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기업 수요 면밀 파악… 긴밀한 협력 통해 현장실습 교육에 방점
실용·응용학습에 초점, 혁신연구 병행… 독일 대학생 선호도 매우 높아

Fachhochschule der Mittelstantds. (사진=미텔슈탄트대 홈페이지)
Fachhochschule der Mittelstantds. (사진=미텔슈탄트대 홈페이지)

한국대학은 위기다. 전 세계적 흐름인 4차 산업혁명은 어떤 방식으로든 대학들에 변화를 강요한다. 우리나라는 특유 문제인 ‘학령인구감소’까지 여기에 더해진다. 당장 직면하게 될 신입생 유치에 대한 걱정부터 변화를 통한 미래 발전상 생각까지 대학들의 머리는 복잡하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의외로 쉬운 곳에 있을지도 모른다. 해외 대학들의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우리 실정에 맞게 녹여낼 수만 있다면 악조건 속에서도 발전은 성큼 다가온다. 한국대학신문이 우리 대학들이 참고해야 할 해외 대학 성공사례를 선정, 그들이 가진 노하우와 성공의 밑바탕이 된 변화상들을 소개한다. 선행사례를 깊이 있게 연구하고 적용함으로써 세계 어디에 내놔도 뛰어난 경쟁력을 자랑하게 될 국내 대학의 등장을 기대해본다. <편집자 주>

[한국대학신문 김준환 기자] 2000년 6월에 개교한 미텔슈탄트대(FHM; Fachhochschule der Mittelstantds)는 역사는 짧지만 현재 독일에서 대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대학 중 하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취업률이 굉장히 높기 때문이다. 미텔슈탄트대는 기업에 필요한 기술력을 공급하면서 기업 수요에 부합하는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또한 실용적이고 응용학습에 방점을 두는 현장실습 교육을 제공하고 있어 졸업생의 진학·취업률은 무려 97.7%에 달한다(80.7% 취업, 17% 진학).     

미텔슈탄트대는 비영리 조직인 교육과 수공업 재단(SBH; Stiftung Bildung und Handwerk)에 속해 있다. 현재 5000명 이상의 학생들이 밤베르크, 빌레펠트, 하노버, 퀼른, 풀하임, 로스토크, 뮌헨, 슈베린 등 독일 9개 주요 도시 캠퍼스에서 수학하고 있다. 미텔슈탄트대는 기존 독일 대학과 달리 취업을 목표로 삼아 5000개 이상의 독일 강소기업들과의 네트워크를 활용, 현장 전문가의 협력 교육과 현장 교육을 통해 졸업 후 다양한 취업 기회를 부여하고 있는 게 이 대학의 강점이다.

■ 강소기업 주축이 돼 설립… 곧바로 실무 투입 가능한 인재 양성 = 미텔슈탄트대는 강소기업에 필요한 맞춤형 인재 양성을 위해 설립된 독일의 유일한 대학이다. 먼저 이 대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독일에서 강소기업이 의미하는 바를 알아둘 필요가 있다. 

독일은 중소기업이 99% 이상을 차지하고 작지만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히든 챔피언 기업(글로벌 강소기업)'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다. 독일은 미텔슈탄트(Mittelstand, 중견·중소기업)의 나라라는 말도 있다. ‘미텔슈탄트’는 독일의 전통적 기업 문화로 지역 경제와 사회의 책임성을 중시하는 지역 사회를 지탱하는 기업을 뜻한다. 독일은  특화된 높은 기술경쟁력을 토대로 세계 시장 점유율 1, 2위를 다투는 ‘히든챔피언’을 보유해 제조업·기술 강국으로 등극했다. 특히 강소기업이 독일 경제의 근간을 형성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강소기업은 대부분 소유주가 운영하는 회사다. 이들 회사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기업가적 사고와 행동 △고품질 제품과 서비스 △고객과의 긴밀한 관계에서 비롯됐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미텔슈탄트대가 추구하는 교육 목표는 명확하다. 독일 강소기업에 필요한 인재를 위한 훈련과 교육에 대한 연구를 비롯해 체계적인 커리큘럼을 운영하는 데 있다. 구체적으로 실제 적용 가능한 교수법과 학습을 통해 국내외의 직장, 학문적인 전공분야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미텔슈탄트대 학생들은 졸업 후 회사에 곧바로 투입돼 업무와 직책을 수행할 수 있도록 기초가 튼튼한 학문적 지식과 방법을 배운다. 

​미텔슈탄트대는 독일에서 강소기업에만 전념하는 유일한 대학이다. (사진=미텔슈탄트대 홈페이지)​
​미텔슈탄트대는 독일에서 강소기업에만 전념하는 유일한 대학이다. (사진=미텔슈탄트대 홈페이지)​

■ 지역기업 특성에 맞는 맞춤형 전공 운영 = 미텔슈탄트대가 추구하는 교육의 혁신 포인트는 지역기업 현장과 긴밀하게 협력해 기업에 맞는 인재를 키워내는 데 있다. 이 대학에서 공부하는 학생은 실질적으로 직업을 보장받기 때문에 기업수요를 면밀히 파악하고 지역·기업에 맞는 인재양성에 대학의 핵심역량을 집중해왔다. 

졸업생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현장 적용이 가능한 교육과 산학협력을 통한 교육구상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미텔슈탄트대는 현장 전문가를 교육에 참여시켜 학생들에게 현장과 유리되지 않는 실질적인 교육을 시킨다. 교육을 강의실에서 이론만으로 진행하지 않는다는 점도 주목된다. 또 학생들이 스스로 실험하고,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이론을 체화하는 교육을 실시한다. 이 밖에 지역 기업이나 지역 사회를 발전시키기 위한 연구프로젝트에 학생들을 참여시켜 현장에서 실천 가능한 지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디어의 본거지인 쾰른(Cologne) 지역은 미디어 관련 학과를 중심으로, 구동독 지역인 슈베린(Schwerin)은 지역 산업에 필요한 학과를 중심으로, 독일의 수도이자 정치의 중심지인 베를린(Berlin)은 국제정치와 연관된 학과를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전춘명 한신대 독어독문화학과 교수는 “미텔슈탄트 연구는 강소기업의 물음에 중점을 둔다. 국내외 연구 개발 프로젝트를 적극 습득해 이것을 강소기업뿐만 아니라 사회에서 적용 가능하도록 하는 전달 시스템을 유지한다”며 “이러한 연구 방법은 이미 독일 연방 공화국 학술위원회에서 인상적으로 평가됐다. 유럽 연합의 관점에서도 미텔슈탄트대는 가장 강력한 연구 대학들에 속한다”고 밝혔다. 

미텔슈탄트대가 추구하는 교육의 혁신 포인트는 지역기업 현장과 긴밀하게 협력해 기업에 맞는 인재를 키워내는 데 있다. (사진=미텔슈탄트대 홈페이지)
미텔슈탄트대가 추구하는 교육의 혁신 포인트는 지역기업 현장과 긴밀하게 협력해 기업에 맞는 인재를 키워내는 데 있다. (사진=미텔슈탄트대 홈페이지)

■ 혁신연구에 방점… 기업과 대학 간 협력 체계 긴밀 구축 = 미텔슈탄트대는 혁신연구에 방점을 두고 대학과 기업이 긴밀히 협력하는 체계가 잘 갖춰져 있다. 이를 위해 강소기업을 위한 혁신적인 학위 프로그램을 개발하면서 경제·사회와 연계되는 새로운 학습 과정을 만드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국내외 연구 개발 프로젝트를 적극 습득해 이를 강소기업뿐만 아니라 사회에서 적용 가능하도록 하는 전달 시스템도 구축했다.  

실용적이고 응용학습에 초점을 둔 현장실습 교육은 미텔슈탄트대만의 강점이자 차별점이다. 이에 따라 학습과정 전반이 지역 내 강소기업에 맞춰져 있고 졸업생 3분의 2는 강소기업에서 일자리를 찾을 수 있어 학생과 기업 모두 윈윈할 수 있다. 또한 전일제 학습인 50개의 학사코스와 석사 과정을 학습 프로그램으로 제공하는 한편 직장인을 위한 시간제 학습도 수강할 수 있도록 했다. 온라인-대학 학습과정과 자격증과정을 운영해 학문적 교육의 지속성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이 밖에도 미텔슈탄트대는 영국의 파트너 대학과의 협력으로 박사학위 취득을 위한 국제적인 박사과정도 제공하고 있다.     

■ 해외 학생 위한 PSP Professional Program 주목 = 1년 과정의 실용 교육 프로그램도 눈에 띄는데 PSP(Pre-Studies Program) Professional Program이 대표적이다. 이 프로그램은 일차적으로 자격조건을 갖춘 해외 학생들을 위해 설계된 학습과정이다. 

이들이 PSP 전문과정을 통해 독일의 직업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독일언어, 전문 용어 훈련, 상호문화적응 훈련, 구직 훈련, 현장학습 및 현장 방문 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다. EC(엔지니어링·기술), MED(의학 및 간호·사회복지·건강), ECO(경제·비즈니스)에 초점을 맞춰 교육이 실시된다. 독일 주요 도시에 위치한 미텔슈탄트대에서 수업이 진행되고 집중 케어 지원도 이뤄진다.  

한편 현재 국내 대학 가운데 미텔슈탄트대와 교류·협력을 진행하고 있는 곳은 한신대를 비롯해 경기대, 충남대 등이다. 이들 대학들은 학생교류, 독일 중소·중견 기업의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로 합의하는 등 각종 장·단기 학생교류를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한신대는 지난해 10월 ‘한신‧미텔슈탄트 연구센터’를 설립하고 학문교류와 산학협동을 통해 한국과 독일의 강소기업을 지원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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