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대담] 김진경 국가교육회의 의장 “대학 위기 극복 위해 재정지원·자율성 확보 이뤄져야”
[특별대담] 김진경 국가교육회의 의장 “대학 위기 극복 위해 재정지원·자율성 확보 이뤄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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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김수복 단국대 교수

[한국대학신문 정성민 기자] 김진경 국가교육회의 의장과 김수복 단국대 교수의 특별대담이 7일 정부서울청사 3층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 의장실에서 있었다. 김 의장과 김 교수는 시인 출신으로 <한국문학> 등단을 통해 1975년 처음 인연을 맺었다. 한국 현대사의 영욕을 함께하며 45년 동안 동료애를 나누고 있다. 본지는 우리나라 대학과 고등교육정책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미래 교육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특별대담을 마련했다.

△김수복 단국대 교수(이하 김 교수) = 지금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미래 개방형 대학교육’이라는 용어들이 등장하고 있다. 즉 전반적인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국가교육회의 의장을 맡아 고뇌도 많고, 책임도 클 것이다. 올해 국가교육회의 운영계획이 ‘2030 미래교육체제 수립’과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추진되는지 궁금하다.

△김진경 국가교육회의 의장(이하 김 의장) = 올해 국가교육회의는 산업 국가 주도의 교육정책 패러다임을 극복할 수 있는 2030 미래교육체제 수립을 준비하고, 이를 구현할 수 있는 교육 거버넌스를 마련하기 위해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를 추진한다. 현재 인구절벽, 4차 산업혁명, 세계화 확대 등 사회가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2030 미래교육체제 수립을 통해 2030년 전후 10년을 포괄하는 중장기 교육개혁 방향을 준비할 것이다. 또한 2030 미래교육체제 내용과 형식은 함께 가야 한다. 국가교육회의 전문·특별위원회와 국가교육회의 전체 차원에서 2030 미래교육체제 방향에 대해 각계각층, 지역단위 간담회와 토론회를 상반기에 지속적으로 진행한다. 8월에는 국가교육회의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공동 주관으로 교육자치 국제콘퍼런스를 개최한다. 이어 10월에는 한·OECD 국제교육콘퍼런스가 개최된다. 국제교육콘퍼런스에서 2030 미래교육체제 기본 방향이 논의되고 정해질 예정이다.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를 위해 2월 28일 국회 정책토론회가 개최됐다.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는 지금까지 교육개혁과 의미가 다르다. 과거의 교육개혁은 교육시스템 개혁이 아니었다. 교육시스템을 크게 건드리지 않으면서, 사회변화에 맞춰 교육정책을 제시하는 형태였다. 예를 들어 5·31 교육개혁은 탈산업사회를 지향했다. 그러나 교육시스템은 산업사회에 그대로 머물렀다. 따라서 많은 문제가 야기됐다. 이것이 30년 동안 누적됐다. 2030 미래교육체제와 국가교육위원회는 새 교육정책과 교육시스템 개혁이 함께 간다. 그래야 교육이 실제적으로 변한다. 국가교육위원회 법률안은 늦어도 4월에 발의될 것 같다. 6월까지 국회를 통과하고, 올해 안에 국가교육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이 목표다.

△김 교수 = 대학이나 교육현장에서 교육시스템 변화를 요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과 괴리가 있다. 이런 것들이 해결돼야 구체적으로 개혁 성과가 기대된다. 말씀하신 대로 국가교육회의 전문·특별위원회가 현장의 의견을 수렴할 예정인데, 대학가는 고등교육전문위원회에 관심이 높다. 고등교육전문위원회는 어떤 활동을 하나.
 

△김 의장 = 고등교육전문위원회는 논의 단계부터 국립대와 사립대, 일반대와 전문대, 수도권 대학과 지역 대학 등 대학 전체를 아울러 의견이 모아질 수 있도록 위원을 구성했다. 사실 고등교육전문위원회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대학교육의 문제를 언급할 수밖에 없다. 예전에 칼럼을 게재했다. 칼럼에서 ‘유·초·중등교육은 그래도 비명을 지를 수 있는 환자여서 나을 가능성이 상당히 있는데, 대학교육은 비명도 못 지르는 환자여서 굉장히 위독해 보인다’고 썼다. 대학도 교육시스템과 정책의 지향점이 어긋나서 비틀어진 부분이 많았다고 본다. 대표적으로 5·31 교육개혁 이후 대학은 시장원리로 갔다. 반면 유·초·중등교육은 사회복지 개념으로 봐야 한다며 방어선을 쳤다. 1990년대부터 ‘시장에 맡긴다’는 것이 대학정책의 공식 방향이었다. 그러나 교육시스템은 중앙집권적 산업사회 관료시스템이 작동했다. 시장주의를 말하면서 교육시스템은 중앙집권적 산업사회 관료시스템이었다. 그러다 보니 대학교육은 손을 대기 어려울 정도로 훼손된 측면이 있다. 대학이 아무리 시장주의로 가도 국가가 교육의 공공성 유지를 위해 역할이 있다. 예를 들어 국가가 우리 사회에 정말 필요한 우수인재, 영재 양성 고등교육기관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우리 사회에서 중·하위층 학생들의 발전 경로를 보장하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다. 이 부분이 대학교육에서 철저히 방기된 것 같다. 대학평가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대학을 평가할 때 서울과 지역, 국립과 사립, 일반대와 전문대 구분 없이 학과 단위나 단과대 기준으로 국가 사회에 정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역량과 발전 가능성을 봐야 한다. 교육부가 이런 부분을 책임지고, 인증하고, 키워줬으면 SKY(스카이)가 영재기관도 아닌데 영재기관처럼 집중된 현실이 완화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김 교수 = 대학의 시장논리 지적에 공감한다. 수도권 대학들은 시장논리에서 발전 방향을 잘 잡아나갈 수 있다. 그러나 지역 사립대들은 ‘시장논리에 맡기면 위기의 수렁에 더욱 빠진다’고 많이 말한다. 정말 교육의 위기보다 대학의 위기가 먼저 올 것이다. 4~5년 내에 현실이 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교육부의 구조개혁평가에 따라 재정이 지원되고, 대학이 서열화된다. 시장논리로 보면 엇박자다. 심지어 대학의 교육시설이나 환경이 중고등학교보다 열악하다. 교육시설과 환경이 후기 산업사회 그대로다. 이런 현실에서 어떻게 AI(인공지능), 4차 산업혁명시대 미래교육을 수용할 수 있겠나. 학회 행사로 지역 대학을 가면 1980년대 초반 교육시설이 그래도 유지된 것을 많이 봤다. 결국 재정 압박, 재정 위기에 따른 문제다.

△김 의장 = 교육의 위기를 말하지만 대학의 위기가 가장 심각하다. 무엇보다 대학이 여전히 서구 지식의 수입형 시스템에 머물러 있다는 게 근본 위기다. 따라서 국가 차원에서 대학과 관련해 메타 지식(Meta Knowledge·지식에 대한 지식)화에 투자해야 한다. 즉 이제까지 세계적 지식이 어떻게 우리나라에 들어왔고, 우리나라에서 어떤 역할을 했고, 어떻게 변형됐고, 특히 남북평화체제에서 우리가 유라시아 국가가 되는데 아시아권과 유라시아권 기반으로 어떤 지식을 생산하고 서구에 어떤 방식으로 역수출할 것인지, 아시아권과 유라시아권 국가의 지식의 흐름에 있어 우리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종합 설계와 반성적인 검토 역할을 대학이 해야 한다고 본다. 그렇지 않으면 이는 국가적 실패를 가져올 수 있다.

△김 교수 = 지금 대학가에서 대학이 미래를 향해 갈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과 관심을 가져달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가교육회의에서 2월 20일 고등교육 10개 단체 신년간담회를 개최한 것이 의미가 크다고 본다. 고등교육 단체 신년간담회 개최 이후 느낀 점이 있나.

△김 의장 = 고등교육 단체들이 각자 이해관계에 따라 목소리가 많이 다르다. 목소리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기본 재정 여건을 갖추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특히 직업교육영역에 대한 재정 지원이 가장 안 되고 있다고 본다. 직업교육영역은 투자가 많이 이뤄져야 한다. 일전에 지역에 요리 분야로 특성화된 전문대를 방문했다. 조리실에서 하루 종일 수업한다. 조리대 하나가 10억원이다. 한 조리실에 조리대가 7, 8개 있다. 조리실이 총 3개인데 200억원 규모다. 그렇게 투자했기 때문에 지역에 있지만 요리 분야로 성공한 것이다. 직업교육이 제대로 되려면 투자가 필수다. 하지만 국가가 투자를 제대로 하지 않으니 제대로 된 직업교육이 없어지지 않았나 생각한다. 직업교육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역할을 해줘야 한다.

△김 교수 = 정부가 직업교육영역에 재정을 지원해야 한다는 말씀은 전문대 입장에서 반가울 것이다. 사실 특성화에 따른 지원이 필요하다. 또한 이제는 우리나라 대학들이 세계적인 대학을 따라가기 급급하기보다 특히 문화와 예술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 IT의 경우 우리나라는 일본, 미국, 중국보다 선제적인 환경을 갖추고 있다. 일반대나 전문대나 동일한 교육시스템, 재정 압박이라는 틀에 갇혀 생각할 것이 아니라 유튜브, 스마트대학처럼 미래 개방형 대학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국내 대학들이 세계로 진출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하고, 정책을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대학에 산소가 제공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학들은 반값등록금정책, 구조조정, 각종 규제 등을 호소하고 있다. 애리조나주립대와 미네르바대 등은 자율성을 기반으로 혁신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있다. 

△김 의장 = 대학이 세계 지식의 흐름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떻게 시스템을 바꿔나가야 하는지 장기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그리고 규제 개혁 차원에서 보면 5·31교육개혁에서 대학을 시장경제에 맡겼는데 어찌 보면 기획재정부에 맡긴 것이 아닌가 싶다. 교육부의 대학재정지원사업 규모가 기재부에 의해 결정되다 보니 일방적 평가 기준을 대학에 강요하고, 이에 대학 자율성이 약해진 측면이 있다고 본다. 다행히 대학혁신지원사업이 도입됐다. 대학혁신지원사업처럼 대학 전체 계획을 보고 지원해야 자율성이 생길 것 같다.

△김 교수= 앞에서도 말했지만 대학이 새롭게 거듭날 수 있도록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 의장님 말씀대로 남북평화체제가 구축되면 유라시아 문화·정신·인문학적 융합을 기반으로 질서가 새롭게 재편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세계 5위권 내 대학이 3개만 배출되면 국가의 위상을 높일 수 있다. 따라서 이제는 수입주도형 대학에서 수출형 대학, 미래 대학을 향해 통 큰 설계가 필요하다. 단국대는 만델라국제평화대학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유라시아학과도 개설할 것이다. 유라시아의 역사와 인문학 깊이를 통해 자본 중심의 물리적 환경들을 인간 중심의 패러다임으로 바꾸는 데에 국가적 지원이 집중되길 바란다.

 

△김 의장= 대학에 재정 지원이 너무 안 되는 것이 객관적 사실이다. 다만 우리나라는 사립대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따라서 재정 지원과 함께 사립대의 공공성을 높여야 한다. 사실 지금의 서열화는 산업사회 교육체제의 산물이다. 여기에는 사립대의 문제도 있다. 사립은 사립중·고교이든, 사립대이든 중산층의 상승욕구를 기반으로 살아남으려고 한다. 중산층은 우리 사회에서 비교적 힘이 있다. 다시 말해 사립대들이 힘 있는 중산층의 상승 욕구를 기반으로 살아남으려고 하니 서열화가 해소되지 않는다. 따라서 사립대들의 공공성 향상을 위한 고민이 함께 이뤄져야 재정 지원 문제도 풀릴 것이다. 또한 재정 지원이 이뤄질 때 회계원리가 명확해야 한다.

△김 교수= 대입도 관심사다. 국가교육회의는 공론화 과정을 통해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을 마련했다. 앞으로 대입 관련 논의가 진행되나.

△김 의장 = 대입제도 논의 계획은 없다. 국가교육위원회가 출범하면 대입 관련해 단기적 현안보다는, 장기적 비전을 갖고 국가교육기본계획을 수립할 것이다. 국가교육위원회는 미래사회 핵심역량과 가치, 공정성 확보 등에 대한 사회 합의를 바탕으로 장기적인 대입제도 기본 방향과 목표를 수립할 것이다.

△김 교수=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좋은 말씀 감사드린다. 앞으로 국가교육위원회와 정부가 대학과 소통하고, 대학을 믿어주면 대학들이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힘이 될 것이라 믿는다. 마지막으로 국가교육회의 의장으로서 전국 대학 총장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부탁드린다.

△김 의장= 대학교육이 국제화되는 측면과 동시에 지역화되는 측면도 있다. 대학이 변화하는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창조적 노력이 필요하다. 지난해 지역에서 고등교육 토론회를 개최했다. 그런데 지역 대학들이 지역과 전혀 상관이 없다. 지역에 위치할 뿐이다. 지역 대학이 지역화되는 노력이 중요하다. 국가교육회의는 한국형 커뮤니티 칼리지를 주요 정책으로 추진하고자 한다. 지역 밀착형 대학을 만드는 것이다. 국가도 책임지고 노력하겠지만 대학 총장들께서 시대 변화에 맞춰 창조적 노력들을 해주시면 좋겠다.

김진경 의장(오른쪽)이 김수복 교수와 대담을 하고 있다.
김진경 의장(오른쪽)이 김수복 교수와 대담을 하고 있다.

김진경 의장은...
서울대 국어교육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한성고·우신고·양정고 교사, 전동중 교사, 대통령비서실 교육문화비서관, 대통령직속 국가교육회의 기획단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대통령직속 국가교육회의 의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 《고양이 학교》 《거울 옷을 입은 아이들》 《밀림으로 돌아간 악어가죽 가방》 《그림자 전쟁》등을 출간했다.

김수복 교수는...
단국대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단국대 대학원에서 국어국문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단국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하며 교무처장, 예술대학장, 천안캠퍼스 부총장 등을 역임했다. 한국문예창작학회 회장을 지냈고 현재 한국가톨릭 문인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시집으로 《지리산 타령》 《새를 기다리며》《하늘 우체국》《슬픔이 환해지다》등을 출간했다. 저서는 《우리 시의 상징과 표정》 《상징의 숲》 《한국문학공간과 문화콘텐츠》등 다수가 있다.

<사진: 한명섭 부국장 겸 사진부장 / 정리: 정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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