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과 ‘멘토-멘티’이뤄 문화교류…방학엔 함께 유학생 모국으로
영어로 하는 수업 대폭 편성…中유학생 늘자 중국어로 전공수업도
해외에 한국어학당 열고 유학생 마중…기숙사에 무슬람 기도실

숭실대가 유학생과 재학생을 ‘멘토’와 ‘멘티’로 엮어주는 ‘집으로’ 프로그램에서 학생들이 방학을 맞아 유학생의 모국인 중국에 방문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 숭실대)
숭실대가 유학생과 재학생을 ‘멘토’와 ‘멘티’로 엮어주는 ‘집으로’ 프로그램에서 학생들이 방학을 맞아 유학생의 모국인 중국에 방문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 숭실대)

[한국대학신문 이현진 기자] 중국인 유학생 이범씨는 한국인 친구들과 일주일간 모국으로 떠났다. 숭실대에서 멘토와 멘티로 만난 이들은 중국에서 서로의 역할을 바꿨다. 학기 중에는 한국학생과 외국인유학생 간 멘토-멘티 활동을 하고 방학에는 유학생 모국 방문으로 연계되는 대학 프로그램에서 마련된 동행이었다. 유학생의 타지 생활을 돕고 재학생들에게는 국제화 마인드를 심을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외국인 학생들의 발걸음이 대한민국 교육현장으로 향하고 있다. ‘유학생 20만 명 시대’를 열겠다는 정부의 움직임에 대학들도 유학생 유치와 교육성과를 동시에 이끌어내기 위한 시동을 걸었다. ‘유학생 이탈률’ ‘불법체류’ 등 일부에서 불거지는 유학생 문제를 타개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대학가에 마련되고 있다.

■ 2018년 유학생 15만 명 육박…유학생 한국생활 돕는 한국학생들 = 해외에서 한국 대학을 찾는 발길이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1월 교육부 ‘2018 교육기본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대학과 대학원 등 고등교육기관에서 공부하는 외국인 유학생 수는 14만2205명이다. 12만3858명이던 전년 대비 14.8% 증가한 수치다. 8만4891명이었던 2014년 이후 4년 만에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외국인 유학생 15만 명 시대를 맞아 캠퍼스에 글로벌 바람이 불고 있다. 늘어나는 유학생 수에 대학 교육환경도 변화되고 있다. 숭실대는 유학생과 재학생의 특별한 인연을 만드는 이색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지난 2017년부터 유학생(멘티)과 재학생(멘토)을 1대 1로 엮어주는 멘토-멘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특이점은 학기가 아닌 방학 때는 서로의 역할을 바꿔 유학생이 멘토, 재학생이 멘티가 돼 두 학생이 함께 유학생 모국으로 떠나도록 하는 것이다.

‘집으로’라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유학생은 한국 생활의 적응에 도움을 받고 국내 재학생은 해외문화 습득 기회를 얻는다.

추진희 숭실대 국제팀장은 “재학생 대상 역량진단을 진행해보니 언어를 비롯해 글로벌 역량이 비교적 부족하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이 프로그램을 통해 숭실대에 온 유학생들의 한국 적응을 도우면서 재학생들에게는 글로벌 역량을 높일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2018년 총 50여 명 학생이 10개 멘토-멘티 팀으로 구성돼 중국·캄보디아·베트남 등으로 다녀왔다.

프로그램에 참가한 중국인 유학생 이범씨는 “대학에서 만난 한국인 친구들과 함께 중국 충칭에 위치한 대한민국의 마지막 임시정부를 방문해 한국의 뼈아픈 역사를 다시금 되새겨보는 시간도 가졌다”며 “유학 생활의 어려움을 나눠준 한국인 친구들이 거꾸로 나의 모국인 중국에 와서 문화를 배워가는 데 도움을 준 것이 뿌듯하다”고 말했다.

■ ‘대륙잡기’ 나선 대학…영어·중국어로 전공강의 = 학생들은 유학생활의 최대 고비로 ‘언어’를 꼽는다. 지난해 서울대 다양성위원회가 유학생 43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절반(47.2%) 가까이가 “한국어로 진행되는 전공수업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거나 이해 못하는 부분이 많다”고 답했다. 이들 응답자의 43.8%는 ‘한국어 능력부족’을 ‘학업상 가장 어려운 요인’으로 꼽았다.

유학생이 국내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한국어능력시험(토픽) 3~4등급 정도의 점수가 필요하지만 대학 전공 수업을 이해하기엔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를 위해 인하대는 지난 2016학년도 ‘영어트랙’을 마련했다. 내국인 학생에게는 글로벌 역량을 강화하고 외국인에게는 전공 교육을 내실화 하는 것이 취지다. 일반 교양강좌뿐 아니라 전공까지 범위를 넓혀 영어 강의를 제공하고 있다. 2018학년도 2학기 기준 총 23개 학과에서 144개 강좌를 영어로 진행하고 있다. 최소 21학점에서 최대 50학점까지 전공교과목을 ‘영어트랙’ 과목 내에서 들을 수 있다.

인하대 학사팀 관계자는 “특히 공대에 다양한 나라에서 온 유학생이 많이 재학하고 있는데 모국어가 아닌 한국어로 전공지식을 습득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더라”며 “모든 강의를 영어로 수업해 이해도를 높일 수는 없지만 적어도 영어트랙에 지정된 일부 강의로 그 어려움을 해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학생 중 한국을 가장 많이 찾는 나라는 중국이다. 지난해 8월 교육부가 발표한 ‘2018년 교육기본통계’에 따르면 국내 대학에서 공부하는 유학생 총 14만2205명 가운데 중국인은 6만8537명으로 유학생 절반은 중국인이다. 두 번째로 많은 베트남 유학생(2만7061명)의 두 배 이상이다.

건국대는 사회과학대학 내 일부 전공과목을 중국어와 한국어를 병행해 진행하고 있다. 김욱 국제무역학과 교수는 “언어 습득 과도기에 있는 저학년을 대상으로 중국어와 한국어를 병행해 수업하고 있다”며 “중국대학과의 교류가 이뤄지면서 한국인 재학생들도 이 수업에 많이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숭실대는 최근 유학생을 대상으로 한 한국어 능력 강화 교육 과정을 꾸렸다. 추진희 팀장은 “최근 유학생 대상 언어를 강화하는 교육 체계를 꾸렸다”며 “심오한 전공수업을 듣는 3~4학년이 되기 전인 1~2학년 때 집중적으로 한국어를 습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현지에 ‘한국어학당’ 개설해 유학생 선점…기숙사에 무슬림 학생 위한 ‘기도실’ 마련 = 인천대는 중국과 베트남에 한국어학당을 개설했다. 갈수록 줄어드는 국내 학령인구에 대비해 해외에서 예비 유학생을 발굴한 뒤 양질의 한국어 교육을 미리 진행해 국내 학부과정에 우수한 유학생을 입학시키기 위한 것이다.

한국어학당 해외분교는 한국 유학을 준비 중인 현지 학생들에게 수준 높은 한국어 교육과정과 학습시스템을 제공한다. 현재 인천대 한국어학당은 중국 3곳과 베트남 1곳에 개설돼 있다. 인천대는 한국어학당 분교 설립을 희망하는 현지 대학 및 어학원 등과 제휴해 중국·베트남·인도네시아 등에 10여 개 분교 설립을 추가로 진행하고 있다.

고려대는 해외에서 온 유학생과 교환학생이 크게 늘자 지난 2016년 11월 유학생을 위한 ‘글로벌서비스센터(GSC)’를 신설했다. 센터에서는 외국인 학생들이 입학부터 졸업까지 고려대에서 성공적인 유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한국 생활 안착을 위한 각종 서비스를 제공한다.

학사관리 및 생활지원, 비자 관련 업무 등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숙소 알선은 물론 이들의 한국 생활 안착을 위한 각종 도움을 주고 있다.

고려대 관계자는 “신앙생활로 인한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무슬림 국가 출신 유학생 기숙사 내에 기도실까지 마련해 뒀다”고 소개했다.

올해부터 학생 수에 비해 대입 인원이 역전되는 학령인구 절벽이 현실화되는 데다 10년째 등록금 동결로 재정난이 심화되면서 대학들이 유학생 유치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오 센터장은 “일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유학생 불법체류나 중도탈락률 등이 대학가 문제로 왕왕 불거지고 있지만 많은 대학들이 유학생 적응을 비롯해 언어, 생활 등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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