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숙수(熟手)가 안반(安盤)만 나무란다
[대학로]숙수(熟手)가 안반(安盤)만 나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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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만 한국전문대학국제교류부서장협의회 회장
(한양여자대학교 국제협력실장)
이병만 회장
이병만 회장

우리말에는 “숙수가 안반만 나무란다”라는 속담이 있다. 기술이 부족한 사람이 자기의 능력은 모르고 도구만 나쁘다고 탓함을 이르는 말로 '숙수(熟手)'는 잔치와 같은 큰일이 있을 때 음식을 만드는 사람이고 '안반'은 떡을 칠 때에 쓰는 두껍고 넓은 나무판을 일컫는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차치하고라도 최근 대학에 진학하는 학령인구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마당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과거 10년간 등록금이 동결돼 대학들은 재정적으로 많은 어려움에 봉착돼 있다. 이러한 난관을 벗어나고자 많은 대학들이 외국인 유학생 유치를 그 대안으로 생각하며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처절한 몸부림에 가까운 많은 노력을 쏟아 붓고 있다.

베트남에 진출한 우리 기업은 6000여 개에 달하고 그중에 2018년도 삼성전자 베트남법인이 베트남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31.5%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베트남 젊은이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하면 한 달에 우리 돈으로 30만~35만원을 받지만, 한국어를 어느 정도 구사하게 되면 최소 80만원에서 120만원까지 받는다고 하니 예전에 한국인들이 가졌던 그 ‘아메리칸 드림’처럼 한국은 기회의 땅이자 가난에 찌든 가족들을 풍요롭고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작년 하반기에 법무부는 외국인 유학생 비자·체류관리 제도개선 검토(안)를 발표하면서 한국어 연수과정(D-4비자)에 한국어능력(TOPIK) 기준을 2급 이상으로 하고 법무부고시 불법체류 다발국가 21개국에 중점관리 5개 국가에 적용시키며 커다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물론 무분별한 유학생 유치에 혈안이 돼 관리가 부실한 일부 대학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불법 체류하는 유학생의 대부분은 연수과정(D-4비자) 자격으로 입국하는 학생들로 국내 교육에 적응하지 못하고 학업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지만, 처음부터 취업을 목적으로 입국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대학들은 선발부터 관리까지 한 명의 이탈자도 나오지 않도록 꼼꼼하고 철저한 관리를 하고 있다는 대학과 교육부의 의견을 반영해 검토(안)가 철회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된다.

항상 제기되는 문제가 베트남을 비롯해 아시아권에서 오는 유학생들은 왜 유독 한국에서만 불법체류를 하는 것일까. 우리의 이웃인 일본에도 훨씬 많은 아시아권 유학생들이 있는데, 불법체류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일본은 불법체류자에 대한 단속은 법무부 단독으로 하지 않고 경찰과 공조를 이뤄가며 철저히 단속을 하고 있으며, 사업장들도 비자 소지 여부를 따져서 불법체류자를 고용하지 않기 때문에 학업에서 이탈을 하게 되면 아르바이트도 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는 사실을 본국에서 이미 알고 처음부터 불법체류를 계획하고 유학을 준비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에 가게 되면 입국과 동시에 학업은 내팽개치고 브로커들과 접촉해 공장이나 농촌으로 잠적하는 경우가 많은데, 작금의 법무부의 행동에서는 자신들의 책무는 다하지 않으면서 대학들에만 온갖 제재를 가하는 모양새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심지어 대학들이 불법체류자를 갖은 노력 끝에 소재를 파악해 신고해도 “단속 인력이 부족하니 단속하기 힘들다”라며 단속은 하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대학들에만 그 책임을 묻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러한 문제는 어느 한쪽만 노력해서는 해결하기 힘들다. 대학은 유학생 숫자에 너무 얽매여서 무분별한 유치를 재고하고 법무부도 부족한 인력을 하루아침에 보강하기 힘들다면 전국 구석구석에 깔려있는 경찰 인력과 공조해 단속을 해 준다면 불법체류자가 발붙일 곳이 없는 한국은 유학생들에게 있어서 건전하고 자신의 꿈과 미래를 펼쳐나갈 ‘코리안 드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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