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직업교육훈련 혁신 방안 이대로 길 잃나
평생직업교육훈련 혁신 방안 이대로 길 잃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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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7월 18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평생직업교육훈련 혁신 방향과 과제(마스터플랜)' 공청회 모습.
2018년 7월 18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평생직업교육훈련 혁신 방향과 과제(마스터플랜)' 공청회 모습.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미래직업교육훈련 정책의 청사진’을 기대하며 수립된 평생직업교육훈련 혁신 방안(이하 마스터플랜)이 구호로 머무를 위기에 처했다. 구체적인 실행계획(액션플랜)을 마련해 추진하기로 했으나 실행 동력을 갖추지 못해 추진은 각 부처의 자율로 남겨진 데다, 부처 간 협업도 한계를 극복하기 어려워 보이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2017년 7월, 문재인 정부는 국정과제로 ‘직업교육 마스터플랜’ 수립을 선정했다. 이후 정책연구와 실무작업 회의, 직업교육훈련 마스터플랜 민관합동 추진단 구성과 회의를 거쳐 2018년 7월 ‘평생직업교육훈련 혁신 방안’이 발표됐다.

마스터플랜에는 총 5개 추진전략과 20개 주요과제, 65개의 세부 추진과제가 담겼다. 세부 추진과제에 따른 구체적인 실행계획은 관련 정부 부처 및 기관이 마련해 실행하기로 했다. 과제별 관련 부처는 교육부‧고용노동부‧기획재정부‧병무청‧보건복지부‧농림축산식품부‧여성가족부‧통일부‧산업통상자원부‧중소기업벤처부로, 부처를 아우르는 직업교육훈련 정책이 마련된 것이다. 부처 간 협업을 위해서는 국가산학연협력위원회를 통해 직업교육훈련정책을 연계‧조정하기로 했다.

이후 마스터플랜의 주요 추진 부처라 할 수 있는 교육부와 고용부는 마스터플랜과 관련성이 있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먼저 1월 25일 교육부는 ‘고졸취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마스터플랜에 있던 △직업계고 자율학교 지정 △직업계고 학점제 도입 △직업계고-고등직업교육기관 연계에 해당되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마스터플랜의 ‘선도형 전문대학’에 해당하는 ‘후진학 선도형’ 사업을 전문대학 혁신지원사업의 한 유형으로 추진했다.

고용부는 3월 말 또는 4월 초 중으로 ‘직업능력개발혁신방안’(가제)을 발표할 예정이다. 고용부 관계자에 따르면 직업능력개발혁신방안에는 신중년에 대한 직업교육훈련과 신기술 활용 직업교육 등 마스터플랜 세부 추진과제와 관련된 내용들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액션플랜이라 할 수도 있는 정책과제들이 추진되고 있지만, 추진의 한계점이 드러나며 마스터플랜은 무용지물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마스터플랜이 관계부처의 평생직업교육훈련 관련 정책 추진의 근간으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상기 정책들은 마스터플랜에 기반한 것이라기보다는 마스터플랜 수립 전부터 각 부처별로 마련하기로 했던 정책 방안을 마련한 것에 가깝다. 교육부 중등직업교육정책과 관계자는 “고졸취업활성화방안이 교육부의 액션플랜이라 할 수 있다”는 답변을 했지만 교육부 다른 관계자는 “(마스터플랜과 관련이 있는 정책들을) 마스터플랜에 담겨서 추진했다기보다 우리 부서 차원에서 추진한 것”이라 설명했다. 교육부 내에서도 마스터플랜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있는 것이다.

실제로 고졸취업활성화방안을 들여다보면 마스터플랜과 관련 있는 내용도 있으나 그렇지 않은 내용도 상당수 존재한다. 추진배경이나 과정에서도 마스터플랜에 대한 언급은 없다. 고졸취업활성화방안과 마스터플랜의 연계성이 높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이다.

이에 대해 전문대학 한 관계자는 “애초에 마스터플랜은 ‘짜깁기 정책’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추진 과제들 대부분이 이미 각 부처별로 추진된 내용들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직업능력개발혁신방안을 준비하고 있는 고용부 관계자도 “마스터플랜에 들어간 내용이 일부 들어가 관련을 지을 수 있기는 하다”면서도 마스터플랜에 기반한 것이냐는 점에는 확답을 하지 못했다. 심지어 마스터플랜 수립 과정에서 고용부 담당자였던 한 관계자는 “현재는 부서를 이동해 다른 업무를 맡고 있다. 업무분장이 바뀌기 전에 액션플랜을 수립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한 마스터플랜의 지속 추진에 대해서는 교육부와 고용부 관계자 모두 장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책 추진 여건의 변화나 의견수렴 과정에서의 요구 등으로 실제 추진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러나 마스터플랜은 직업교육훈련 분야의 청사진을 기대하며 꼬박 1년간 관련 부처 관계자들 및 중등·고등교육 관계자 등이 시간을 투자해 세워진 것이다. 마스터플랜의 지속 추진이 어렵다면 사회적 합의를 통해 마련한 혁신 방안을 과감하게 추진하고자 했던 당초 기본 목표는 무색해진 셈이다.

마스터플랜이 발표된 지 7개월이 흘렀지만 액션플랜의 추진 현황도 따로 파악되지 않고 있었다. 마스터플랜 주무 부처였던 교육부의 담당과인 중등직업정책과에 문의한 결과 “아직 부처별 액션플랜 추진 상황은 체크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마스터플랜의 핵심 중 하나였던 부처 간 협업을 통한 직업교육훈련정책 추진 역시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가산학연협력위원회 산하에 직업교육훈련분과를 구성해 부처 칸막이를 제거하고 세부 정책을 추진하기로 했으나 2018년 10월 제1차 국가산학연협력위원회에서 의결한 ‘산업교육 및 산학연협력 5개년 기본계획’ ‘국가산학연협력위원회 운영세칙’ 발표 내용에는 분과 구성에 대한 언급이 없다.

국가산학연협력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현재 다양한 분야의 민간위원들이 참여하고 있고, 이 때문에 교육과 관련된 내용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위원들이 있어 현재는 정보교류와 학습에 보다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액션플랜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불가능한 상황임을 설명했다. 또 이 관계자를 통해 위원회의 주요 쟁점 역시 마스터플랜이 아닌 다른 주제의 현안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문제의 원인은 마스터플랜과 액션플랜에 대한 추진 기제가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마스터플랜의 법률적 근거도 없을뿐더러, 액션플랜을 추진하지 않는 데 대한 제재 기준도 없다. 정책 추진을 통솔할 컨트롤타워도 사실상 부재한 상황이다.

그러나 앞서 마스터플랜 수립 과정에서도 실행시기·예산계획·근거 법률이 없고 책임주체가 불분명하다는 점은 이미 지적된 문제점들이었다. 마스터플랜의 실효성이 낮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던 이유다. 이러한 이유로 교육계는 현 상황을 예견된 일이라 보고 있다. 우려했던 것이 사실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마스터플랜 개발을 담당했던 정지선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박사조차도 “마스터플랜에서 평생직업교육훈련 정책의 방향성을 제시하기는 했지만 구속력이 있지는 않기에 확실한 성과가 있을 것이라 기대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이러한 상황을 놓고 전문대학 관계자와 정부 관계자 등 복수의 관계자들은 “마스터플랜 수립 이후 관련 주요 부처였던 교육부와 고용부의 장관이 모두 바뀌었다”며 “마스터플랜은 외면받을 수밖에 없을 것”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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