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중 로케이션 매니저‧㈜존시스템컴퍼니 대표(계원예술대학교 사진예술과 졸업)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김연아 선수가 커피 한 잔을 우아하게 마신다. 그 뒤로 커피의 부드러움을 닮은 상아색 건물이 보인다. 한 번쯤 저런 곳에서 커피를 마셔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로케이션 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김해중 ㈜존시스템컴퍼니 대표가 작업에 참여한 광고의 한 장면이다. 로케이션 매니저라는 이름은 흔하지 않지만, 우리는 꽤 가까운 곳에서 이들의 작업물을 만나고 있다. 로케이션 매니저는 영상 매체의 배경이 되는 장소를 전문적으로 찾는 직업이다.

김해중 대표
김해중 대표

“거대한 세트 안에서 아트워크를 통해 만들어지는 공간을 제외하고, 산, 바다, 집, 사무실, 공장 등 사람이 존재할 수 있는 외부의 모든 장소를 ‘로케이션’이라고 할 때, 직접 돌아다니면서 새로운 로케이션을 발굴하고 콘티에 알맞은 로케이션을 제시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에요. ‘연출자가 생각하는 공간에 가장 부합하는 장소인가’를 늘 염두에 두죠. 또 ‘이 공간을 변형해 우리가 원하는 새로운 장소로 탄생시킬 수 있을까’ 생각할 수 있는 상상력도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결정된 장소에서 촬영 현장 담당자가 돼 스태프들을 안내하는 역할을 하죠. 국내에는 약 100명도 되지 않는, 다소 알려지지 않은 직업입니다.”

김해중 대표가 이끌고 있는 ㈜존시스템컴퍼니는 로케이션 매니지먼트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다. 현재 여러 매니저들이 소속돼 있다. 로케이션 매니지먼트를 혼자 담당하기에 한계가 있어 한 명씩 매니저를 늘려나갔던 것이 계기가 돼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 지금은 20여 명이 함께하는 회사가 됐다.

김 대표는 계원예술대학교 사진예술과를 졸업했다. 순간을 기록하는 사진을 전공한 그가 영상 매체를 기반으로 한 산업에서 일하게 된 것은 아주 우연한 계기였다. 졸업 후 다큐멘터리 스튜디오에서 어시스턴트로 일하며 6개월간 전국을 돌며 한국의 세시풍속에 관한 촬영을 진행했다. 그러던 중 지인의 추천으로 영상 촬영감독에 대해 알게 되고, 기회를 얻어 SBS 영상제작팀에 입사한 것이 시작이었다.

“SBS 영상제작팀에 입사해 2년 동안 드라마, 예능, 교양 관련 촬영을 했어요. 그러다 드라마 섭외부장을 하면서 로케이션 매니저라는 직업을 알게 됐습니다. 그 전의 일도 좋았지만, 로케이션 매니저가 적성에 맞아 바로 이 일을 시작했어요. 로케이션 매니저는 전국을 돌아다니기에 어떤 날은 하루에 1000km를 운전하기도 하는데, 좋아하는 일이라 그런지 지치지 않네요.”

김해중 대표가 참여한 광고의 한 장면.
김해중 대표가 참여한 광고의 한 장면.

로케이션 매니저라는 직업 자체가 생소한 탓에 어떤 전공을 해야 진출이 가능할지도 궁금할 수밖에 없다. 김 대표는 사진을 전공한 것이 실무에서 꼭 필요한 기술을 습득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설명한다. 물론 현장에서 쌓은 영상 작업 경험도 든든한 뒷받침이 됐을 것이다.

“로케이션 매니저가 항상 소지해야 하는 것은 카메라예요. 우리는 연출 감독의 눈을 대신해서 장소를 먼저 보는 사람들입니다. 장소를 미리 보고 남길 수 있는 것은 사진이고, 사진을 통해 장소를 먼저 설명하죠. 가장 처음 보여주는 로케이션 자료인 ‘사진’을 얼마나 구도를 잘 잡고 찍느냐에 따라 한 공간이 주는 느낌이 확연히 달라집니다. 또 카메라가 가진 다양한 기능들, 예를 들어 색 온도나 감도를 조절해 다양한 공간의 느낌을 사진으로 보여줄 수 있어요. 계원예술대학교에서 배운 사진미학도 영상을 표현하는 데 있어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영상 콘텐츠의 소비가 확산되고 있어 로케이션 매니저의 수요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김 대표 역시 로케이션 매니저의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 김 대표는 직원들과 함께 로케이션 매니저의 작업 환경을 더욱 개선하고, 직원들 역시 행복하게 일할 수 있도록 만들고자 한다.

“지상파 방송 하나에 국한됐던 영상 분야가 오늘날에는 종합편성채널, 케이블, 뮤직비디오, 인터넷 영상(바이럴), 웹드라마 등 다양한 종류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영상물이 존재하는 한 로케이션 매니저의 역할은 지속적으로 필요하죠. 우리 회사에도 5명 정도의 사진과 후배가 로케이션 매니저로 일하고 있습니다. 우리 회사 직원들이 ‘존시스템 로케이션 매니저라 행복하다’는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 직원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이것이 더 나아가 로케이션 매니저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좋은 광고를 제작하도록 하는 데 기여하길 바랍니다. 결과적으로 로케이션 매니저가 더 이상 광고의 숨은 히어로가 아닌,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고 선망 받는 직업이 되도록 하는 게 제 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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