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2학년 재학 당시 탑골공원서 3.1만세운동 주도…서대문형무소 옥고 치루기도
1978년 부천공업전문대 설립한 이듬해 작고…3.1운동 100주년 맞아 부천대학교, 기념행사 모색

한항길 선생의 투옥 당시 모습. (사진=부천대학교)
한항길 선생의 투옥 당시 모습. (사진=부천대학교)

[한국대학신문 김의진 기자] 3·1운동 100주년인 2019년 부천대학교는 뜻깊은 한 해를 보내고 있다. 구국운동에 헌신한 독립운동가 한항길 선생이 설립한 학교가 바로 부천대학교이기 때문이다. 한항길 선생은 인재양성에 심혈을 기울인 교육자이자, 국가부흥을 위해 힘을 다한 산업인이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인 1919년 3월 1일, 한항길 선생은 경성고등보통학교(현 경기고) 2학년에 재학 중이었다. 독립만세운동의 거사 계획을 접한 그는 비밀리에 학생들을 모아 아침 일찍 탑골공원으로 향하고 그곳에서 독립만세운동에 참가한다.

민족대표 33인의 독립선언서 낭독에 이어 한항길 선생은 만세 시위에 앞장섰다. 시흥역과 안양역, 군포역 등 경기도 곳곳에서 독립선언서를 나눠주며 만세 삼창을 외치고 시가행진을 주도했다.

3월 5일 경성보고 학생들을 인솔해 서울역에서 남대문까지 ‘조선독립 만세’라고 적힌 깃발을 들며, 민족 자결과 조선독립의 당위성을 시위 군중에게 알리던 그는 현장에서 일본 경찰에 체포됐다.

당시 어린 학생들은 독립운동을 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각서를 쓰면 곧바로 훈방조치가 될 수 있었지만, 한항길 선생은 “조선인으로서 내 나라 독립을 위해 만세를 불렀는데 무엇이 잘못됐단 말인가”라며 응하지 않았고 결국 재판에 회부됐다. 경성지방법원 신문조서에서도 ‘앞으로 또 독립운동을 할 생각이냐’는 조선총독부 판사의 물음에 “조선인이기 때문에 조선이 독립할 시기가 오면 당연히 또 할 것”이라며 의연함을 잃지 않았다. 결국 한항길 선생은 서대문형무소에서 3년간 옥고를 치르게 된다.

이후 한항길 선생은 1945년 국가 경제가 자립해야만 나라의 진정한 독립이 가능하다는 판단 아래, 공업인의 길을 가겠다고 결심했다. 경기도 안양시에 안양직물주식회사를 차려 기업운영을 시작한 것도 이때다.

직물공장을 운영하면서 이곳에서 일하던 조선인들이 한글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것을 알고 문맹퇴치가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군청의 허가를 받아 공장 한쪽에 공민학교를 세워 한글과 구구단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한국전쟁이 끝난 뒤에는 전쟁의 상흔을 극복하기 위해, 또 나라의 경제를 부흥시키기 위해서 산업체를 육성해야 하고, 이를 위해 숙련된 기술자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1958년 소사공업기술학교를 설립하게 된 배경이다. 당시 교직원과 학생들에게 ‘사람다운 사람, 기술자다운 기술자’가 될 것을 강조한 한항길 선생의 지론은 현재까지 교육이념으로 계승되고 있다.

이후 1978년 학교법인 한길학원을 세워 초대 이사장에 취임하며, 부천공업전문대학을 설립했지만 한항길 선생은 이듬해 세상을 떠난다. 1990년에는 3·1운동에 참여한 공훈으로 건국훈장 애족장에 추서돼, 현재 국립대전현충원 애국지사묘역에 안장돼 있다.

부천공업전문대학 개교식의 모습. (사진=부천대학교)
부천공업전문대학 개교식의 모습. (사진=부천대학교)

■한항길 선생 철학 ‘정심운동’ 되새기는 부천대학교 = “창의적인 기술인으로서 국가와 사회에 봉사하는 사람다운 사람.”

이 말은 현재 부천대학교의 건학 정신이다. 지난 60여 년간 이 한 가지 목표 아래 끊임없이 노력하고 성장하며 많은 졸업생을 배출해 왔다.

부천대학교에 입학한 신입생들은 한항길 선생의 삶과 그의 ‘정심사상’을 배우는 정심교육을 받는다. 이 수업을 통해 부천대학교 학생들은 학교의 역사와 오늘, 미래를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대학 인재상인 ‘사람다운 사람’이 되기 위해 필수적으로 갖춰야 하는 ‘바른 마음, 바른 생각, 바른 언행’에 대해 학습하고 인성역량을 함양,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부천대학교 전경.
현재 부천대학교 전경.

특히 부천대학교는 지난 2016년부터 민족 정체성에 대한 의식을 고취하고 글로벌 인재로서의 소양을 높이기 위해 한길역사문화 특강을 실시하고 있다.

해마다 1000여 명의 재학생들이 참여하며 만족도가 매우 높은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잡았다. 장애인을 보호했던 조선의 위대한 정책이나 조선의 우수한 유아교육 정책의 우수성, 다산 정약용의 리더십 등 전공과 관련된 주제를 통해서 우리 역사에 대해 배우고 학문에 활용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서대문형무소 역사관과 덕수궁 석조전, 대한제국 역사관 탐방 등을 통해 현장체험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뿌리깊고 자랑스러운 역사에 대해 직접 찾아 공부하고 있는 것이다.

부천대학교는 독립운동가가 설립한 대학이니만큼 올해 3·1운동 100주년을 기념, 다양한 방법을 통해 학생들과 함께할 수 있는 활동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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