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현 편역 《사군자 한시선》

[한국대학신문 신지원 기자] 삼월이 되어 매화꽃 소식이 한창이다. 매화는 난, 국화, 대나무와 더불어 사군자로 불린다.

우리나라에는 예로부터 글과 그림에 사군자를 표현하는 일이 많았다. 작품도 무수하게 많다. 한시 또한 상당수가 남아 있다. 그런데 모두 옛 한문 문집 등에 흩어져 있다. 사군자 한시만을 모은 주제별 한시선집은 없다. ‘매화시집’(이황), ‘대나무 한시선집’(중국)처럼 소재별 시선집류가 몇 가지 있을 뿐이다.

김대현 전남대 교수(국어국문학과)가 이를 안타깝게 여겨 《사군자 한시선》을 펴냈다. 우리나라 한문문집에 있는 사군자 한시들만을 모아서 번역한 책이다.

대나무를 읊다 / 정지상(鄭知常, 1068~1135) 

긴 대나무 작은 집 동쪽으로 
외롭고도 쓸쓸하게 수십 그루 서 있네 
푸른 뿌리는 용처럼 땅으로 뻗어있고 
차가운 잎은 옥이 바람에 우는 듯 
빼어난 빛은 온갖 풀보다 고상하여 
맑은 그늘 허공을 반쯤 덮어 가린다네 
운치 있고 기묘하여 형용할 수 없어라 
밤 서리 내리고 달 밝은 가운데서는 

詠竹 영죽 
脩竹小軒東 수죽소헌동 
蕭然數十叢 소연수십총 
碧根龍走地 벽근용주지 
寒葉玉鳴風 한엽옥명풍 
秀色高群卉 수색고군훼 
淸陰拂半空 청음불반공 
幽奇不可狀 유기불가상 
霜夜月明中 상야월명중 

이 책에는 약 100여 명의 한시 작품 120여 수가 실렸다. 정지상, 이규보 등 고려시대의 대표문인들부터, 조선 전기 서거정, 김시습, 이황, 김인후, 윤선도 등에 이어 조선후기 정조대왕, 정약용, 김정희, 조희룡 등에 이르기까지 역사를 통해 한번쯤 들어봄직한 유명 문인들의 이름이 보인다.

또 근대들어 오세창, 한용운 선생이나 한국화의 대가 의재 허백련 선생 등 유명인들의 사군자 시도 만날 수 있다.

이들은 하나같이 사군자(四君子)라고 높여 부르는 것에 걸맞게, 식물로써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사군자가 갖는 특성을 삶의 모습에 견주어 칭송하고 있다.

겨울 찬바람을 뚫고 피어나는 매화, 깊은 산중에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아름답게 피어나는 난초, 늦가을 추위에도 고고하게 피어나는 국화, 사시사철 기개를 잃지 않는 푸른 대나무 등은 우리들이 그렇게 살아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 주는 것과 같다.

저자는 "군자다운 삶을 사는 것, 예나 지금이나 그 어찌 쉬운 일이겠는가만 사군자 한시를 읽으면서 조금이라도 다시 그 뜻을 본받고 싶다"고 말한다.

김대현 교수는 40여 년 한국 한문학을 공부해 왔다. 요즘은 한문 문헌 속에 흩어져 있는 한시 작품들을 누구나 보기 쉽게 번역 편찬해 주제별 시선집으로 만들어 나가는데 심혈을 쏟고 있다. 앞서 무등산을 주제로 한 ‘무등산 한시선’을 편찬한 바도 있다. (전남대학교출판문화원 / 1만원)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