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초4 고교학점제 본격화 ‘대입 원년’ 2028학년 대입 당사자
교육과정 연구·고시·제작·채택 등 관련 절차 ‘첩첩산중’…‘이제라도 시작해야’
개편 논의 불발에 ‘교육과정-대입제도’ 불일치 사례 남긴 2021학년 되풀이 우려

최근 교육계에서는 수시-정시 통합을 두고 벌어지는 논쟁이 뜨겁다. 고3 2학기 교실파행 방지 등에 있어 의미가 있는 논쟁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함의를 지닌 미래 대입개편에 대한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는 주장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사진=한국대학신문DB)
최근 교육계에서는 수시-정시 통합을 두고 벌어지는 논쟁이 뜨겁다. 고3 2학기 교실파행 방지 등에 있어 의미가 있는 논쟁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함의를 지닌 미래 대입개편에 대한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는 주장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사진=한국대학신문DB)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수시-정시 통합을 놓고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논쟁들이 의미가 있다지만, 그로 인해 정작 시작돼야 할 대입개편 논의가 지지부진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고교학점제와 고교 내신 성취평가제를 전면 적용받는 현 초4 학생들이 사교육의 불안 마케팅에 휩쓸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대입까지 단계를 밟아 나가기 위해서는 지금이 ‘골든타임’이라는 점에서다. 시도교육감협의회 산하 대입제도개선연구단이 ‘따라올 수밖에 없는 안’을 만들기 전 내놓은 대입 전형요소들에 대한 다각도의 비평과 분석을 주목해야 할 때다.

■ ‘수시-정시 통합’ 중요한 주제지만…대입개편 전반 논의 필요한 때 = 최근 대입제도를 놓고 벌어진 논쟁의 화두는 ‘수시-정시 통합’이다. 서울대 입시의 틀을 만들었고, 현재는 국가교육회의 2기 고등교육전문위원인 김경범 서울대 서어서문학과 교수가 지난달 13일 한 교사연수 자료집에 담은 ‘미래 대입전형과 학교 교육의 총체적 변화’ 보고서가 논쟁에 불을 붙였다. 대입 개편 과정에서 급부상했지만, 끝내 공론화 범위에서 제외돼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통합안은 김 교수의 언급으로 인해 일파만파로 퍼져갔다. 찬성의 목소리가 거센 가운데 일각에서는 통합안이 수능을 무력화하는 시도라며 김 교수의 사퇴를 촉구하는 등 문자 그대로 ‘논쟁’이 벌어졌다.

논쟁은 현재진행형이다. 지난달 26일 전국 17개 시도교육감협의회 산하 대입제도개선연구단이 내놓은 1차 연구보고서에도 통합안이 언급됐기 때문이다. 시·도별 1명씩 17명의 교사가 연구위원으로 참여한 연구단은 “오랫동안 굳어져 온 수시와 정시구조를 깨트리는 것이 중요한 본질”이라며 “단일 전형시기를 통한 통합전형의 운영”을 주장했다. 그에 맞춰 꺼져가던 갈등의 불씨도 다시 타오르는 기세다.

다소 갈등이 있다지만, 수시-정시 통합에 대한 논의는 분명 의미가 있다. 9월에 수시 원서접수가 시작되는 현행 대입제도하에서는 고교 3학년 2학기 교육과정이 파행으로 치닫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다. 수능을 앞당기고 수시와 정시를 동 시기에 모집하는 통합안은 교육과정 파행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연구단이 보고서에 통합안을 담은 것도 “수시 전형으로 인한 3학년 2학기 고교 교육의 비정상화는 교사들이 지적해온 대입 전형구조의 가장 큰 문제”라는 점 때문이었다.

문제는 통합안에만 관심이 집중된 탓에 미래 대입제도 변경의 ‘골든 타임’이 등한시 된다는 데 있다. 현재 교육부는 2025학년부터 내신 성취평가제와 아울러 고교 현장에 고교학점제를 전격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발맞춰 고교에 입학하는 학생들이 대입을 치르는 것은 2028학년으로 현 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이 당사자다. 고교 교육 체제와 평가 방법이 완전히 바뀌는 것이기에 그에 맞는 교육과정을 고민하고 대입제도 변경 등에 대한 논의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물론 일각에서는 2028학년을 먼 미래라고 보기도 한다. 당장 3년 예고제조차 제대로 정착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무려 10년 가까운 먼 미래를 벌써부터 고민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특히 선발 주체인 대학가에서 이러한 인식이 팽배하다.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이미 만들어놓은 상태에서 교육부 차관 주도로 정시를 확대하라는 ‘강제’에 가까운 권고가 내려진 것이 불과 지난해의 일이라는 점은 이러한 인식을 키우는 요인이다. 

하지만 교육과정 전반을 아우르는 전문가들은 지금도 결코 이른 시기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일반적인 시각보다 많은 과정을 거쳐야 교육과정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영동일고 교사를 거쳐 서울대 입학사정관을 지낸 바 있는 진동섭 한국진로진학정보원 이사는 “지금부터 바빠야 한다”며 “지금 시작해야 가까스로 2028학년 대입을 개편할 수 있다. 올해 논의를 거쳐 결론을 내면, 내년과 내후년 연구를 거쳐 2022년에는 바뀌는 교육과정 등 관련 내용을 고시해야 한다. 2023년에는 교과서를 만들어야 하며, 2024년에는 이에 대한 검정이 이뤄져야 한다. 이렇게 준비해야 2028학년 대입을 치를 수험생들이 고교에 입학하는 2025년 새 교육과정을 적용할 수 있다”고 했다.

이외에도 생각해야 할 것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교과서 제작 기간이다. 교육과정을 아무리 잘 만들더라도 교과서를 만들 여유가 별로 없는 탓에 부실한 교과서가 나온다는 지적이 존재한다. 만약 교과서 제작 기간을 더 늘린다면 2028학년 대입 개편을 위해서는 더욱 서둘러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교과서 자유발행제나 교사별 평가제 등 개편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요인들도 즐비하다.

교육계에서 개편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은 교육과정과 대입전형이 따로 노는 ‘불일치’ 현상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특히 2013년 나온 ‘대입전형 간소화’ 방안은 2021학년 대입 개편을 염두에 뒀지만, 실제 시행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그 결과 당장 내년 대입을 치르는 수험생들은 이러한 불일치를 피할 수 없게 된 상태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이 담고 있는 ‘문이과 불분과’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과목 유·불리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고, 그에 따라 고교 교육과정이 이뤄지는 형태의 대입전형을 지양해야 했지만, 제때 개편이 이뤄지지 못하면서 교육과정의 의미는 크게 퇴색될 수밖에 없었다.

빠른 개편 논의가 이뤄지지 못하는 경우 우려되는 또 다른 지점은 사교육의 ‘불안 마케팅’이다. 학령인구 감소 문제와 대학 진학률 등 대입전형 근본에 대한 논의를 촉발시킬 수 있는 요인들이 많기에 수요자들의 불안을 자극할 배경들이 많다는 점에서다. 아직 입시와 거리가 먼 연령대에게 명확한 개편 방향을 설명해줄 수 있어야 불안감을 떨쳐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어떤 것들 논의해야 하나…수능 학생부 등 전형요소 전반 = 교육과정과 대입제도에 대한 논의는 어디서 시작해야 할까. 물론 지금 이뤄지는 수시-정시 통합 문제나 수시-정시 비율에 대한 담론들도 결착을 내야 하는 것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대입의 본질인 ‘전형요소’다. 진 이사는 “대입이라는 것은 결국 어떠한 전형요소를 가지고 대학이 학생을 선발할 수 있도록 할지를 결정하는 문제다. 전형요소들의 성격이 무엇인지, 어떻게 바꿔나가야 할지 등에 대해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모집시기 통합에 매몰돼 간과되고 있지만 이번 대입제도개선연구단이 내놓은 1차 연구보고서는 전형요소들을 이미 충실히 분석해놨다. 연구단은 현 대입의 주요 전형 요소인 수능은 물론이고 고교교육을 통해 만들어지는 학생부와 고교에서의 평가 등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목했다. 

연구단은 수능의 경우 현 2015 개정 교육과정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라도 필히 개편돼야 할 존재라고 봤다. 지식활용이나 응용능력을 변별할 수 없는 수능은 지나친 경쟁과 불필요한 낭비를 유도하고 있으니 절대평가 체제로 바꾸라는 조언이 이어졌다. 이들은 “2015 개정 교육과정은 수능 절대평가와 내신 성취도 평가를 전제로 한다. 고교 교육과정이 정상 작동하기 위해서는 대입이 교육과정에 맞게 개편돼야 한다. 수능과 내신이 상대평가로 유지되면 성적을 잘 받을 수 있는 과목만 선택하게 된다”고 했다. 이대로라면 학생선택권을 확대한 교육과정의 취지를 구현하기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수능 시행시기를 뒤로 미뤄야 한다는 것도 연구단이 내놓은 개선안 중 하나였다. 학기 말이나 학기 종료 후로 시행 시기를 옮김으로써 정상적인 교육과정 운영을 도모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대학들이 각기 다른 길을 택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정상적인 수업이 이뤄지기는 어렵다는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도 더해졌다. “학령인구가 급격히 감소하면 대학은 선발형과 충원형으로 분리될 가능성이 높다. 충원형 대학은 신입생 충원을 위해 수시를 기형적으로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중하위권 학생들은 3학년 1학기 내신 산출이 끝나는 7월 말이면 더 이상 수업에 참여할 이유가 없어진다. 2학기는 입시가 마무리된 중하위권과 정시 수능 준비를 하는 상위권으로 양분돼 수업 진행이 불가능한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는 것이 연구단이 내놓은 지적이다. 

학생부종합전형의 근간이 되는 학생부에 대한 개선도 요구됐다. 고교에서는 기록의 신뢰성, 대학에서는 평가 공정성을 확보하자는 것이 이들이 말한 학생부 개선의 골자다. 고교 단계에서 이뤄져야 할 기록 신뢰성 확보를 위해서는 양식 개선 등이 필요하다는 게 연구단의 입장이다. “학생이 가진 역량을 최대한 사실대로 기록하기 위해서는 교사의 주관성을 배제하고 객관적인 사실을 서술할 수 있도록 양식을 개선하는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

대학이 확보해야 할 평가 공정성을 위해서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전형요소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고 짚었다. 연구단은 “교육과정 개정에 따라 발전된 형태의 전형으로 학생부종합전형이 거듭나기 위해서는 교육과정에 맞는 평가방법을 고안해야 한다. 새로운 전형요소와 평가방식을 가지는 전형으로 개선 발전시킬 방안이 필요하다. 수시-정시 통합을 통한 단일전형 등과 연관해 전형요소에 대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연구단은 지적한 문제들과 정치권이 얽혀 있는 교육 거버넌스를 바꾸는 문제까지 포함해 지속적인 연구를 펼쳐 올해 말에는 2차 연구보고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내달부터 7월까지 주제별 자료 분석과 연구과제를 수행하고, 정책포럼과 공청회 등도 실시할 예정이다. 대입제도개선연구단 단장을 맡고 있는 박종훈 경남교육감은 앞서 열린 한국대학입학사정관협의회 동계 워크숍 자리를 통해 “1차 보고서는 이미 발표된 2022학년에 대해 비평한 것”이라며 “2025학년을 목표로 중장기 대입 방안을 논의 중이다. 따라오지 않을 수 없는 멋진 안을 내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