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하노이 북미회담 결렬 이후  
[시론] 하노이 북미회담 결렬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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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로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

잔뜩 기대했던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되고 말았다. 회담을 지켜본 많은 사람들에게 실망을 안겨준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수천 리 길을 달려온 김정은 위원장에게는 적지 않은 좌절과 낙담의 순간이었을 것이다. CNN의 보도에 의하면, 최선희 부상은 회담장을 떠나려는 트럼프 대통령을 붙잡기 위해 김정은 위원장의 구두 메시지를 황급히 가져와 회담의 결렬을 막으려 했으나 결국 깨지고 말았다.

이번 회담은 준비과정에서부터 매끄럽게 조율이 안 된 데다 막판에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청문회 건으로 심적 압박을 받으면서 합의를 이끌어낼 동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북한이 협상테이블에 내놓은 스몰딜로는 노벨평화상은커녕 집권 공화당 내의 반대여론조차 무마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내린 트럼프 대통령의 고육지책이었다.

미국은 일단 북미회담이 결렬된 데 대해 여야를 막론하고 환영하며 만족하는 분위기다. 공화당과 민주당 정권을 막론하고 지난 25년간 북한과 비핵화 협상에 실패한 것이 결국 북한 때문이라는 불신과 적대감이 크다. 우리 국내 보수층은 미국의 이러한 결정에 적극 지지를 보내며 미국의 움직임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현 정부와 진보세력은 이 회담이 결렬된 것이 아니라 판을 키우기 위해 ‘유예’된 것으로 해석한다. 이제 북미양국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확연히 드러났기 때문에 문제 해결 가능성이 오히려 커졌다고 판단한다. 영변이냐 영변+α냐로 비핵화의 쟁점이 가시화됐고, 대북제재 해제로 이것과 맞바꾸려는 전략을 구상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따라서 현 정부는 스몰딜과 빅딜을 단계적으로 중재해 나가면 극적인 반전을 이룰 수 있다며 기대감을 표명한다.

한반도 비핵화는 여러 면에서 해결하기 쉽지 않은 주제다. 구조적으로 한반도는 미국과 중국의 이해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곳으로 북한문제를 두고 양국이 절충점을 찾기 쉽지 않다. 시카고대학의 미어샤이머 교수나 하버드대학의 엘리슨 같은 세계의 유수한 학자들은 패권교체기에 반드시 전쟁이 일어난다는 이론에 근거해 한반도 전쟁 가능성까지 예견한다. 

북한체제의 구조적 한계는 더 심각하다. 지난해 병진노선을 마감하고 경제건설 총력집중 노선으로 전환을 선언했으나 수십 년 구축해 온 선군체제가 하루아침에 바뀌는 것은 불가능하다. 많은 전문가가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적 시각을 갖고 있는 것도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지난 북미회담의 결렬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비핵화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도전한 셈이었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도전하는 행위가 바로 정치다. 불가능에 도전하는 일,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 하겠다는 신념과 행동이 정치이기 때문이다. ‘완전한 비핵화’는 이런 점에서 가능한 목표라기보다는 정치적 비전이며 신념의 표방이라 보아야 할 것이다. 비록 그것이 정치적 수사에 지나지 않더라도 비관적 구조를 타파하는 유일한 희망이며 낙관적 미래를 담보하는 창조적 행위라는 점에서 결코 놓을 수 없는 가치이며 목표인 것이다. 

북미회담이 결렬된 이후 북한과 미국의 기싸움은 치열하다. 양국의 강경한 입장을 조율할 수 있는 여지가 크지 않아 이견을 좁히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북한은 이미 금년 신년사에서 회담결렬을 예견이나 하듯 미국이 상응하는 대가를 주지 않으면 ‘새로운 길’을 갈 수도 있다며 으름장을 놓았다. 미국과의 대화를 중단하고 중국과 문제를 풀겠다, 경제발전에 필요한 에너지 확보를 위해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적극화하겠다는 전략으로 이해되는 대목이다.

이번 북미회담의 결렬로 한반도 비핵화의 미래는 더 어두워졌다. 문재인 정부가 새 협상안을 마련해 중재할 계획을 세우고 있어서 금년 내로 몇 차례 실무회담과 접촉은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북한과 미국의 입장이 완강해 조정하기 쉽지 않고 대화가 지지부진해질 우려가 크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현 정부는 한반도 신경제구상의 성과를 내기 위해 정치적으로 무리수를 둘 개연성도 있다. 몇 개월 안에 스몰딜이라도 성사시켜 비핵화의 첫 단추를 끼우고 북한이 다른 길로 가지 않도록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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