 때 김찬삼 교수님 영종도 별장(그후 세계여행 문화원으로 변경)에 초대 받아 간 그곳을 후학들과 함께 근 30년 만에 다시 찾았다. 세계여행문화원 현판은 떨어지고 그분의 애마인 빨간색 풍뎅이 차(1969년 3차 세계여행 때 독일 아주머니께 선물로 받은 차)만 돌보는 이 없이 방치되고 있었다. 본인이 얼굴은 ‘험상궂다’ 표현하고 지구촌 어디서든지 박대받지 않고 어울릴 수 있었던 것은 ‘미소’였다고 말씀하시던 그 ‘웃음 띤 얼굴’이 새삼 떠오른다.

그런데 지금 우리 한국 사회에서 《김찬삼의 세계여행》을 기억하는 이는 등산가 박영석, 여행가 한비야 등 극소수 여행전문가들이나, 50대 이상의 몇몇 분들만 아련히 기억하고 한국 최초의 세계여행가이며, 최초의 여행작가 그리고 한국 국제화의 선구자였던 이분이 잊히는 것이 너무나도 안따까운 현실이다.

이에 김찬삼 교수의 제자로서, 한국의 관광지리학자로서 여행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방향성을 제시하는 글로 세계여행의 내용을 구성해나가고자 한다. 여행할 때 그 관광자원이 가지고 있는 진정성(Authenticity)을 알아내고 느낄 수 있는 안목과 혜안의 관점을 가지고자 한다. 방문 지역에서 정복자와 같은 관광객이 아닌 현지 지역민과 어울리는 ‘점잖은 손님’으로 방문하고 그 지역에 도움이 되는 여행을 권장하고자 한다. 여행하는 국가나 지역을 제대로 알고, 보고, 느끼게 하고 싶다. 단순히 감성적인 여행기가 아닌 그 국가가 지니고 있는 역사성, 지역성에 의해 표출되고 있는 현재의 가치에 대한 재인식의 계기가 되는 내용을 담고자 한다. 무엇보다도 김찬삼 교수가 소망했던 ‘여행을 하면서 행복해지는 삶’이 될 수 있도록 대학신문을 읽는 우리나라 지성인들의 삶을 조금이라도 행복하게 하고자 한다.

■ 윤병국 교수는… 

대한민국의 대표적 관광지리학자로 경희사이버대 관광레저항공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우리 국토와 전 세계를 연구지역으로 삼고 관광지역연구, 관광자원개발 등을 수행하고있다. 더불어 한국원격대학협의회 발전기획위원장과 한국사진지리학회 회장을 역임하고 현재는 한국관광연구학회 부회장으로 온·오프라인 융합교육발전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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