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생각] 할 말은 한다는 ‘기생충 박사’ 서민 단국대 교수의 만만찮았던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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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아버지 미움에 ‘틱 장애’…“그 시절 보상받는 심정으로 유명해지고 싶었다”
서울대 의대 졸업 후 단국대 의대 교수 부임 20년
'기생충 박사'로 유명한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는 5일 종각의 한 레스토랑에서 진행된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다른 사람이 못하는 말 나라도 시원하게 해보자는 일종의 책임감이 있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풍자해 쓴 글이 인터넷에서 화제를 모으는 등 거침없는 말과 글로 대중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기생충 박사'로 유명한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는 5일 종각의 한 레스토랑에서 진행된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다른 사람이 못하는 말 나라도 시원하게 해보자는 일종의 책임감이 있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풍자해 쓴 글이 인터넷에서 화제를 모으는 등 거침없는 말과 글로 대중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국대학신문 이현진 기자] “기생충은 숙주에 종속된 삶을 사는데 그 중에도 종숙주에서만 짝짓기를 하고 번식합니다. 중간숙주에서는 자랄 수 없어요. 대학을 기생충에 비유하자면 지금 대학은 중간숙주에 있습니다. 자신의 운명이 중간숙주에 가로막혀 있는 거죠.”

5일 종각의 한 레스토랑에서 만난 서민 교수는 현재 국내 대학 상황을 자신의 전공인 ‘기생충’에 비유해달라는 기자 요청에 “가장 핫(hot)한 회충이 개(犬) 회충인데 지금의 대학과 같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개 회충이 개(종숙주) 몸 안에 있을 때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다른 종()인 사람(중간숙주)에게 들어가서는 자신의 자리를 찾아 헤매며 폐나 심장, 눈 등에 심각한 질환을 일으킨다”며 “대학을 개 회충이라고 봤을 때 개가 아닌 사람 몸에 들어와서 제대로 살아남지 못하고 제자리를 찾지도 못한 채 방황하고 있는 형국”이라고 설명했다.

올해로 20년째 단국대 의대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서 교수는 “대학이 그동안 참 많이 어려워졌다”고 한탄했다. 그는 “대학에서 졸업하는데 토익점수가 왜 필요하며 국문학과 강의는 왜 영어로 진행돼야 하느냐”며 “취업률, 영어강의 비율 등 교육부 지원금을 두고 평가요소를 맞추기 위한 대학의 몸부림이 대학 교육을 망치고 있다”고 역설했다.

서 교수는 ‘SKY캐슬’ 캐릭터 예서가 그토록 원하던 서울대 의대 출신이다. 인터뷰 내내 “운이 좋아서” 혹은 “미안하다”며 겸손함을 드러낸 서 교수는 “어린 시절 못생겼다는 이유로 이어진 아버지의 학대 때문에 삶이 너무 척박하고 어두웠다”며 “스무살 대학 입학 후 학생증 하나로 뭐든 해결되기 시작하면서 나도 완전히 바뀌었다”고 고백했다.

“떠서 한번 복수해보자는 욕심이 생기더라”는 서 교수는 30년 뒤 ‘기생충 박사’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풍자해 쓴 글이 인터넷에서 화제를 모으는 등 거침없는 말과 글로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한 그는 “내가 아니면 누가 이런 말 하겠느냐”고 말했다. 어린 시절 친구들의 괴롭힘과 아버지의 학대로 말을 더듬는 틱 장애까지 겪었다는 그는 악착같이 일어나 서울대 의대를 갔다. 졸업과 동시에 단국대 의대 교수로 임용돼 20년째 교단에 서고 있다.

특유의 유머 감각으로 다수 TV프로그램에도 출연해 관심을 모았다. ‘사랑의 스튜디오’ ‘컬투의 베란다쇼’ ‘고수의 비법 황금알’ ‘세바퀴’ ‘동치미’ 등에 얼굴을 보였다.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에도 출연했다.

- 'SKY캐슬’ 속 예서가 부러워할 서울대 의대 출신이다.
“당시 서울대 의대와 지금의 서울대 의대는 상황이 다르다. 지금은 그때에 비해 정원이 반이다. 현재 선발 인원이 120명인 반면 당시에는 200명이 넘었다. 의대는 수험생들의 1지망 계열이 아니었다. 수석이 물리학과·전자공학과 등 공대를 택하던 시절이다. 의대를 온 건 운이다. 당시 태어났기 때문에 의대에 올 수 있었다.”

- 기초학문이 인정받지 못하는 현재와는 다른 시절이었단 말인가.
“계기는 외환위기다. 20여 년 전만해도 물리학 같은 기초학문이 인기였다. 경제 위기로 ‘역시 기술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에 의대 인기가 더 치솟았던 것이다.”

- 대한민국 수많은 ‘박사’ 중 특히 유명세를 탔다. 계기가 있나.
“어려서부터 살아온 삶이 척박했다. 못 생겼다고 친구들은 물론 선생님, 아버지한테까지 미움 받던 어린 시절을 지냈다. 당시 말도 더듬고 틱 장애까지 올만큼 괴로웠다. 고등학교 때 죽도록 공부해 대학에 온 이후 조금씩 내 삶을 찾았다. 움츠리고 살았던 어린 시절을 보상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떠서 한번 복수하자는 마음도 들더라. 기생충을 연구하면서부터 더 강해진 마음이다.”

- 아버지로부터 받은 상처가 깊은 모양이다.
“아버지 뿐 아니라 당시 잘하는 게 별로 없어서 인생이 재미가 없었다. 초등학교에 채 들어가기 전부터 삶이 힘들었다. 지나고 보니 억울하더라. 내가 왜 어릴 때 친구들한테 놀림 받고 아버지에게 미움을 받았어야 했나. 아버지와는 돌아가실 때까지 화해하지 못했다. 검사였던 아버지도 본인의 삶이 힘드셨던 것 같다. 더 높이 올라야하는데 주위에서 도와주는 사람이 없었던 게 답답했던 모양이다.”

- 전공인 ‘기생충’을 벗어나는 이야기나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은 것 같다.
“남들이 못 하는 얘기를 나라도 하자는 마음이다. 사회적 책임 같은 게 있다. 많이 가진 사람이 얘기해야 하지 않나. 나는 마음대로 얘기해도 회사에서 잘리는 등의 불이익을 받을 게 없지 않나. 언제부턴가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 신경 쓰지 않게 됐다. 어린 시절의 고통으로 내공이 생긴 것 같다. 맞아도 안 아프다. 그래서 더 쉽게 말할 수 있다.”

-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 게 쉽지만은 않은데.
“2000년에 출시된 소나타를 몰고 있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다는 강력한 증거다. 행복은 차에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앞으로 5년 더 탈거다. 이 차도 몇 년 전 어머니로부터 50만원에 산거다. 가진 게 많으면 오히려 어떤 차를 몰든 남의 시선 신경 쓰지 않는다. 종종 학생들에게 '서민체험 하려고 타고 다닌다'고 우스갯소리도 한다.”

- 대학 교수 대상 강의도 한다.
“지식을 일반인과 공유해야 한다고 강연한 적이 있다. 국민들이 전문지식에 목말라있다. 물리 양자학을 예로 들면 최근 이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고 한다. TV프로그램 ‘알쓸신잡’에 김상욱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가 나오면서부터다. 교수에게는 당연한 전공지식이 남들이 보면 새로운 지식이고 정보가 된다. 일반인 대상 강의를 어떻게 하느냐에 대해서도 말한다. 중학생 대상이라 생각하고 쉽게 재밌게 하라고 조언한다. 강의하기 위해서는 그냥 하면 안 된다. 먼저 책을 써야 한다. 나는 책 13권을 썼다.”

- 하루가 바쁠 것 같은데 집필은 언제하나.
“새벽 3시는 대부분 깨어 있는 시간이다. 보통 외부활동을 마치고 11시 책상에 앉아 글쓰기를 시작한다. 새벽 4시쯤 잠든다. 희생이 없으면 이뤄낼 수 없다. 절대적인 수면 시간은 적다. 대신 효율적으로 잔다. 인터뷰 오는 기차에서도 내내 잤다.”

- 대학 구성원들이 읽어야 할 책 추천한다면.
“데이비드 콰먼의 《인수공통, 모든 전염병의 열쇠》가 내 인생의 책이다. 책에는 메르스·에볼라 등 병원체와 싸우는 학자들이 소개된다. 조금만 잘못하면 죽을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위험을 무릅쓰고 연구를 하고 있는 것. 그 사람들 덕분에 의학 발전하는 거라 느꼈다. 비단 의학뿐 아니다. 우리는 노력을 폄하하는 세상에 살고 있지 않나. 하지만 노력밖에 남을 게 없다는 걸 느끼게 해준다. 남들 하기 싫은 거 열심히 하기 때문에 세상이 더 나아지는 것이다.”

- 자신이 어떻게 표현될 때 좋은가.
“다른 사람에게 도움 되는 책을 내고 있다는 게 뿌듯하다. 나는 완벽히 노력파다. 글 쓰는 데 있어서는 특히 그렇다. 어린 시절 백일장 수상자라면 책을 내는 기쁨이 이정도로 크지는 않을 거다. 자신의 능력이 당연하게 여겨지기 때문이다. 반대로 나는 밑바닥이었다. 하루에 한 편 씩 글쓰기를 연습하며 다졌다. 지옥에 가본 사람이 천국을 느낄 수 있는 거다.”

- 쓴소리를 잘 한다. 대학가에도 쓴 소리 부탁한다.
“주위사람에게 관심을 가져라. 어두운 이웃한테 관심가지라는 의미가 아니다. 바로 옆 사람이 중요한 사람이다. 그 사람과 보내는 중요한 시간을 온전히 느껴라. 스마트폰 보면서 만남을 낭비하지 말라. 다른 사람이 하는 말과 고민 들어주면서 더 좋은 사회가 된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사회가 파편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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